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개벽의 속도가 빠르다 못해 걱정스럽다. 축지법보다 더 빠른 교통의 발달은 옛말이 되었고, 천리를 내다보고 들을 수 있는 통신의 눈부신 발달은 일상이 되었다. 이제는 인간의 고유물이던 학습과 상상까지도 인공지능이 척척 대행해 주는 시대가 도래했다. 현실과 가상이 혼재되면서 자칫 인간이 기계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을까 두려워지는 시대다.

물론 물질문명의 발달이 인간에게 가져다 준 혜택은 크다. 적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를 챙겨주고, 수고스러움을 덜어내면서도 더욱 편리해진 문명은 사람들에게 훨씬 여유로운 삶을 선사했다. 하루 종일 애를 쓰고도 겨우 입에 풀칠하던 시절을 상기하면 실로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현대 경제 중심의 사회가 모든 삶의 가치를 물질에 집중시킴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도 만만찮다. 최근 반세기 동안의 국가 간 잔혹한 전쟁이 자국의 이익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생명의 살상을 일삼았고, 부의 불균형이 가져다 준 상대적 박탈감은 개인의 삶을 파괴시키는 이유가 되었다. 또한 사람간의 기본 윤리가 물질로 인해 파탄을 맞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진 것도 걱정스러운 면이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에게 경제적 부를 가져다 준 물질문명의 대가는 가랑비 같아서 서서히 인류를 재앙으로 몰아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간이 소비하는 모든 물질은 필히 자연으로부터 수탈된 것이기에 언젠가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생태의 파괴가 가져다 준 기후변화가 그렇고, 자연을 훼손해 건설한 도시화의 빌딩숲 속에서 사람들의 인간성 상실은 위험수준에 다다랐다. 물질문명이 고도화 될수록 인간 소외현상은 더욱 두드러졌고, 과다한 경쟁에 따른 고립화가 심화될 뿐 아니라, 채우지 못한 욕심에 근거한 좌절과 분노조절 장애로 인한 생명경시 현상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흔히 이를 자연의 역습이라 일컫기도 하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그래서 올해 대각개교절 소주제로 ‘생명’과 ‘환경’에 주목한 것은 의미가 있다.

또 최근 우리사회는 상식에 맞지 않는 거짓이 횡횡하고, 몰염치한 가짜들이 판을 치면서 개인들의 삶이 위기를 맞는 현상을 빚고 있다. 이는 물질에 압도되어 정신적으로 쇠약한 현대인들을 먹잇감으로 삼은 가짜들의 감언이설에 쉽게 속아 넘어가기 때문이다. 가짜가 진짜로 분장한 뉴스와 정보에 속는 것은 과다한 물질발달의 맹신에서 오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현하 과학 문명이 발달됨에 따라 물질을 사용하여야 할 사람의 정신은 점점 쇠약하여, 사람들이 저 물질의 노예생활을 면하지 못하게 되었다’며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써 정신의 세력을 확장’할 것을 강조한 소태산의 개교의 동기는 진리가 된다. 

[2023년 4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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