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다시, 여행의 시대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가장 누리기 어려웠던 일상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TV만 켜면 국내외 여행 관련 다큐며 예능이 판을 치고, 신문이나 잡지, SNS도 여행 콘텐츠 천지다. 3년 동안 억눌렸던 여행 욕구가 폭발하는데다, 언제 또 다른 팬데믹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 그간 발견된 핫플에 대한 궁금증 등이 여행 소비로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주말에 여행을 가면, 종교는 마냥 위기일까. 물론 비대면에 익숙해지며 종교활동에 공간의 제약을 느끼지 않게 된 교도들은 여행을 선택하기도 한다. 허나 동전의 양면처럼, 이는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 특히 곳곳에 교당 및 기관, 훈련원이 있는 ‘전국구’, ‘세계구’ 원불교에는 더 그렇다. 비교도들에게는, 세계 곳곳, 대도시 한복판에서부터 궁촌벽지에까지 두루 건재한 교당들을 보여줄 수 있다. 여행가는 교도들을 그 지역 교당과 연결할 아이디어와 힘만 있다면, 지금 이 여행 열풍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화에 든든한 아군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여행열풍, 핫플은 서울, 바닷가도시, 일본· 베트남
국내외 곳곳에 교당있는 원불교엔 여행교화 시작할 기회

온라인 여행․교통 거래액 137.4% 증가 
먼저 대한민국은 얼마나, 어디로 여행가고 있을까. 2023년 2월, 우리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두 배 이상 여행을 떠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온라인 여행․교통 서비스 거래액은 1조8275억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137.4% 늘었다. 2017년 통계 개편 이래 역대 최대폭 증가다. 온라인 문화․레저 서비스 거래액도 97.7% 증가로 거의 두 배다. 

여행 플랫폼 아고다는 2023년 1~2월 사람들의 검색어를 분석했다. 국내에 서는 제주와 서울, 부산이 탑3에 이름을 올렸고, 특히 내국인들의 ‘서울여행’이 늘어난 점이 주목을 받았다. 상위 10위 안에 바닷가 도시가 대거 포함된 것도 인상적이다. 부산(3위)에 이어 속초(4위), 강릉(6위), 여수(7위), 거제도(10위)가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며, 관광의 강호 경주(5위)와 전주(9위)는 자녀들의 역사 및 문화 여행으로 선호됐다.

해외여행지는 어떨까. 한국관광데이터랩에서 지난해 각국의 한국인 입국 자료를 정리했다. 1년 동안 한국인이 많이 갔던 나라는 1위 일본(101만명), 2위 미국(92만명), 3위 베트남(77만명) 순이었고, 그 뒤로 태국(54만명), 필리핀(43만명), 싱가포르(22만명) 순이다.  

특히 일본여행은 날로 핫하다. 강제동원 배상안 문제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에도 불구, 2023년 1~2월 113만3800명의 한국인이 일본에 다녀왔다. 이는 방일 외국인 관광객 중에서도 압도적인 수치로, 2위 타이완을 두 배 이상 차이로 따돌렸다.

가고 싶은 해외여행지도 살펴보자. 아고다에 따르면 검색 1위는 베트남 다낭, 2위는 일본 오사카, 3위가 베트남 나쨩(나트랑)이었다. 견문을 넓히거나 문화를 체험하는 것보다, 온화하고 가까운 곳에서의 휴식이 선호됐다. 또다른 플랫폼 호텔스닷컴에서는 약간 다른 결과를 내놨다. 1위 일본 도쿄, 2위 일본 오사카, 3위 괌 타무닝 순이다.
 

해외에선 원불교 존재만 알려도 교화
국내외 인기있는 여행지나 실제로 많이 가고 있는 도시들, 즉 뜨는 여행지에는 거의 원불교 교당이나 훈련원이 있다. 이제 더 많은 여행객들이 국내외 여행지에서 일원상을 만난다는 의미다. 해외 교당에서는, 한국인이 많이 오는 시즌에 플래카드나 SNS 등으로 해당 지역의 정보를 전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만하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교도나 교당 이웃들을 홍보해주는 방식도 도움이 되며, 존재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원불교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국내여행은 좀 더 세밀하게 볼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발표한 2023 여행트렌드가 힌트다. 올해의 여행트렌드는 총 6가지로, 로컬, 아웃도어레저, 농촌, 친환경, 체류, 취미다. 지역 맛집이나 특산품,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이 뜨며, 걷기, 등산, 서핑 등의 레저에 집중한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로컬관광이다. 유행이 아닌, 취향에 맞는 새로운 여행지를 탐색하는 스타일이다. 58.8%가 로컬관광에 의향이 있는데, Z세대 62.9%, X세대 62.1%로 젊은 세대가 더 원한다. 지역특산품 체험(52.7%), 지역생태 체험(46.6%), 살아보는 여행(34.9%) 등의 고유 콘텐츠에 관심이 크며, 지역으로는 강원(47.6%)이 제주(46.8%)와 부산(32.6%)을 앞섰다.

농촌여행의 인기는 ‘촌캉스’, ‘시골여행’의 언급량으로 증명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언급량이 36% 증가했고, 특히 Z세대(54.3%)와 X세대(49.8%) 등 젊은 세대에 인기다. 아궁이 불지피기, 한옥숙박, 다육식물심기, 피자&찐빵만들기 등이 SNS에서 연일화제다. 

이 두 컨셉은 지방이나 시골 교당에서 활용해 볼 만하다. 지역특산품이나 맛집, 숙소 분야의 교도들과 연결해 홍보할 수 있고, 교당 자체를 촌캉스 장소로 꾸밀 수도 있다. 교단이나 교구에서 시범 교당을 선정, 기본 셋팅부터 SNS 홍보까지 전문성 있게 투자한다면 이 여행트렌드를 주도하는 핫플도 꿈 꿀만 하다.

여행 온 김에 여기 교당 챌린지
여행에 대한 선호는 세대별로도 뚜렷하게 다르다. 6070, 4050, 2030 교도들과의 훈련이나 여행을 계획할 때, 이런 속성들을 녹여내보자. 산업화세대는 환경과 사회에 대한 기여를 중시하고 소박한 여행을 추구하며, 베이비부머세대는 취미여행과 단기여행을 선호한다. X세대는 현지 일상을 구석구석 체험하는 로컬여행, 올드밀레니얼세대는 취향 및 교양 함양과 자기계발 추구, Z세대는 타인에게 보여줄 만한 색다른 여행을 원한다. 

국내선호여행지 10위에 랭크된 거제에 거제훈련원이 신축되고, 신혼여행지 및 Z세대 선호 해외여행지 1, 2위를 다투는 하와이의 새삶훈련도 8월 열린다. 여행길마다 가까운 교당에서 법회를 보는 ‘여행 온 김에 여기 교당 챌린지’라던가, 마지막 코스로 그 지역 교당에서 교도의 특산품을 사오는 일, 아니면 혹 올지 모를 교도여행자를 위해 교당 입구에 방명록을 두는 것은 어떨까. 다시 여행이 일상이 되는 시대, 여행은 신앙이자 교화가 될 수 있다.

[2023년 4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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