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공감의 책방, 잘익은언어들
잘익은언어들은 ‘위로와 공감의 책방’이 슬로건이다. 24평 남짓한 1층에는 서가 별로, 공간별로 다양하게 큐레이션된 책들이 많다. 
낮은 책장에 진열돼있는 그림책은 어린아이들의 손이 닿을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췄다. 사춘기 학생들을 위한 책장도 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너희들이 볼만한 책들을 모아봤어’라고 말을 건네는 공간이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도 동화도 문학책도 별도 공간에서 깊은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책방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랜덤북스 코너’. 잘익은언어들에서 선물하는 일명 ‘비밀책’이다. 책 안에 담겨있는 ‘위로와 공감’의 언어를, 그가 예쁜 손 글씨로 봉투에 옮겨놓았다. 한 줌 위로를 전하고픈 마음으로 봉투 안에 담겨있는 비밀책. 어느 날, 가슴 시린 어떤 이의 마음에 ‘울컥’ 가닿을 터다. 

묵직한 고마움 담긴 <책방뎐>
책방의 2층은 독서모임 등 공유 공간이다. 잘익은언어들은 ‘행사’가 많은 책방으로도 유명하다. 책방 초기엔 한 달에 서너 건의 행사를 진행했으니 혼자서 감당이 안 되는 적도 많았다. 그때마다 손님들이 나서서 도와줬고, 그렇게 코로나19의 힘든 상황을 손님과 함께 버텨내고 있다. 
책방을 찾아주는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위로를 전해 받는 책방지기. 그 묵직한 고마움을 그는 한 권의 책 <책방뎐>에 담아냈다. 
“내가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에 따라,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상을 사는지에 따라 발견하는 책은 달라진다. 그래서 나부터 잘 살아내야 한다. 내가 먼저 용기를 내고, 내가 먼저 희망을 이야기하고, 남을 돕는 삶을 살 때 이 모든 것이 책과 연결된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책 속에서 발견하는 책이 아니라, 삶 속에서 발견하는 책’으로, 고마운 이들과 함께 위로와 공감을 나눈다.
 

단골손님, ‘동옥서재전’
‘단골손님의 책 전시’를 해보자며 기획했던 것이 올해로 3년 째다. 매주 규칙적으로 ‘출근’할 정도로 단골인 김동옥씨의 별명은 ‘책꾸샘’. 1년에 2백여 권 넘는 책을 읽는 ‘열렬한 독자’이자, 한 권 한 권 정성스럽게 독서노트를 꾸미는 ‘꼼꼼한 서평가’이기도 하다. 다독왕 ‘책꾸샘’이 추천하는 책과 수준급의 그림, 마스킹테이프와 스티커로 정성스럽게 꾸민 독서노트 등을 김씨의 이름 그대로 전시한 ‘동옥서재전’.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이들이 책방 손님의 서재 전시를 보며 감탄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위로와 공감은, 훨씬 폭이 넓어졌고 깊어졌다. 잘익은언어들, 그 공간이 건네는 삶의 온기가 따듯한 이유다. 

덜 익은 책방지기의 꿈 
그는 자신을 ‘덜 익은 책방지기’로 소개한다. ‘흥겨운 노래가 나오면 함께 춤을 추고, 그러다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 같이 울어주는’ 책방지기. ‘동네에서 아는 얼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책방지기로 얼마든지 자신은 ‘덜 익게’ 살아가고 싶은 게다. 
“인공지능이 발달하여 고객 맞춤형 북큐레이션이 완벽한 세상이 올지라도, 사람 냄새 나는 오류투성이 책방의 오래된 주인이고 싶다”는 그. 봄꽃 만발하는 요즘, 그가 구상하는 코너가 있다. 이름하여 ‘혹시 갱년기’ 코너와 ‘어쩌라고’ 코너. 열심히 살아가다 누구라도 맞이하게 되는 인생의 고비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그럼에도 ‘나 대로’ ‘내 멋대로’ 멋지게 살아가는 삶을 응원하는 책들이 선보여질 서재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공간이 살면서 생기는 자잘한 상처들을 치유해 주는 일이다. 그리하여 누구나 잘익은언어들에만 오면 마음을 충전해서 즐겁게 돌아갈 수 있기를.” 
이것이 그가 책방을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그가 지켜내고 싶은 야망이다. 그런 그를 더할 나위 없이 응원한다.

[2023년 3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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