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태산 대종사가 사용했던 회중시계Pocket Watch, 1940, 4.5㎝ × 30.5㎝
소태산 대종사가 사용했던 회중시계Pocket Watch, 1940, 4.5㎝ × 30.5㎝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댕댕댕. 매시 정각이 되면 시간에 맞춰 타종을 하는 괘종시계. 어릴 적, 내 키 만한 괘종시계는 우리 집 거실 가장 중요한 자리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긴 추가 달려있어 주기적으로 태엽을 감아 밥을 줘야 하는 이 멋진 시계는, 태엽 돌리는 소리가 좋아 일명 밥 주는 당번을 자처했었다. 

대학 시절 내 방 벽에 걸린 건 뻐꾸기시계. 시간마다 둥지 문을 열고 나오는 뻐꾸기도 신기했지만, 시간 맞춰 숫자대로 뻐국~ 울어주는 것이 더 신이나, 손가락 꼽으며 뻐꾹 소리를 세어보곤 했다. 당시 그 많던 뻐꾸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시간을 훨씬 더 거슬러, 소태산 대종사가 조끼 주머니에 소중하게 넣고 다니면서 시간을 보았던 시계가 있다. 시침과 초침이 분리돼있는 휴대용 회중시계, 품을 회(懷)자를 써서 회중(懷中)이란 ‘품속’이라는 뜻이란다. 소태산 대종사는 당시로는 극히 희귀한 회중시계를 구인제자들에게도 사주었다. 단원들의 기도시간이 조금도 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원기4년(1919), 방언공사 후 시작한 법인기도에 관한 교사를 보면 ‘기도 당일에는 오후 8시 안으로 일찍이 도실에 모여 대종사의 교시를 받은 후, 9시경에 기도 장소로 출발하게 하였다. 기도는 10시부터 12시 정각까지 하며, 기도를 마친 후 또한 일제히 도실에 돌아오되, 단원들이 각각 시계를 가져, 기도의 시작과 그침에 서로 시각이 어긋나지 않게 하였다’라고 나와 있다.

대각의 달 4월, 소태산 대종사가 제자들에게 사주신 시계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시계는 ‘때’를 알기 위한 것. 소태산 대종사는 우리에게 어떤 ‘때’를 말씀해주고 싶으실까. ‘물질이 개벽된 때, 정신을 개벽할 때다.’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할 때다.’ ‘한 마음 한 기운으로 똘똘 뭉쳐서 기도하고 창생을 제도할 때다.’ 뉴트로 시대, 소태산 대종사의 그 시계가 우리 가슴에서 영원히 째깍거리며 돌아가기를.

[2023년 4월 1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