김대은 교도
김대은 교도

대한민국 청년들은 지금까지 어느 세대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가치혼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가치혼란의 원인으로는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현대 사회의 병폐들도 있겠지만, 그 혼란의 근원에는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산업화 세대와 자유와 인권을 쟁취한 민주화 세대의 첨예한 권력투쟁 속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공정과 부정의가 있다.

이른바 청년세대라 하면 연령대로 구분하곤 하지만, 세대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그 세대가 공유하는 의식이나 문화적 경험이 필수적이다. 한국 사회는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서 급진적 사회 변화를 이뤄 왔기에 ‘청년세대’를 규정짓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진영을 떠나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가 보여준 불공정과 부정의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청년세대를 ‘공정세대’로 규합하기에 충분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 즉 우리 시대의 정의는 ‘공정’이다. 청년세대의 정의는 과거 기성세대들이 외치던 정의와 사뭇 다르다. 과거 기성세대들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행동했다면, 청년세대들은 개인과 연관된 개인정의 실현을 위해 행동한다. 따라서 개인과 연관된 일들이 공정해야 정의로운 사회다. 바야흐로 개인주의 사회가 완전히 청년세대에 정착된 것이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에 이어
공정세대라는 새로운 세대가
역사 속에 등장.

청년들은 기득권의 권력형 부정부패보다 그들의 삶과 밀착되어 있는 입시부정에 더욱 분노한다. 젊은 여성들은 기성세대의 여성운동가들이 이룩한 사회적 여성권익보다 실생활에서의 여성권익을 더 중요시한다. 청년들은 통일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가 말하는 ‘통일과 사회의 이익’보다 ‘통일과 개인의 이익’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이처럼 청년들은 국가나 사회보다 개인의 존재와 가치를 더 중요시한다.

지금의 청년세대가 대한민국 역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에 이어 공정세대라는 새로운 세대가 역사 속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즉 진정한 의미의 자유민주주의 사회로의 역사적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세대 간의 공감과 소통을 통한 상생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세대 간 대화 운동이 필요하다.

입시지옥, 취업지옥, 주택지옥 등 대한민국의 ‘헬조선’ 이야기는 청년 세대에게 오늘 내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는 권력형 부정부패가 전 사회에 만연하면서 청년들은 다시 정의와 공정을 목 놓아 부르며 분개하고 또 분노한다. 공정 사회를 외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목소리가 사회질서의 심각한 위기를 경고하는 경고음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청년들이 그들 스스로를 ‘꿈포세대’라 부르겠는가.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기성세대가 청년세대를 진정한 사회적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대 갈등은 언제나 있는 일’이라 치부하면서 세대 갈등을 가볍게 보고 있다. 그런데 2021년 런던 킹스칼리지대학교에서 발표한 문화전쟁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세대 갈등은 80%로 세계 1위이다. 2위 국가인 인도(61%)와 세계평균(46%)에 비해서 압도적인 수치이다. 그만큼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은 정말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청년교화가 곧 종교의 미래이기에 청년세대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대화법으로, 그들의 관심사에서 세대 간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청년들은 교묘한 정치와 상술에 의해 시대의 멘토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종교뿐. 원불교는 우리 시대의 청년들을 품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강교당

[2023년 3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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