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108년 전 소태산 대종사는 ‘불법의 시대화·생활화·대중화’를 지향하며 미래종교로서 원불교가 가야 할 지침을 밝혔다. ‘시대화·생활화·대중화’는 소태산 대종사 시대뿐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미래에도 계속적으로 유효할 원불교의 방향이자 길이다. 이에 〈원불교신문〉에서는 대각의 달을 맞아 ‘이 시대 원불교열린날의 의미’를 주제로 좌담을 진행했다. 본 좌담은 4월 11일 줌(Zoom)으로 진행됐으며, 이주연 교무(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정주영 교무(배내청소년훈련원), 구일승 교무(충경교당), 박예성 교무(잠실교당)가 참여했다. 본 좌담은 4월 셋째 주와 넷째 주에 걸쳐 총 2회 게재된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구일승 교무, 장지해 기자, 이주연 교무, 정주영 교무, 박예성 교무.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구일승 교무, 장지해 기자, 이주연 교무, 정주영 교무, 박예성 교무.

대각의 달 4월을 맞이한 소감이 어떤가.
박예성: 대각의 달을 어떻게 전할까 하는 고민을 주로 했지, 스스로 어떻게 맞이할까를 생각하지는 못했는데 좌담이 좋은 기회가 됐다. 4월 청년법회의 콘셉트는 ‘대각’으로, 일상의 작은 깨달음은 무엇이고 개교할 정도의 큰 깨달음은 무엇인지 청년들과 법회로 풀어가고 있다.

이주연: 좌담 초청을 받고 4월을 실감했다. 평소 나름대로 한순간 한순간을 깨달음의 시간으로 여기지만, 4월을 맞이해 작은 깨달음들을 모아 큰 바다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주영: 배내에서 맞는 4월은 바쁨의 의미가 조금 다르다. 봄을 맞아 밭작물을 심고 농작물을 가꿔야 하기 때문이다. 새싹이 돋기 시작하는 자연을 보면서 ‘소태산 대종사께서 왜 이때 대각을 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천지 기운이 모두 깨어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때에 소태산 대종사께서 대각하신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구일승: 4월로 달력이 넘어간 지 오래지만, 깨달음보다는 부대에 어떤 선물로 원불교열린날의 의미를 전할까 하는 현실적 고민을 하고 있다.

108년 전 혼란한 시기, 소태산 대종사의 깨달음에 담긴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나.
정주영: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본원 자리를 확실히 알았다. 마음자리와 불생불멸의 진리를 전해주기 위해 어릴 때부터 그렇게 고민했고, 그 결과 깨달음까지 얻은 게 아닌가 싶다. 본원 자리를 찾을 수 있는 공부법을 우리에게 알려준 것이 큰 의미고, 그래서 감사하다.

이주연: 소태산 대종사님의 깨달음은 ‘은혜’에 대한 깨달음이다. ‘도 얻은 경로를 돌아보니 부지중 사은의 도움이 있었다’고 했고, 교리도의 서두에 사은을 배치해 자신만의 깨달음의 세계를 표현하고 선언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본원의 이치를 시대에 맞게 ‘은혜’라는 색으로 바꿔서 말했다. 파격적 행보다. 요즘에 비유하면 ‘사상계의 BTS’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웃음)

구일승: 깨달음을 혼자 즐기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데 소태산 대종사의 깨달음의 의미가 있다. 미처 깨닫지 못한 이들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며 얼마나 수많은 밤을 보냈을까. 군대에서 원불교를 전할 때 ‘개교표어’는 어려운 느낌이라 <불법연구회규약> 서문에 쓰인 ‘신선한 생각 새로운 태도’를 자주 인용한다. ‘신선한 생각 새로운 태도’를 전해줄 때 소태산 대종사의 깨달음의 의미가 살아나겠다는 생각이다.

박예성: 소태산 대종사께서 밝혀준 법에는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해’라는 경고성 메시지가 들어있다. 정말로 방심하기 쉬운 시대가 됐다. 그래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가 더 와닿는다. 진리는 과거나 지금이나 같지만, 우리는 이제 다르게, 자세하게, 확실히 깨달아 살지 않으면 안 된다. ‘인격’에 있어 지금이 골든타임인 것 같다.

원불교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일까.
정주영: 본원 자리를 찾을 수 있는 공부법이 있다는 것, 그게 원불교의 가장 큰 강점이다.

구일승: 많은 장병이 ‘원불교는 사실적이고 합리적’이라는 데 호기심을 갖는다. ‘초월적 존재가 죄와 복을 주는 게 아니라 만나는 사람과 주고받으며 죄와 복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사은이며 인과보응의 신앙이다. 세상을 살아갈 때 마음의 힘이 필요한데 그것이 삼대력이다’라고 하면 모두 끄덕인다. 그런 부분에 호기심을 갖고 다가오기도 한다.

박예성: 우리 교리 자체가 강점이다. ‘내가 정말 제대로 살려면 이 교법을 공부하고 실천해야겠구나’하는 울림이 세상에 퍼지면 소태산 대종사님의 깨달음의 의미도 함께 전해질 것이다.

원불교의 시대화·생활화·대중화는 과거 현재 미래에 계속 유효한 가치일 텐데.
정주영: 시대화·생활화·대중화는 결국‘실생활에서 어떻게 원불교를 잘 알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지난달에 부산 영도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실습을 했다. 편부·편모, 다문화, 주의력 결핍 등 다양한 상황의 아이들을 만났다. 일반 교당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조금 다른 상황이 많다 보니, 이런 아이들에게는 인과나 은혜 발견 같은 원불교 교리를 어떻게 전해줘야 하는지 고민이 됐다. 그동안 말로만 시대화·생활화·대중화를 해야 한다고 했던 게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시대화·생활화·대중화는 단번에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 같다.

이주연: 이전의 농경사회는 단순한 삶의 원리가 지배하던 시절이었기에 선악 업보에 따른 결과에 따라 우리 삶도 영속성을 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코로나19나 10.29(이태원)사태 등은 단순한 원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 완전한 답을 아직 얻지는 못했지만 <정전>을 보면서 ‘배은자의 장난으로 인하여 모든 동포가 고해 중에 들게 될 수 있다’고 한 부분에 주목하게 된다. 삶과 문제의 형태가 다양해진 상황에 맞는 교리 해석과 접근에 고민이 필요하다.

구일승: ‘생활종교’라는 표현은 ‘삶에 도움이 되는 종교’로 이해된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당시 부족했던 부분을 혁신했다. 원불교는 삶에 도움을 주는 종교로서 역할할 때 빛이 난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시대를 진단하고 그 해결책으로 원불교 문을 열었다. 우리가 갈 길은 명확하다. 삶에 도움이 돼야 하고, 육신과 정신을 성장시켜줘야 한다. 우리가 정말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다.

박예성: 현재와 미래 시대를 내다보고 그 시대 사람들의 수준에 맞게 교법을 잘 풀어내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그러려면 소태산 대종사님 정도는 아니어도, 지혜와 경륜과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선각자가 나와야 한다. 교단 내 지성인뿐만 아니라 사회와 시대의 지성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세상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함께 고민하며 비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중앙의 장기적 비전과 방향 제시에 따라 각 현장에서 유연한 교화정책을 펼쳐간다면 시대화·생활화·대중화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리라 본다.(다음호에 계속)   

※ ‘가치 있는 수다’는 ‘가볍고 치우침이 있는 수다’의 줄임 표현이다. 이슈와 주제에 따라 세대별, 연령대별, 기타 그룹별로 모여 조금은 치우친, 하지만 그러기에 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한다.

[2023년 4월 19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