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나는 한국 사람이야’라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반응은 무엇일까. BTS? 싸이? 김치? 땡. 정답은 “그럼 너 수학 되게 잘하겠네” 이다.

한국은 예로부터 전 세계인들에게 ‘공부 공화국’으로 불려왔다. 그 소문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마다 발생하는 이례적 상황이다. 그날 오후 1시 5분부터 40분까지 인천공항 상공에는 한국을 찾는 많은 비행기가 관제탑 통제 아래 대기한다. 이유는 약 60여 만명의 학생들이 1,200여 개의 학교에서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영어영역 듣기평가 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영국 언론사 BBC에 의해 ‘한국:인생을 바꾸는 시험은 팬데믹에도 멈추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크게 다뤄지기도 했다. 
원어민도 어려워하는 난이도의 영어문제를 척척 풀며, 웬만한 대학교 과정보다 어려운 수학을 고등학교 입학 전에 마스터 해내는 한국인들. 한국식 교육은 이제 당당히 한류 반열에 올랐고,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엄마들의 치마까지 펄럭이게 하고 있다.
 

출처: 유튜버 유칼립튜스의 스터디윗미 3HR 캡쳐.
출처: 유튜버 유칼립튜스의 스터디윗미 3HR 캡쳐.

한국만의 ‘함께 열공’하는 문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공부 문화도 많이 변화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의무화되며 비대면으로 함께 공부하는 ‘온택트 스터디’가 유행했다. ‘온택트 스터디’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생중계를 켜놓고, 공부하는 책과 필기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보여주며 여러 명이 함께 공부하는 것을 일컫는다. 

특히 ‘스터디윗미(Study with me)’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짧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 가량되는 공부 영상들은 전 세계에 스트리밍 되며 조회수 10만을 훌쩍 넘기고 있다. 말소리도, 음악소리도 없이 사각거리는 필기 소리와 작게 깔리는 백색소음이 전부인 영상들이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들까지 이 영상을 틀어놓고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빼곡한 공부 영상 이후 올라오는 영상 주인공의 시험 합격 소식과 그로 인한 동기부여가 ‘스터디윗미’의 가장 큰 인기요소다. 또한 혼자 공부할 때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이 해소된다는 의견과 함께 동질감에서 비롯되는 친밀감 형성이라는 이유가 뒤따른다. 

이외에도 메타버스 공간에서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태그룸’도 인기다. 캐릭터를 만들고 실제 도서관 같은 메타버스 도서관에 접속해 비어있는 자리를 찾아 공부를 하는 것이다. 각 캐릭터 위에는 공부를 시작한 시간이 뜨고, 학년을 선택할 수도 있고, 목표가 같은 사람들끼리 ‘골(목표) 월드’에 모여 공부할 수도 있다.

이에 많은 외국인도 유튜브와 메타버스에 접속해 학용품의 정보나 공부 팁(비결)을 물어보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 댓글로 위로와 격려, 응원을 주고 받는다. 어느새 온라인 공부 플랫폼은 한국만의 특별한 문화가 됐다.
 

전 세계 엄마 치마바람, 한국 향해 분다.
​​​​​​​비대면 시기, 한국식 온라인 공부 플랫폼 인기.
미국 SAT시험 늘 상위권은 아시아인이 차지.

출처: 뉴스마켓 신박한 공부 앱 ‘태그룸’ 캡쳐.
출처: 뉴스마켓 신박한 공부 앱 ‘태그룸’ 캡쳐.

“한국인은 공부 다 잘해?”
외국인들이 한국인에게 가진 선입견 중 하나는 ‘한국인은 수학을 잘한다’와 ‘한국인은 공부를 잘하는데 제일 열심히 한다’이다. 하지만 이는 선입견으로만 치부될 의견이 아니다. 

그럼 왜 한국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공부 성적이 좋을까?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다져진 공부하는 방법, 진도, 스타일이 달라서다. 이는 시험 준비에 특화된 학생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인들은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능력이 탁월하다. 미국에서는 수학공부를 할 때 어린나이일 때부터 계산기를 사용해 문제를 푼다. ‘어떻게 문제를 푸는지’에 대해서만 배우기 때문에 응용 문제가 나올 때면 당황하기 일쑤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한가지 공식에 평균 100여 개가 넘는 응용 문제를 푼다. 계산기는 당연히 쓸 수 없다. 대신 어릴 때부터 배웠던 구구단을 기반으로 피타고라스의 정리 이론과 파이(π)의 열자리 정도는 거뜬히 외우는 기억력을 활용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부는 ‘한국’ 공부 바람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자주 언급했다. “한국의 학생들이 미국의 학생들보다 디지털 교육을 접할 기회가 많고, 미국 교사와 달리 한국은 교사를 마치 ‘나라의 건설자’로 대우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결과 한국의 사회발전 속도가 빨랐고, 미국은 이를 본받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또한 조지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번역학 교수는 “한류 문화 중심에 한글이 있고 이런 현상이 한국의 국가 브랜딩에 일조하고 있다”고 <VOA(미국의 소리>와 인터뷰 한 바 있다. 실제로 해외의 많은 학교에서는 한국어학당과 한국문화원을 열어 학생들에게 한글과 한국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한류(Hallyu)’와 ‘먹방(Mukbang)’과 같은 단어가 등재되고, 베트남은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선정했다. 현재 해외 82개국에 200여 개의 한국어학당이 운영되고 있으며, 교육부에 따르면 39개국 1669개 학교(초·중등)에서도 한국어 반이 운영 중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측의 말처럼 “한류가 영어 단어의 바다에서 물결치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10대부터 90대까지 공부하는 나라’가 된 한국. 샐러던트(Saladent, 샐러리맨+스튜던트의 합성어)나 오피던트(Offident, 군인 장교+스튜던트의 합성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미국 등 해외로 유학을 갔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한국도 외국인 유학생 14만명으로 당당히 ‘유학오고 싶은 나라’ 반열에 올랐다. 세계가 ‘한국’을 공부하고 있다.

[2023년 3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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