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경상도 학생이 같은 도내에서 전학이 안 돼 전라도까지 왔다. 그렇게 영산성지고등학교는 그 학생에게 ‘세상에서 나를 받아준 유일한 학교’가 됐고, 그는 모교를 향한 애정을 담은 세 가지 목표를 정했다. 
‘첫째, 대학에 가면 명함을 갖고 모교를 찾겠다, 둘째, 취업 후 임원이 되면 모교를 찾겠다, 셋째, 장학금을 들고 모교를 찾아오겠다.’ 

그리고 그 학생은 착실히 목표를 이행했다. 대학생 때는 기숙사 사생장으로, 취업 후에는 이사가 되어 학교를 찾았고, 40대 초반이던 2022년 여름에는 마침내 장학금 4백만원을 들고 모교를 방문했다.

 

신호래 교장, 최수경 교감, 이대진 교무와 학생들이 프로젝트 수업 시간에 만든 벤치에 앉았다.

대안교육의 효시이자 종가
원불교가 운영하는 영산성지고는 대한민국 대안교육의 효시이자 종가라고 자부한다. 신호래 교장(법명 영윤·교무)은 학교의 역사를 되짚으며 이야기를 꺼냈다. “1976년 영산성지고가 영산성지학원일 때 안병영 교육부장관이 찾아왔다. 그때 영산성지학원은 퇴학, 가난, 소년원 출소 등으로 교육 기회를 놓친 학생들을 모아 교무님과 선생님이 공동체 생활을 하며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장관은 그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 

영산성지학원에서 진행하는 참교육의 모델을 눈으로 직접 본 안 장관은 “영산성지학원에 국비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1978년 대안교육 특성화 관련 규정이 제정됐다. 

그렇게 영산성지고와 원경고등학교, 화랑고등학교, 한빛고등학교, 양업고등학교, 간디학교 등 6개교가 대안교육 특성화 학교로 탄생했다.
 

교육부장관에게 감동 전해 시작된 대한민국 1호 대안학교
“학생들이 꿈을 찾고 키우게 하는 게 우리 학교 장점”
미래형 대안교육, ‘영산성지교육’으로 선도해나갈 것

교사·학생·학부모는 교육의 3주체
영산성지고의 교육에서 눈에 띄는 점은 ‘사제동숙’과 ‘특성화 교육과정&프로젝트 수업’, ‘학부모 아카데미’다.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가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상호 교육의 관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먼저 ‘사제동숙’은 대한민국 1호 대안학교의 자부심이자 교직원들의 헌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프로그램이다. 모든 학생과 담임교사가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며 학교생활과 일반생활을 아울러 관리한다. 이 방식은 많은 학교가 벤치마킹했었지만, 지금까지 유지되는 건 영산성지고 뿐이다. 학생들은 “기숙학교라 학교에 갖춰진 헬스장, 노래방, 컴퓨터실 등을 이용해 친구나 선배들과 더 알뜰하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특성화 교육과정&프로젝트 수업’은 학생들의 자율성과 책임감, 그리고 꿈을 향한 포트폴리오 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 가지 모두 정규 교육과정이지만,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일반 교육과정과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갖는다. 바로 학생들의 선택을 반영해 진행된다는 점이다. 도예, 미술, 요리 등 각자의 관심사를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학기 말 발표회를 통해 그 성과를 선보인다. 프로젝트 수업은 개인 혹은 팀으로 계획서를 작성하고, 해당 과정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아 이뤄진다. 이런 교육과정에 대해 한 재학생은 “학생이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고 하면 학교는 태블릿이든 노트북이든 지원을 잘 해준다. 선생님들이 우리가 꿈을 찾고,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점이 우리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아카데미’는 학부모의 학교 교육 참여를 독려하는 과정으로, 학부모 간 유대관계 형성, 청소년 심리이해, 마음 인성교육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학부모들이 학교 교육에 대해 신뢰를 갖게 하며, 가정에서도 교육의 효과가 연장되도록 하고 있다.
 

인재의 정관평
영산성지고는 꾸준히 전무출신을 배출해낸 인재양성의 텃밭, 즉 ‘인재 정관평’이다. 막다른 학생들에게는 최후의 방죽으로, 사회와 교단에는 인재를 배출하는 든든한 땅이 된다는 의미다.

이대진 교무(영산성지고법당)는 “아이들을 많이 보내주면 좋겠다. 영산성지고는 학교 전체가 인재를 키워낼 마음으로 가득하고, 환경도 갖췄다”고 강조했다.

영산성지고와 일반계 학교는 교무의 활동반경부터 차이가 크다. 대안학교이자 기숙학교인 영산성지고는 교무의 활동반경을 일반계 학교보다 넓게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교육과정에 마음공부 수업이 정규과목으로 편성돼있고, 매일 작성하는 마음 일기와 일기 발표 및 시상을 통해 학생들에게 마음과 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학생들이 영산선학대학교 예비교무들이나 젊은 출가자를 대하는 기회가 잦다 보니 아이들이 ‘성직’이라는 길을 편안하게 접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교무와 깊은 교류를 나눈 일반 학생이 출가를 서원하기도 하고, 원래 출가를 고민하던 학생은 서원을 확실히 세워 출가의 길에 나서기도 한다. 자녀가 출가 서원을 세우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 부모들은 이런 점을 보고 자녀들을 영산성지고로 보내기도 한다.
 

‘영산성지교육’이 미래형 대안교육 되도록
최수경 교감(법명 인경·영광교당)은 인터뷰 말미에 “이제 이미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1998년에 개교했을 때는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대상이었고, 그때는 그런 역할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영산성지고는 새로운 교육, 미래형 교육을 실현하면서 교단과 세상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는 그동안 교단 내외로 자리 잡은 ‘문제아를 받아주는 학교라는 선입견을 거둬달라’는 마음과, 어떤 학생이든 영산성지고의 울안에 들어오면 ‘인성·특성화 교육으로 인재를 키워내는 학교’라는 자부심이 담겨있었다.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에서 출발해 이제는 인성 중심 특성화 고등학교로 자리 잡은 영산성지고. 미래형 대안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실현하는 ‘영산성지교육’을 비전 삼아 모두가 행복한 교육 공동체를 향해 달려간다.

[2023년 3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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