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생명보다 더 아름답고 귀한 건 없다.

이건 꼭 사람의 목숨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금수초목들 역시 귀하지 않은 것이 없고, 그 존재의 이유 역시 빠트릴 것이 없다. 특히 3월의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어린 생명들은 경이로운 기적이다. 간혹, 때를 잘못 만난 꽃들이 봄을 시샘하는 추위에 뚝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봄은 모든 사람의 마음에 시심(詩心)을 일으킨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는 봄을 잔혹하게 만든다.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인간들의 탐욕과 잔혹함은 언제나 젊은 생명들의 희생을 발판 삼아 권력을 유지해 왔다. 로마력에 따르면 3월은 로마의 군신 마르스를 기리는 달인데, 이는 곧 로마인들에게 3월이 ‘새로운 군사작전을 시작하는 시점’을 의미했다고 한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3월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베트남전쟁은 1965년 3월 8일에 미국 해병대가 남베트남으로 파병되어 확장되었고, 나토의 유고슬라비아전쟁은 1999년 3월 24일에 시작되었다. 또 이라크전쟁은 2003년 3월 20일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구실로 시작돼 수천 명이 희생되었으며, 시리아를 개조하려는 전쟁은 2011년 3월 15일 미국과 나토의 개입으로 시작되었다. 2015년 3월 25일에는 미국의 지원 하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연합군이 예멘의 후티 무장그룹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3월을 며칠 앞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푸틴군사들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은 1년이 더 지난 지금도 아직 진행형이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도, 왜 해야 되는지도 모를, 그래서 오직 충성만을 강요당하며 인간역사를 잔혹하게 이끌어온 수많은 전쟁은 언제나 젊고 어린 생명들을 짓밟고 영광 없는 상처를 남겼다. 사람이 사람을 죽여야 하는 전쟁의 참혹함 뒤에는 언제나 권력자들의 자기 욕심이 충만했고, 그 곁에서 욕심의 부스러기를 쓸어 담으려는 이기적 인간들의 노림수가 거미줄처럼 쳐져 있었다. 그래서 모든 생명을 잉태하는 3월의 전쟁이 더 슬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성자들의 역사는 달랐다. 무심히 나뭇가지 하나 꺾은 것에도 마음 아파했던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는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평생의 철학으로 강조했다. 그러기에 60년 동안 척박한 아프리카 땅에서 병마와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보살필 수 있었다.

소태산 대종사는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 경외심을 마음 지키고 몸 두호하는 방법으로 가르쳤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경외심을 놓지 말고 존엄하신 부처님을 대하는 청정한 마음과 경건한 태도로 천만 사물에 응할 것’(대종경 교의품 4장)을 사실적 신앙의 방법으로 알려줬다.

더 화려하게 수놓을 4월을 앞두고 있다. 무수한 생명에 대한 경외심으로 모든 존재를 부처님 섬기듯, 대각의 달 4월을 준비하자.

[2023년 3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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