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혜 사무처장
조은혜 사무처장

[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더 나빠졌다. 거의 모든 곳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일상이 시작된 지 불과 20여 일이 갓 지난 4월 12일, 바로 길 건너 건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연 잿빛도시가 돌아왔다. 당시 환경부는 전국 17개 시도의 미세먼지(PM10) 시간당 평균농도가 300㎍/㎥ 이상인 상태가 지속되자 황사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 단계로 격상 발령했다. 미세먼지 ‘주의’ 단계는 대규모 재난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도로 위의 황사를 삽으로 퍼내야 할 정도로 모래폭풍이 심각하다. 한낮의 거리는 뿌옇다 못해 주황빛으로 물들어 자동차가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마스크를 써도 입 안에 모래가 씹힐 정도라 방독면을 쓴 사람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에서 탈출하는가 싶었는데 극심한 미세먼지로 방독 마스크를 찾아야 하는 상황. 어린이들은 다시 야외활동을 봉쇄당하고 실내에 갇혔다. 그야말로 ‘빼앗긴 봄날’의 연속이다.

기후위기를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고, 제로웨이스트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지만 ‘포스트 코로나’의 실상은 부끄럽고 충격적이다.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연간 소비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2017년 33억 개에서 2020년 53억 개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페트병도 56억개를 소비하는데, 이는 지구를 14바퀴 감쌀 수 있는 양이다. 한 사람이 일 년간 버리는 일회용 컵, 페트병, 일회용 비닐봉투 쓰레기 합은 19㎏나 된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이뤄지는 와중에 이렇게 증가하다니, 무섭다.

3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인류가 멈추니 지구가 숨 쉰다’며 지구자원의 유한함을 망각하고, 더 갖추고 더 소유하고 더 편리함만을 추구하며 살아온 삶을 참회하는 고백이 줄을 이었다. 절약하고 절제하는 절절캠페인, 덜 쓰고 덜 만들고 덜 개발하는 3덜운동으로 지구살리기에 앞장서겠다는 약속과 일회용품, 플라스틱을 멀리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도 일상수행으로 다짐했다. 

그러나 다짐이 실천으로, 실천이 일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며 더 빨리, 더 많이, 더 쉽게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에 의존하는 구습으로의 회귀로 이어졌다. 교당에서 주관하는 행사에는 아직도 플라스틱 컵과 빨대, 일회용기가 무념으로 쌓여있고, 약속의 선물로 만든 텀블러와 장바구니는 집에서 잠자는 장식품이 되곤 한다. 오염을 덜기 위해 EM세제나 고체비누를 쓰자던 약속은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거품 잘 나는’ 플라스틱 세제의 편리함에 밀린다.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은 금지임에도 손님이 요구하지 않았다며 무조건 일회용 컵부터 내미는 카페가 태반이다. 손님대부분도 모른 척 오히려 반긴다. 

편리에 굴복한 공범이라는 연대의식이 커지는 동안 한국의 평균 기온은 세계 평균보다 이미 1.6℃ 높게 치솟았다. 그리고 ‘호리도 틀림없는 인과의 이치’로 우리 몸은 폐나 혈액, 신생아의 용변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는 ‘플라스틱 중독’으로 병들고 있다. 혈관을 타고 몸속을 배회하던 플라스틱 덩어리가 뇌로, 혹은 심장으로 가는 길목을 막는 혈전처럼 커지는 상상이 현실로 가까워지고 있다. 더이상 플라스틱을 내 몸에 들이는 일이라도 사양해야 하지 않을까. 플라스틱을 마시다 못해 빨아먹는 일, 더는 할 수 없다.

[2023년 4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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