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천 교무
정효천 교무

[원불교신문=정효천 교무] 새 생명의 탄생은 모든 이들에게 무한한 희망의 기쁨을 안겨준다.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절대적 은혜인 부모들이 오롯한 정성으로 한 생명의 탄생에 모든 것을 내어주듯, 원불교 군종은 교단의 모든 역량이 하나 돼 2006년 3월 24일 꽃피는 봄날 승인의 생일을 맞이하게 된다. 

어느 것 하나 간절한 서원 없이는 이뤄질 수 없었던 과정을 회상하며, 모두가 기쁨을 눈물로 마주하던 그날이 생생히 그려진다. 좌산상사는 군종 승인 총부 특별법회 때 “교법정신·교운에 대한 확고한 명분과 출·재가가 하나 돼 합심합력 하면 천하도 동원할 수 있고 못 이룰 것이 없다”고 전제했고, “원불교 군종  승인과정은 인과의 법칙을 우리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으며, 군 교화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하셨다. 

이와 같은 환영 속에 원불교 군종은 미래 교화의 희망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세상에 태어나 전국 각지의 군부대에서 교당이 건축되고 예회가 개설됐다. 그 응원과 기대에 부응하며 군교화는 가파른 성장을 이뤘고, 대한민국 4대종교로서의 위상을 세우는 데 기여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군종 승인 17년을 맞이했다. 

지금 원불교 군종의 모습은 어떠한가? 세상을 걱정해야 할 종교가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걱정의 시선을 받는 시대에 원불교뿐 아니라 기독교, 천주교, 불교의 군종 상황 또한 과거와 같은 희망을 노래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교화 어려움의 요인으로 환경을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냉철한 가운데 나의 고백을 하자면,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고민 없이 안일한 자세로 지내왔던 시간을 참회하고 반성하는 요즘이다. 

어린아이와 초등학생들은 조금 철없는 생각과 행동을 해도 모든 사람이 넓은 아량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중학생이 되어 철없는 모습이 보이면 혹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와 함께 적절한 지도를 하게 된다. 고등학생이 되면 어떤가? 삼 형제를 키운 우리어머니가 “형이 사춘기 고등학생일 때 훈계를 하던 중 대들었을 때 ‘이제는 감당이 안 되겠구나’ 하는 감상이 들었다”고 한 말을 떠올려본다. 

이처럼 17살이 된 원불교 군종은 더이상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교단의 모든 원력을 총동원해 낳아주고, 온갖 정성을 다해 지금까지 사랑과 응원으로 길러준 은혜에 보은하며 당당한 성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없이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 의미를 담아 올해부터 강원교구를 벤치마킹해 군교화 전담교무들이 온라인으로 아침 일과를 함께하고, 군종 승인 기념주간을 지정해 1주일의 군종 승인 감사와 평화기도를 진행했다. 평화기도 마지막 날에는 중앙총부 일요예회를 군종교구에서 주관해 군종 승인 유공인 국서인 교도의 절박했던 승인과정 회고담과 군종승인 이전부터 최연소 원무이자 현역 군인으로서 군 예회를 개척한 군종 1호 조성원 원무의 교화담, 그리고 여섯 번째 군종장교로 입대하는 황현진 교무의 인사를 통해 ‘이제부터 시작’이라 하셨던 첫 마음을 다시 챙기는 기회를 마련했다. 

철부지 어린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원불교 군종을 보며, ‘자력을 공부삼아 양성해 군종으로서 면할 수 없는 자기의 의무와 책임’을 나부터 실천하고자 다짐하고 교화 서원을 확고히 하는 것으로서 올해의 군종승인을 기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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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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