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바다,  원불교는 나의 ‘돛’


[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민다르’라는 인공지능이 설법을 하고, ‘비오 신부’라는 챗봇 인공지능이 고해성사를 듣는다. 물질 개벽된 세상, 종교계에도 파란이 일고 있다. 원불교는 개벽의 변곡점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 할 수 있을까. 그 위치에 대해 박현진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인공지능학과 교수(법명 현수·서울교당)이 말한다. “인공지능은 결국 하나의 도구일 뿐, 우리 원불교는 개교의 동기에 충실해야 한다.” 대각의 달, 우리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해야 할 과제를 다시 상기한다.

소태산이 강조한 ‘물질선용’
“인공지능은 인간의 일상을 도와주는 효율적 도구예요.” 

스마트폰 등장으로 떠들썩했던 약 10년 전처럼, 지금의 우리 사회는 챗GPT를 비롯한 대화형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연일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일반 검색과 달리 챗GPT같은 챗봇형 인공지능은 ‘문맥’을 이해하고 미묘한 인간의 감정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발전했어요.” 20여 년간 인공지능 분야 연구에 매진해온 박 교수는 요즘의 현상을 ‘소태산 대종사가 개교의 동기에서 밝힌 물질문명 개벽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표현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잘 활용하면 작은 교당이나 원불교의 세계교화에 도움을 얻을 수 있어요.” 교무가 혼자 법회를 보는 교당이나 외국인 교도가 많은 해외 교당의 경우 훈련된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다국어가 가능한 사회자 혹은 성가 반주자의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다는 것. 물질선용으로 낙원세계 건설에 앞장서자고 말한 소태산 대종사의 선구안이 실현될 수 있는 세상, 박 교수는 “그 속에 보탬이 되기 위해 계속해서 발전해 온 기존의 지식에 인공지능의 결과를 더해서 쌓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새로운 정보를 쌓는 영상처리 및 인공지능분야 전문가
“물질선용 차원에서 현 인공지능은 유용한 도구일 뿐”
한국형 챗GPT 등장 전, 원불교만의 데이터 구축 필수

 
‘치료’는 해도 ‘치유’는 할 수 없어
박 교수의 연구 분야 중 하나는 의료분야에서 기계와 전문가 판단을 모두 고려한 상호작용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이다. 기계와 전문가의 판정에는 모든 오류가 있을 수 있기에 이때 기계가 한 판정을 전문가가 확인하거나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람의 능력치를 훨씬 뛰어넘는다고 평가되는 인공지능은 사실 사람이 한 땀 한 땀 만들어낸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빠르고 정확하지만 모델 개발에 엄청난 에너지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반면 인간의 뇌지능은 훨씬 에너지 소모가 적고 데이터는 덜 필요하죠. 특히 직관이 필요한 분야의 경우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게 어려워요.” 

그는 아직 인공지능에 대한 확실한 규제가 부재한 상태라는 점에도 주목한다. “기술의 도입기에는 좋은 점만 부각돼요. 그러다 보니 기술의 발전은 빠르지만 규제는 느리죠. 우리는 이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의 시대이지만 여기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짚는 박 교수. 챗GPT 등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를 그야말로 진공청소기처럼 흡수하는데, 뚜렷한 옳고 그름이 훈련되지 않아 잘못된 정보를 흡수·배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술이 개발된 선진국에서 데이터를 주로 모으다보니 백인, 남성, 기독교 등의 데이터에 편향되기 쉽다고 설명한다. 그는 편향된 정보를 ‘인공적인 바이러스’라고 지칭했다.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기 때문에 일정부분 여론조작도 가능하다는 것. 많은 나라에서 그렇듯 박 교수 또한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의 결과에 맹신하거나 의존하는 것을 우려했다.

“인공지능이 조언을 해줄 수는 있지만, 그것도 인간이 훈련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아직은 인공지능 스스로가 생각하고 깨닫지는 못하니까요. 인공지능은 ‘치료’는 할 수 있어도 ‘치유’를 할 수는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써낸 설교가 나오고 인공지능 신부가 진행하는 온라인 미사가 생겨나더라도 ‘치유’와 ‘영성’의 영역은 고유한 인간의 역할이자 수행자의 능력임을 그는 반복해 강조했다. 
 

인공지능으로 보은하기
비교적 교도 수가 다른 이웃 종교보다 부족한 원불교는 인공지능 데이터 구축에 있어 아직 소수이며, 약자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편향된 정보나 인공적인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쉽다. 이러한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한 가지 실천 가능한 방법이 있습니다. 잘못된 기사나 정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고 피드백을 요청해야해요.” 무심코 넘긴 인터넷 속 잘못된 정보 한 줄은 인공지능에게 원불교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는 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 “지금은 외국에서 만든 인공지능이 보편화 돼 있지만, 앞으로 등장할 한국형 인공지능 환경에서는 이 활동이 큰 효과를 보일거예요.” 그의 말에 의하면 언어체계와 사용자가 다른 챗GPT와 달리 네이버나 카카오 등에서 선보일 인공지능 서비스는 원불교에 대해 검색할 비교도가 많고, 우리는 그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과 인터넷 그리고 손가락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보은으로도 적절하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과 변화의 파도가 요동치는 정보의 바다에서 꼿꼿한 항해를 펼치는 박 교수. 

그는 그러한 파란에 흔들리지 않는 이유를 “바람을 뛰어넘는 단단하고 견고한 ‘원불교’라는 돛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항해 속에 아직 발굴되지 못한 미래 기술이 있고, 앞으로 원불교가 교화를 위해 선용할 수 있는 비전이 있다.

[2023년 4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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