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 문화격차 줄이는 공간으로 주목.
자급자족과 적당한 농촌 생활 규모 체험.
‘미래에서 온 전원마을’

[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생거진천(生居鎭川).’ 예로부터 난리가 없고 토지가 비옥해 살기 좋은 땅이라 ‘진천’에 붙은 별명이다. 이곳에 자리한 ‘농촌 맞춤형 문화공간 뤁스퀘어(root square·사람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광장)’는 영농후계자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카이스트 공학도들이 일궈낸 곳이다. 이들은 ‘농업도 반도체만큼 미래비전을 가질 수 있다’는 신념으로 농업혁신기업 ‘만나CEA’를 세웠다. 

만나CEA는 스마트팜 친환경 농장과 농법으로 미국 농무부(USDA)의 인증을 받고, 아랍에미리트, 카자흐스탄 등에 미래 농업을 수출해왔다. 그리고 자체 농업기술에 문화를 덧입힌 복합문화공간 ‘뤁스퀘어’를 통해 농업과 기술, 문화가 연결되는 미래 농촌사회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100% 키친’이 직접 기르는 채소들.
‘100% 키친’이 직접 기르는 채소들.

100% 자급자족 유기농 식당
뤁스퀘어는 생각보다 주거지역과 가깝고, 언뜻 멀끔한 대형카페인 듯했다. 하지만 입구에서 방문객을 맞는 스마트 온실부터가 ‘농업문화공간’이라는 느낌을 가득 건넨다. 
호텔 컨시어지 같은 인포메이션을 지나 뤁스퀘어의 첫 공간 ‘100% 키친’을 만났다. 100% 키친의 ‘100%’는 ‘재료와 요리를 모두 자체적으로 제공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식당의 재료들은 모기업 만나CEA의 아쿠아포닉스 농법을 활용한다. 

이 농법의 원리는 이렇다. 물고기 양식장과 수경 재배장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양식장에서 발생하는 물고기의 배설물 등을 수경재배용 비료로 사용하고, 작물을 거쳐 정화된 물을 다시 양식장으로 돌려보내 사용하는 친환경 농법인 것. 이곳에서 제공되는 메뉴의 식재료는 모두 이곳에서 기른 물고기와 수경 재배된 작물들로 이뤄져 손님 밥상에 오른다.

이런 자급자족 유기농 식당의 시스템을 갖추려면 대도시보다는 무언가를 길러낼 수 있는 ‘땅’이 있는 농촌에서 가능하다. 먹거리와 건강에 크게 신경 쓰는 요즘 사람들의 관심과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유효한 포인트로 보인다.
 

‘100% 키친’에서는 세 종류의 덮밥을 만날 수 있다.
‘100% 키친’에서는 세 종류의 덮밥을 만날 수 있다.
온․습도 등을 QR로 제어해 볼 수 있는 스마트 온실.
온․습도 등을 QR로 제어해 볼 수 있는 스마트 온실.

품고 키우고 묶어내는 ‘온실’
100% 키친에서 식사를 마치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아래층 카페로 이어진다. 이곳의 이름은 스템가든으로, ‘문화를 재배하는 온실’이란 콘셉트를 갖고 있다. 

온실인 만큼 실내에 정원을 조성했는데, 특이하게 조경식물을 식용식물 위주로 심어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벽은 통유리, 천장은 자연채광이 들어오도록 설계해 실내에서도 자연의 다정한 볕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정원 중간과 사방으로 나무데크와 좌석을 둬 카페, 가드닝, 팝업스토어, 원데이클래스 등을 진행할 수도 있다.

스템가든은 모든 활동을 품고 키우고 묶어내는 공간으로서 온실의 가치를 살려낸다. 동시에 도시와 농촌 사이에 발생하는 여러 격차 중 하나인 ‘문화생활’과 ‘커뮤니티’의 부족을 살려내는 모델을 제시한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연주회, 전시회, 공간대관 등을 통해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커뮤니티 활동을 연다.

물론 온실 하나가 도·농간의 문화 격차를 급격히 줄이는 역할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래형 온실과 문화화된 농업이 더 넓게 퍼진다면 사람들이 ‘매력 있는 농촌’의 각지로 유입될 이유가 한 가지 더해질 수는 있지 않을까.
 

뤁스퀘어에서 키운 바질로 만든 ‘바질 망고 케이크’.
뤁스퀘어에서 키운 바질로 만든 ‘바질 망고 케이크’.

미래형 농촌 주거
온실문을 열고 나서면 탁 트인 평야가 마음을 시원하게 만든다. 이 넓은 평야에는 2채의 집과 1채의 온실이 있는데 이 세 건물을 통해 뤁스퀘어는 미래 농업과 그로 인해 변화할 농촌 주거 형태를 보여주면서,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을 일으킨다. 이 집들은 뤁스퀘어가 개최한 ‘하우스비전 2022 코리아 전람회’에 농업을 주제로 출품된 작품이기도 하다.

주변과 어우러지는 한국 전통 건축과 모듈형 집이 조화를 이룬 ‘작은집’과 도시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사는 새로운 삶의 형태를 제안하는 ‘양의 집’, 그리고 50대 은퇴자가 온실을 정원 삼아 살고자 설계한 ‘메타팜 유닛’까지 세 집의 형태는 모두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집 구성에 기본적으로 ‘밭(농지)’과 정원 등을 포함하고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농촌 주택’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것이다.

작지만 적당한 규모로 선보여지는 집과 밭을 직접 들여다보고 체험하다 보면 방문객은 자연스레 ‘나도 귀농(촌) 해볼까’ 하는 영감과 도전정신을 갖게 된다.
 

종교계는 지방 살리기 어떻게
원불교 교단은 100여 년 간 일제강점기 시절 영광 길용리에서부터 서울 원불교소태산기념관에 이르는 역사를 이뤄왔다. 하지만 한 번쯤 그동안 달려오면서 미처 놓친 것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모든 인구가 서울·경기권으로 몰리고, 우리의 성지와 여러 기반이 모여있는 기타 지방 도시는 향후 몇 년 내에 순차적으로 소멸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발표되고 있다. 이렇게 지방이 피폐해져 가는 가운데, 지방(농촌) 살리기에 종교계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교화를 하려면 일단 그곳에 사람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물론 뤁스퀘어와 같은 대규모 양식·수경재배를 종교계가 모두 따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땅에 스마트 농법을 적용하고 체험농장으로 오픈할 수는 있지 않을까. 또 우리가 가진 공간을 문화·커뮤니티의 한계를 갖는 지방 시민들 사교의 장으로 제공하거나, 또 출가 체험·템플 스테이 등 지역을 찾고 상주하게 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도시의 시선을 지방으로 돌리는 데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뤁스퀘어 전경.
뤁스퀘어 전경.

[2023년 3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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