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부산진구가야청소년센터장
이주영 부산진구가야청소년센터장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학교는 팍팍하고 집은 불편하다. 2023년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선생님! 오늘 걔 때문에 화가 또 났는데요. 걔도 미안해하는 것 같아서 봐줬어요~ 잘했죠?”

하교 후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맞이해주고, 다양한 세상과 변화를 보여줘 꿈을 꾸게 하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들어주는 곳. 지금 우리 사회 청소년들의 쉴 곳은 청소년센터다.

오늘도 부산진구가야청소년센터 문이 벌컥 열린다. 이주영 센터장(법명 원경․화명교당)을 비롯한 청소년지도사들에게 달려와 종알종알 학교며 가정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청소년들. 그들에게 청소년지도사는 친구이자 언니, 이모, 엄마, 할머니 그리고 세상 다정한 그 이름 모두에 해당한다.

우리 사회 청소년들의 쉴 곳
“요즘 청소년들은 참 외롭습니다. 24년째 청소년들을 봐오는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특히 두 가지, ‘친구’와 ‘꿈’이 없는 것 같아요. 친구가 없어 외롭고, 꿈이 없어 외롭죠.”

맞벌이, 편부모, 조손가정 등이 많아진 데다, 삶이 워낙 팍팍하다 보니 부모도 아이들에게 신경을 못 쓰고 더러는 방치한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로 인해 부대끼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 그 빈 곳을 헤아려 사람의 체온으로 보듬는 것이 바로 이 센터장의 일이다.

금곡청소년수련관부터 24년째, 첫 해 만났던 고등학생이 아이를 낳아 다시 센터에 보내는 세월만큼을 그는 청소년과 함께 해왔다. 은퇴를 생각할 나이에, 그는 지난해 부산진구가야청소년센터장을 맡으며 또 한 번 문열이를 해냈다. 그간의 수많은 시행착오가 재산이었고, 수없이 인증받은 좋은 프로그램들도 그의 뒷배였다. 중학생 방과후아카데미 ‘꿈틀’과 초등학생 통합 방과후학교, 그리고 특성화사업인 청소년인성함양프로그램 ‘심심(心心)해(解)요’까지. 부산진구가야청소년센터는 이례적으로 빠르고 안정적으로 지역에 스며들었다.

“아이들이 학교 끝나면 갈 데가 없어 학원을  돌거나, 그게 아니면 그냥 놉니다. 그런 아이들이 센터에 와서 숙제도 하고, 프로그램도 하고, 또 저녁도 먹는 게 ‘꿈틀’이에요. 
 

지난해 문 연 가야청소년센터, 1년 만에 지역사회 안착 
금곡청소년수련관 문열이부터 24년째 청소년과 동행
모두 내 자식처럼, 원불교 ‘타자녀교육’에서 힘 얻어

통합 방과후학교는 구내 9개 초등학교와 손 잡고, 학교에서는 하기 어려운 수업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토요일 드론, 웹툰, 요리, AI, 코딩, 로보마스터, 드럼 등의 트렌디하고 활기찬 프로그램이 돌아가는데, 센터에서 버스를 보내 아이들을 데려온다. 가장 인기있는 수업은 요리와 드럼이라고.

“올해 더욱 확대할 프로그램이 ‘심심해요’입니다. 원불교 심심풀이에서 가져왔는데, 금곡청소년수련관이나 북구진로교육지원센터, 그리고 마음토닥청소년센터를 통해 학교 현장에서 충분히 검증됐고, 상도 많이 받은 공신력 있는 프로그램이죠. 인성에 대해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전하고, 또 진솔한 이야기도 끌어냅니다. 결국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프로그램이에요.”

청소년교화 현장에서도 심심풀이를 적극 활용하면 좋겠다는 이 센터장. ‘심심풀이’는 특강, 훈련이나 캠프 형식으로 다양하게 쓸 수 있는, 가장 원불교답고 검증된 프로그램이라고 짚는다.

심심풀이, 가장 원불교다운 프로그램
청소년시설 24년을 비롯, 올해로 30년째인 교단과의 인연은 이렇다. 원기79년(1994) 사촌언니인 故 이지명 교무의 소개로 부산울산교구 예지원 한글교사가 됐다. 문맹인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남산교당에서 그 역시 원불교에 눈을 떴다. 금곡청소년수련관이 문을 열며 총무로 근무를 시작한 것이 원기85년(2000), 청소년과의 동행은 그로부터였다. “내가 잘 모르니 할 일만 똑바로 잘하자”는 첫 마음이 무색하게, 이내 청소년들에게 푹 빠져버렸다. 금곡청소년수련관에서는 누구나 한마음으로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했으며, 참 재미있었다. 

“하루 이용객이 몇 천명이었고 아동부터 청소년, 일반 프로그램까지 수업만 50개가 넘었어요. 당시 이경서 교무님이 얼마나 청소년교화를 잘 하셨는지 입교하는 아이들도 많았고요”

늘 아이들 편에서, 더 많은 아이들과, 더 재미있고 행복하게. 남의 아이도 모두 내 자식처럼 품는 이 센터장. 이 온화하고 다정한 힘은 어디서 왔을까. 흔들림도 두 마음도 없이 아이들만을 향하는 마음의 근원은 원불교 ‘타자녀교육’이다.

“요즘은 부모들이 내 아이만 생각하는 일이 많습니다. 전에는 ‘옆집 애도 뒷집 애도 우리 애랑 같이 큰다’는 개념이 있었는데, 이제 남의 아이는 진짜 ‘남’으로 여기죠. 센터 입장에서는 난관에 부딪힐 일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원불교 ‘타자녀교육’을 떠올려요. ‘그 정신으로 교단에서 삼동청소년회를 만들고 많은 아이들을 키워오셨구나’를 생각하면 방향이 보이고 힘이 생기죠.”

“원불교인이니 역시 다르다”
오랫동안 교무가 담당해온 청소년시설에 몇 없는 재가 기관장. 그야말로 ‘잘해야 본전’인 자리에서 그가 받고 싶은 평가는 바로 “원불교인이니 역시 다르다”이다. 이는 청소년, 학부모 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청소년지도사에게도 듣고 싶은 말이다. 인공지능이며 로봇이 직업들을 대체해도, 청소년지도사만큼은 사람이 해야 하는 일. 그가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고, 또 아이들을 대하는 지도사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은 그야말로 큰 스승이다. 

오늘 아이들의 외로움과 고민은 어디에 있었을까. 학교와 집 사이, 교사와 부모 사이, 그리고 청소년의 마음과 세상 사이를 잇는 작고 낮고 둥근 디딤돌 하나. 이 센터장은 오늘도 그 디딤돌 하나를 놓았다.

[2023년 4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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