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혜
박승혜

[원불교신문=박승혜] 한 연구를 통해 웃는 얼굴 사진을 흉내 내거나 입꼬리를 바짝 올린 실험 참가자들의 행복지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위적으로 웃는 표정을 지어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소를 가득 띤 표정을 지은 상태에서 화가 치미는 감정을 느끼기는 정말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자세를 바꾸기만 해도 상당 부분 감정을 바꿀 수 있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자세를 2분간만 취해도 몸에서는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 활기차고 적극적인 기분이 된다. 반대로 움츠리는 자세를 취하면 무력하고 위축된 기분이 든다. 

마스크를 벗은 사람이 점점 늘고 있지만, 방역의 이유가 아니더라도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쓰고 있다. 학생들은 마스크 벗기를 영 어색해하며 마치 몸의 일부인 것처럼 쓰기도 하고, 마스크 벗은 얼굴을 처음 보게 되는 경우 ‘바로 이 얼굴이구나’를 새롭게 학습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일부 직장인이나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표정관리에 신경쓰고 싶지 않아서’ 마스크를 계속 쓰겠다고 한다. 심지어 “웃을 때 입은 가만히 있고 눈만 웃으면 되니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마스크를 벗으면 당연히 얼굴과 표정이 전면에 드러난다. 얼굴과 표정은 한 사람의 삶의 궤적, 건강상태, 성격, 태도, 오늘의 기분, 순간의 느낌 등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우리는 한동안 마스크 속에 감췄으나 이제는 드러난 표정을 유심히 관찰해 알아차리고 감정과의 연관성, 행복감 증진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감정은 생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고 몸으로 느낀다.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이 아파옴, 목이 메임, 가슴이 미어짐, 온몸에 소름이 돋음, 손이 바르르 떨림, 손발이 오그라듦, 오금이 저림, 가슴이 뻥 뚫림, 얼굴이 붉어짐,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픔, 뛸 듯이 기뻐함 등 모든 감정은 몸의 변화를 야기한다. 아니, 몸에 일어나는 변화와 움직임, 그 자체가 감정이다. 

그러므로 감정 조절은 몸을 민감하게 살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후 평온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려면 자세와 표정과 몸의 움직임을 유념하고 연습해야 할 것이다.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억지로 웃는’표정 짓기는 피곤하고 자연스럽지 않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효과를 생각하면 그리 간과할만한 일이 아니다. 우리 인간은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고 사는가? 멋진 몸매를 만들고 근사한 공연을 보고 해외여행을 가고 소문난 맛집을 찾아가는 일도 기분을 상승시키기 위한 행위가 아니겠는가? 소소한 즐거움 너머로 영적인 성장과 자아실현, 진리를 깨우침 등의 거대한 목표를 추구하는 것도 역시 평온과 자유의 지고한 열매를 맛보고 미소짓기 위함이다. 

오늘날 우리 공동체는 대립과 갈등 속에 신음하며 다가오는 앞날에 대한 희망없음, 불안함, 두려움에 몸을 움츠리고 있다. 이제 몸을 풀어보자. 나의 몸에 주의를 기울여보자.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도 기지개를 켜고 공동체를 향해 더 멀리 손을 뻗고자 한다. 내담자의 마스크에 가려졌던 표정이 밝은 미소로 드러나기를 기대해본다.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

[2023년 4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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