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범 교도
박성범 교도

회사 생활은 대개 늘 일어나는 일이 반복된다. 직장인에게 점심 메뉴를 고르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어제와의 차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점심 메뉴 정도는 새로운 것이 좋다. 하지만 밥벌이를 위한 경쟁이 본질인 회사에서는 안전했던 ‘어제 같은 오늘’을 사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회사는 MZ세대가 불편하다. 1980년에서 2000년대 초까지 무려 30년 동안 태어난 세대를 하나로 묶어 MZ세대로 지칭하는데, 우리 사회에 비로소 태동한 다양성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워 만들어진 다소 허술한 개념이다. 워낙 다양해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행동은 회사의 조직적인 시스템에 위협처럼 보인다. 또 원래 그냥 하던 일에 대한 다소 엉뚱한 질문에 대답해 주기도 여간 어렵다. 기성세대에게 회사는 ‘같은 생활양식과 동일한 가치를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직 젊은 축에 속하지만 회사를 10년 가까이 다니다 보니 나에게도 회사의 일상은 새로울 것이 별로 없다. 반복되는 아침 과업 중 하나인 캡슐 커피 내리기를 하면서 ‘요란한 것은 커피머신인가 심지(心地)인가’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옆 부서 대리가 ‘본인의 일과’인 ‘시덥지 않은 소리 하기’를 수행하기 위해 다가왔다. 
 

‘지자본위’는 구할 때 
알려주는 것임을 안다면 
MZ세대와의 관계도 어렵지 않다.

“그 부서 신입사원 헤드폰 끼고 일하는 거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신경 안 쓰여요?”

한 달 전에 들어온 내 옆자리 신입사원 이야기다. 솔직히 한 번도 신경 써 본 적이 없다. 너무 전형적인 MZ세대 갈등 소재인 데다가 “에어팟을 끼고 일해야 업무 능률이 올라갑니다”라는 인터넷 밈이 생각나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한편으론 ‘젊은 꼰대’ 소리를 듣던 스스로에 대한 변화가 놀라웠다. 과거 강력한 카리스마로 후배를 이끌어 주는 것이 좋은 선배의 덕목이라고 생각했고, 나아가서 지자본위의 정신이라고 믿었었다. 다양한 가치를 받아들이기보다 했던 것을 하고, 후배들이 선배의 경험에 바탕해 안전한 길을 걷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 믿었었다. 

그렇게 ‘오래 살면 아는 게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9년 전 4월, 나는 신입사원이었다. 회사에 출근했는데 TV에서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참사 이후 그 배 안에 갇힌 나를 상상해 본 적이 있다.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아이들을 살릴 방법을 알려줄 수 있었을까? 가만히 있으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갑판 위로 올라가라고 일러줄 수 있었을까? 지금도 자신이 없다. 나는 안전한 길을 모른다. 

시간은 흘러 다시 4월, 아이들이 그 일을 겪지 않았다면 헤드폰을 껴야 능률이 오르는 내 직장 동료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도 이번 생은 처음이기 때문에, 때로 다양해져서 그 아이들과 함께 모르는 길을 헤쳐나가기로 했다. 

지자본위는 구할 때 비로소 알려주는 것임을 안다면 편의상 MZ세대 라고 칭하는 새로운 그들과의 관계도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신림교당

[2023년 4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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