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소태산 대종사를 향하는 그의 마음이 읽힌다. 순례기도집으로, 행적과 법문 이야기로, 성지 해석서로, 성가 감상담으로, 때로는 동화로, 동시로도 읽혀진다. 소태산의 발심·구도·입정 그리고 대각의 깨달음을 좇아 향하는 마음. 그렇게 소태산의 숨결, 마음, 발길 따른 행적이 20여 권의 책에 담겼다. 긴 세월, 자료 편편을 분류하고 정리하고 해석하는 지난한 작업이었지만 이는 그의 삶의 이유가 됐다. 

방길튼 교무(안산국제교당), 그는 “<원불교 교사>는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인 <정전>과 상통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전>은 소태산 가르침의 집약이요 정수이기 때문이다. 소태산의 행적을 <정전>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책에 담아내는, 그를 만났다.
 

방길튼 교무
방길튼 교무

영산성지를 해석하다
스스로를 ‘해석자’라고 말하는 방 교무. 그는 “소태산의 발심·구도지인 영산은 법성포가 생활권역으로 과학문명이 도래하는 길목이었다. 소태산은 물질문명의 영향권 속에 있었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해석을 더한다. “소태산이 태어난 곳이며 발심·구도·입정·대각의 과정이 깃들어 있는 영산은 산중 갯벌로 산이면서 바다요 안(內)이면서 밖(外)인 이중적 환경이며, 전근대와 근대가 중첩된 시대였다. 또한 칠산 어장 등에 일제의 자본이 침탈하는 식민시대와 더불어 과학기술이 밀려드는 격동의 대전환기였다. 때문에 이러한 모순이 배어 있는 물질문명의 과정, 그 선상에서 소태산의 구도·입정·대각의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이처럼 영산은 물질개벽에 따른 ‘정신개벽의 모태’요, 또한 ‘교법의 산실’이다. 소태산의 기본 교리인 사은·사요 삼학·팔조의 교법도 소태산의 발심과 구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기에 ‘영산을 우회할 수 없고, 영산에 담긴 뜻은 해석되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 

그는 ‘영광과 영산성지를 다시 읽기(해석)’하는 데 논고를 붙여 사유의 폭을 한 단계 더 넓혔다. 한마디로 소태산 대종사의 경륜과 포부의 종합인 <정전>으로 영산성지를 해석한 것이다. 
 

“교전에 쓰인 단어 하나도 
소태산 대종사 당대의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는 그의 고백이
마음에 머문다. 잔잔하게 그리고 오래도록. 

소태산, 영광을 수놓다
‘소태산의 역사와 <정전>의 경륜을 하나의 관점으로 해석’하려는 작업. 그의 말이 이어진다. “소태산의 발심·구도·대각·창립정신을 <정전> ‘개교의 동기’ 시각으로 재해석하려고 했다. 소태산의 깨달음을 ‘정신개벽의 대각’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는 ‘소태산의 의심해결은 정신개벽의 과정’임을, ‘방언공사와 법인성사는 정신개벽의 훈련이요 시현’임을, 그리고 ‘불법의 선언’은 정신개벽의 주체에 관한 선언문임을 다시금 일깨운다. 

또한 영광지역 삼예회록(길룡지부·신흥지부·신하리 출장소) 해제를 위해 <월말통신>·<월보>·<회보>에 등장하는 자료 편편을 정리하며 해석했다. 지난한 이 작업을 통해 영광지역 예회 및 단회와 기념일, 공동출역, 정관평 상황 등에 대한 세세한 자취를 찾아볼 수 있었다. 

“소태산의 역사는 해석되어야 하고, 그 비롯은 영산이어야 한다”는 그. 이 모든 과정이 <소태산, 영광을 수놓다>에 담겨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소태산의 행적과 영산을 체험하는 데 도움이 될 <영산성지 사용법>도 친절한 길잡이가 될 터이다. 

소태산, 서울(京城)을 품다
소태산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온 경성교화의 길. <소태산! 서울京城을 품다>는 ‘원불교 서울 성적지 기연 법문 및 순례 길라잡이’로 소태산이 경성에 상경해 품었던 장대한 이상과 꿈을 조명했다. 

그는 “소태산 대종사가 왜 불법연구회 본관인 익산에 버금가도록 서울 경성에 발걸음을 옮기고 머물렀을까에 대한 질의문답”의 의미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 질문에 스스로 답변해보고자 했다. 소태산의 서울 성적지와 관련된 소태산의 법문 90여 편, 서울 성적지 및 순례코스(6개) 등을 통해 당시의 분위기와 법열에 찬 모습을 상기했다. 

새로운 시각에서 성적(聖蹟)의 의미를 드러낸 그가 말을 잇는다. “소태산의 경성 내왕은 물질문명의 탐방이요, 정신개벽의 시도다.”
 

소태산, 그 경륜과 포부
<정전> 관련 시리즈를 비롯한 20여 권의 책 편편에 담긴 스토리를 듣는 그와의 인터뷰 시간은 달게 흘렀다. 불법을 주체하기 위한 숙련지인 변산성지에 담긴 소태산 행적과 말씀 <변산전>은 자신이 생각해도 ‘잘 읽히고 좋다’고 평했다. <원불교 남도와 만나다>는 집필 과정이 힘겨워 ‘몇 번이고 포기하려 했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최근 출간한 원불교 기본교리 <사사삼팔 4438>은 <정전> 교의편 사은·사요, 삼학·팔조,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에 해당하는 내용을 초기교단의 정서로 해석한 책이라고 자부한다. 소태산은 물질문명이 개벽되는 시대를 향도하는 정신개벽을 일원상의 진리에 근원한 사은·사요 삼학·팔조로 풀이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료 도움을 받은 원불교기록관리소를 비롯해 오랜 시간 집필 과정에 힘 보태준 선후진들의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원불교 출판문화와 관련해 “이 길에 들어서는 후배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내보인다. 그리고 더 절실하게, 그가 전하고픈 마음이 있다. 스스로가 ‘소태산 대종사의 교법을 재현하는 창작자로 서야한다’는 의식이다. 그가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말이기도 하다. 

소태산의 교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교전에 쓰인 단어 하나도 소태산 대종사 당대의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는 그의 고백이, 마음에 머문다. 잔잔하게 그리고 오래도록.

[2023년 4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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