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부산대법회 준비위원장, 삼하나운동 주역.
“마음에 어른이 없는 이와는 대사를 도모할 수 없다.”
삼하나농원, 농장 체험 통한 교화 공간 마련.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지금 합천 황매산 자락에 뜻을 함께하는 도반들과 삼하나농원이라는 농장을 마련했는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무시선 공부터입니다.” 

김우성 전 수위단원(광안교당)은 여든에 가까운 원로임에도 교법 실현과 교단 부흥을 위한 고민, 그리고 교화를 위한 활동으로 여전히 바빴다. 원불교의 호법수위단원과 부산교의회의장, 광안교당 교도회장을 역임한 그는 교단을 위해 헌신해온 시간만큼 교단 세정을 잘 알고 있었으며, 어떤 이보다도 애정이 깊었다. 

그 때문인지 재가출가 교도들에게 원로로서 후진들을 격려했고, 모두가 교단의 주인으로 함께 나아가길 바라는 염원이 누구보다 컸다. 마치 큰 산맥의 울타리가 되어 교단을 지켜주는 듯 힘이 느껴진다.
 

‘2000년 부산대법회’ 삼하나운동의 주역
김 전 수위단원이 운영하는 삼하나농원은 바쁜 현대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농장을 체험하고 또는 기도와 천도재를 올릴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재가출가 교도는 물론 일반인들도 찾아올 수 있도록 준비한 곳으로 원불교 교법을 공부하는 교화의 장이다.

김 전 수위단원은 “‘2000년 부산대법회’를 통해 부산교구 교화가 부흥을 맞았었다. 그때 교도들이 한마음으로 교화력을 선보였던 삼하나운동의 정신을 다시 살려내고자 하는 뜻을 둔 곳이 삼하나농원”이라고 설명했다.

30여 년 전 부산울산교구(당시 부산교구)는 ‘2000년 부산대법회’를 준비하며 당시 좌산종법사를 모시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원기80년(1995) 좌산종법사가 부산에 방문했을 때, 김성대 통일기원대법회준비위원장(남천교당)이 “5년 뒤 일만 대중이 모여 대법회를 열면 종법사님께서 주재해 주시겠습니까?”하고 청을 올렸다. 당시 좌산종법사는 ‘그렇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동시에 부산교구 교도들은 ‘2000년 부산대법회’를 목표하며, 교도 만명을 대법회에 참석시키기 위한 정성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대법회 준비위원장이었던 김 전 수위단원이 삼하나운동을 제안했고, 점점 확대되면서 부산교구 재가출가 전 교도가 실행에 나섰던 것이다.

“삼하나운동은 한 사람이 3명을 불공해 교화하는 방법으로, ‘잠자는 교도 한 명 깨우자! 불연 없는 사람 한 명을 불연 맺어주자! 미래를 위해 후진(청소년) 하나를 키워내자!’는 운동이에요. 2000년 부산대법회를 앞두고 교도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이뤄냈던 교화운동입니다.”

처음에는 삼하나운동 실현을 위해 교도 30명이 모여 기도단을 만들었다. 단원을 모집하면서 지원서를 받았는데, 지원서에는 불공 올릴 대상자를 세 명씩(잠자는 교도, 입교 대상, 후진 양성 교도) 선정해 이름을 써 올리고 함께 기도를 올렸다. 그렇게 30인 실천단을 만들고 또 30인 실천단이 몇 번 더 생기면서, 나아가 교구 정책으로까지 자리 잡아 부산의 전 교도가 함께 삼하나운동을 실천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렇게 삼하나운동을 기반으로 부산교구는 교화의 전성기를 맞으며, 2000년 부산대법회에는 1만 3천여 명이 모여 성황리에 꽃을 피웠다. 이후 부산교구에는 삼하나운동본부가 설립됐으며, 잠자는 교도 깨우기와 불연 맺어주기, 후진 키워내기 등의 삼하나운동은 부산교구만의 특색있는 교화 문화가 됐다.

 

“마음에 어른을 모셔야”
김 전 수위단원은 ‘어른을 모시고 살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부산대법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늘 스승님들의 격려와 지도가 있었다며 “스승님을 의지하면서 더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또 공중사를 운영할 때나 중대한 결정이 필요할 때도 스승님이 계셨기에 외롭지 않았고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제가 젊은 시절 회보에 글을 하나 쓴 적이 있었습니다. ‘중환자에게는 죽을 쒀서 줘야지 뷔페를 차려주면 되겠냐’는 다소 비판적인 글이죠. 그런데 그 이후 대산종사님을 뵙는데, 스스로 기운이 콱 막히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바로 참회했습니다.” 

그때 그는 다짐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생(生)·화(和)·육(育)으로만 말해야겠다고. 살리고 화하고 길러내는 말이어야 한다고. 그렇게 스스로 감상을 얻으면서 그는 “이런 사례가 바로 사제 간의 통하는 마음이며, 스승에게 의지하는 심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공부인의 자산이며 끝까지 서원으로 갈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한다.

“간혹 시비이해를 가리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다들 말씀을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요. 하지만 기본에 들어가서는 어른을 모시는 마음을 잊으면 안 되죠. 아무리 좋은 교법을 가졌더라도 가장 기본은 ‘스승으로부터 배움’이어야 합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내놓은 법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이도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공중사를 할 때 마음에 어른이 없는 이와는 대사를 도모할 수 없습니다.”

김 전 수위단원은 ‘도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재가출가 후진들에게 거듭 당부했다.

“기본을 잘 세워야 합니다. 무엇으로 기본을 삼겠습니까? 스승을 모시지 않고는, 성불제중 할 수 없습니다.”

[2023년 4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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