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일원상) 이름표를 붙여 내 가슴에~ 확실한 사랑의 도장을 찍어~ 이 세상 끝까지 나만 (일원상) 사랑한다면~ 확실하게 붙잡아~.’

추부교당의 토요법회, 일원상을 향한 사랑 고백이 트로트 선율에 얹어졌다. 수줍은 사랑 고백이 이리 행복할까. 교무도 교도도 얼굴이 환한 봄꽃이다. 가슴에 일원상 이름표를 붙인 교도들은 영주, 청정주, 반야심경 등 독경에 담긴 뜻을 헤아린다. 별도로 제작한 한글독경집이 있기 때문이다.

교도들의 세정을 살펴 토요일에 법회를 보는 추부교당, 그 맛깔스런 교화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교도와 함께 하는 백일기도
원기106년(2021) 18대 교무로 부임한 박성은 교무는 제일 먼저 백일기도를 결제했다. 교도들 개인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참석 가능한 요일을 정해 ‘교도들과 함께하는’ 백일기도를 진행했다. 기도가 끝나면 자연스레 교도들과의 차담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백일동안 교도들의 세정을 충분히 살폈다. 그동안, 전임 교무들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이는 교당사를 함께 나누고, 선후진의 윤기가 건네지는 기연이 됐다.

한중근 교도회장은 “연세가 많은 교도님들을 위해 교리를 쉽게 풀어주고 전해주는 교무님의 설법이 가장 자랑스럽다”면서 “교도들의 공부심이 깊어지고, 교당환경이 달라진 것이 큰 자랑거리”라고 소개했다. 교무와 교도가 서로서로 세정을 살피는 마음, 그 마음 안에 교화의 씨앗이 소중하게 움트고 있다. 
 

예쁜 정원, 인연이 맺어지다 
예쁜 울타리가 눈에 띄는 추부교당의 정원, 그러나 부임 초기 교당 곳곳 여러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도로변에 위치해 수시로 차량과 사람들의 통행이 잦았고, 도로와의 경계가 없다 보니 하교길에 아이들이 교당 마당으로 지나다녔다. 그러나 박 교무는 이런 취약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했다. 

“천도재에 올렸던 화분의 꽃을 정원에 심어 영가들을 기념하고, 교당 정원을 지역과 공유해 꽃 공양이 되게 하자는 의견에 교도님들이 기쁘게 따라 주셨어요. 울타리를 만들고 꽃을 심으니 지나다니는 마을 분들이 ‘예쁜 정원이 생겨 좋다’고 인사를 건네주고, 하교길 아이들과도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게 됐죠.” 박 교무는 지역교화의 보폭을 한 걸음 더 넓혔다. 교당을 도서관으로 만들고, 지역민에게 꽃을 선물해야겠다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봄’을 선물합니다
박 교무는 지인들에게 ‘책장에서 잠자고 있는 책을 보내주세요’라는 홍보글을 올렸다. 대각개교절을 기점으로 교당 마당에 ‘봄을 선물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책과 200개의 꽃 화분 나눔을 준비했다. 

단순히 꽃 화분과 책만 나눠주면 인연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듯해서 스토리텔링이 되도록 기획했다. 다음해 대각개교절에는 원불교 3행시를 짓게 하고 다음날 당첨자를 골라 교당 마당에 공지문을 붙였다.

당첨자에게는 지역상품권을 선물했다. 당첨된 아이들은 혼자만 오지 않았다. 6~7명 친구들과 함께 왔고, 법당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교도회장의 응원도 받았다. 학생들의 마음에 ‘원불교’의 새순은 이렇게 파릇하게 돋아났다.

책 나눔도 값진 의미가 있다. 박 교무는 “책 나눔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던 계기는 동참의 힘이다. 교무님들이 트럭을 빌려 책과 책장까지 싣고 교당에 가져다줬고, 군종교구에서도 큰 도움을 줬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추부교당은 일 년에 두 번 북드림(Dream) 잔치를 진행한다. 한 사람이 3권씩 책을 골라 가져갈 수 있도록 법당에 책을 펼쳐둔다. 교당은 이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지역교화를 위한 혈심의 정성, 그 끝이 있을까. 추부교당은 다목적으로 법당을 활용하기 위해 책상과 의자를 바꾸고, 한 켠에 찻집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역민들과 나누는 ‘마음한잔’이 갊아진 공간이다.
 

몸과 마음의 성장 공간, ‘마음 한 잔’
‘마음 한 잔’은 누구나 차 한잔하러 오는 공간, 몸과 마음의 치유와 성장 공간, 지역사회 주민 간 소통과 나눔 공간이다. 메뉴판을 들여다보자.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마음을 나누기 위한 ‘소리한잔’, 글 치유와 소통을 위한 ‘글한잔’, 에너지를 열어주는 여래봉요가선을 배우는 ‘비움한잔’, 그림으로 알아보는 나의 마음 ‘그림한잔’, 나의 수행코드를 확인하며 몸의 균형찾기(교정요가) ‘아하한잔’이 지역민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모두 마음공부를 맛보게 하기 위해 시도하는 메뉴다.

추부교당은 청소년교화를 위한 걸음도 멈추지 않는다. 마음공부와 명상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 교무는 지난해 단독으로 청소년 교당스테이를 진행했다. 청소년교화에 대한 스스로의 마음을 다지기 위해서다. 교당에서 맞춤별 수업으로 여래봉요가와 절 수행을 지도하고 있는 박 교무는 유튜브 채널 ‘아하성은’도 운영하고 있다. 요가와 마음공부 책 출간 또한 계획하고 있다. 

“교당은 지역사회에 도움이 돼야 하고, 교무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수행공동체의 멘토가 돼야 한다”는 자신의 서원을 실천하고 있는 박 교무. 5급지 교당, 원불교 추부교당이 지역사회 교화를 위한 변화를 시작한다. 문턱은 낮게, 공간은 넓게, 만남은 깊게.
 

[2023년 4월 1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