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막고 천지보은을 위한 진실된 실천은 나무심기다. 원불교환경연대의 ‘나이만큼 나무를 심자’ 캠페인은 매월 1회 나무와 만나는 칼럼으로 독자를 만난다. 
 

박지현 활동가
박지현 활동가

원기108년 4월 1일 원불교 영산성지에서 의미 있는 나무심기 행사가 열렸다. 오얏, 록리, 미선나무 등 이제는 거의 사라져 이름도 생소해진 멸종위기에 대한 토종나무 위주로 숲을 만들었다. 원불교환경연대 ‘나이만큼 나무를 심자’ 사업단(이하 나나무 사업단)이 주최하고 산림청의 협조로 원불교 영산성지사무소, 원불교 영광교구, 민들레세상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과 서울에서 참석한 시민들이 함께 나무를 심었다. 

‘천지보은 성지숲’이라 이름 붙인 이 작은 숲에는 돌배, 참배, 신배, 개암, 꾸지뽕, 노각나무, 정향나무, 토종 모과, 팥꽃나무 등 10가지가 넘는 다양한 종류의 토종나무가 자리 잡았다. 작년부터 나나무 사업단은 단일종 나무심기가 아닌, 보다 생태적이고 ‘생물다양성’을 복원할 수 있는 숲을 조성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나무들은 대부분 수입종과 유전자 개량종 나무들인 것과, 주변 환경과 식생을 고려하지 않은채 획일화된 나무심기 행사만 범람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그래서 토종과일나무 살리기 모임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다양한 종의 토종나무를 확보, 민간단체로서는 최초로 영광에서 첫 토종나무숲을 조성하게 됐다. 

우리 고유의 식물종들은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 급속한 경제 개발을 거치며 거의 멸종됐다. 또한 서양과 일본에 대부분 종자를 도둑맞아 우리나라 자생 식물임에도 일본인이나 서양인의 학명이 붙은 채 소유권을 뺏긴 상황이다. 공식 기록만 1984년부터 5년간 미국 국립수목원의 주도로 950종, 6,000점 이상의 식물이 밀반출되었고, 일본의 침탈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와 시민들은 처음 접하는 우리 토종나무에 대해 배우며 수탈의 역사 속에 식물자원 침탈의 아픔을 되새겼다. 고무적인 부분은 산림청에서 공급해준 우리 토종 소나무는 북한 삼림 황폐화를 돕고자 남북 협력 차원에서 북한에 보내기 위해 토종 종자를 찾아 키운 나무라는 점이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생물다양성, 한반도 평화라는 소중한 의미들이 담긴 토종나무숲이 전국에서 최초로 영광에 조성된 데 대해 참석한 이들은 “긍지와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원불교 협업의 시너지도 톡톡히 느낄 수 있었다. 교정원 정보전산실이 후원하고, 원불교 영산성지사무소는 기꺼이 성지숲을 위한 터를 내주었다. 영광교구와 영산선학대, 민들레지역아동센터는 행사를 위해 적극 협조해주었다. 덕분에 나무심기가 잘 마무리될 수 있었다. 이제, 이곳이 지역의 명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잘 관리하는 숙제가 남았다.

나나무 사업단은 탄소 저감을 위한 나무심기 뿐 아니라, 작년 생물다양성 협약 회의 이후 국제사회에서 중요 아젠다가 된 ‘생물다양성-Biodiversity’ 복원을 위해 우리 토종나무 심기 사업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 

/원불교환경연대

[2023년 4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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