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신한마이카 캠페인, 중국드라마 등 BGM 제작
올곧은 신앙 20년 기흥교당 청년회 창립멤버이자 ‘천년회장’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오늘도 대사만 들어있는 영상이 도착했다. 보고 또 보며 서사와 감정을 헤아린다. 주인공도, 시청자도 되었다가 흘깃 지나는 눈과 귀도 되어본다. 어느 순간 떠오른 한 줌의 멜로디. 날아갈세라 온몸으로 붙잡고 손으로 그려낸다. 온성근 영상음악가(기흥교당)의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 위를 춤춘다. 비로소 영상의 한  장면은 맞는 옷을 입고, 생명력을 지닌다.
 

온성근 영상음악가
온성근 영상음악가

온성근 영상음악가의 작업은 늘 ‘결정적 순간’을 기다린다. 연기나 대사보다 더 먼저, 더 오래, 더 아름답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영상음악. 누군가는 배경음악 단 한 소절만 들어도 그 장면, 그 줄거리, 그리고 그 때의 계절과 날씨까지 떠올린다. 토토와 알프레도의 우정이 담긴 <시네마천국>의 ‘Love Theme’부터 산울림의 음악을 다시 부른 ‘응답하라’ 시리즈의 삽입곡까지. 누구나 마음 속의 명장면만큼의 명곡이 있기 마련이다. 
“영상음악은 언어와 같아요. 말을 처음 배울 때는 투박하고 단순하지만, 익혀가면서 다양해지고 유려해지죠.”

넷플릭스 드라마 <외모지상주의>를 비롯해 중국 iQIYI <뢰묘적사자도영>, 중국 북경BTV <안가:Selling Dream>를 거쳤고, 신한마이카 Blue Driver 캠페인 음악을 만들어낸 온 영상음악가. 지금은 넷플릭스 신규 드라마와 KBS 일일드라마 <금이야 옥이야>에 합류하고 있다. 특히 그는 중국 드라마와의 협업으로 K-컬처를 세계로 전하는 선두에도 서 있다.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안돼 작곡을 시작했으니, 26세의 나이에 이미 1백곡이 넘는다.  

그의 강점은 뭘까. 손사래치는 그에게 겨우 얻어낸 답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나이답지 않은 아날로그 감성이다. 어쿠스틱 피아노 건반을 치며 손으로 악보를 그리는 몹시 레트로한 스타일.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도 요즘 보기 드문 서정성과 클래식함을 지녔다. 
“그리고 음…, 저는 단 한 곡도 정말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들어요. 영혼이 없다 싶을 때까지 쏟아내고 나서야 곡을 닫죠. 그런데 다음 곡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영혼이 다시 생기더라고요.” 천 개의 곡에 천 개의 영혼. ‘영혼부자’가 따로없다.

“가족 중에 음악인도 없고,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도 특별히 잘하는 줄 몰랐어요. 단지 어떤 곡을 들으면 피아노로 바로 치는 정도였죠.” 

고등학교 2학년 때 입시음악을 시작했다는 그. 하지만 부모님(온법준·이동성 교도)의 걱정 속에도 턱하니 붙었다. 이후 건너건너 동요회사로부터 3곡을 의뢰받았고, 실력이 소문나면서 의뢰가 이어졌다. 그 사이 그는 경희대학교 대학원에도 진학했고, 작곡·피아노·화성학·미디 등의 외부 강의도 꾸준히 했다. 

“꾸준한 게 특기예요. 어릴 때 다니기 시작한 교당도 빠지지 않고 다녔으니까요.”

7살 때 쌍둥이 누나(온성아 교도)와 수원교당에 발 들인 후 그는 용인교당을 거쳐 기흥교당에 안착했다. 올곧은 원불교 인생에서 유일한 외도는 군대에 있을 때였다. 손이 굳을까봐 피아노를 치러 교회에 갔던 것. 하지만 찬송가를 치는 동안 배운 것도 있었다. ‘재밌고, 젊고, 설교 중 음악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교회 음악의 매력을 알게 된 것이다.

원기102년(2017) 기흥교당 청년회 창립 이후 그는 ‘천년회장’으로 불린다. 열댓명으로 시작했던 청년회가 지금은 너댓 명뿐이라서 ‘천년만년’ 청년회장이어야 할 책임도 느낀다.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용인·기흥은 청년들 전입이 특히 많거든요. 그런데 교당에는 오히려 부교무님이 없으니 안타깝죠.”

바쁜 와중에도 <정다운 친구> 편곡과 서울교구 대각개교절 <동행 프로젝트> 작업은 마다하지 않은 온 영상음악가. 스타 교도들이 모인 이 대형 프로젝트의 장르는 핫하지만 낯선 ‘조선팝’이다. 

“국악작곡가를 찾아가 얘기하다 보니 곡이 그냥 쑥 나왔어요. 가장 어려운 작업일 거라 생각했는데 가장 쉽게 풀렸죠. 제 힘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공심과 정성이 같이 해내는 작업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드럼에 국악기도 얹어보고, 랩과 아이돌 보컬도 섞어본 그. 무엇보다 음악과 관련한 모든 것을 조율하며 작업한 ‘음악감독’으로서의 데뷔라 뜻깊다. 

음악 작업과 공부, 강의로 아무리 바빠도 교당은 나가고 청년회는 지켜야겠다는 굳은 심지. 그 오롯한 신심이 바탕되니, 그의 음악은 늘 영상에 가장 향기로운 숨과 가장 어울리는 색을 입혀낸다. 

[2023년 3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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