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원불교신문>에서 대각의 달을 맞아 ‘이 시대 원불교열린날의 의미’를 주제로 좌담을 진행했다. 본 좌담에는 이주연 교무(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정주영 교무(배내청소년훈련원), 구일승 교무(충경교당), 박예성 교무(잠실교당)가 참여했고, 지난 호에 이어 총 2회 게재된다.

(지난 호에 이어) 
원불교에서 가장 우선 시대화·생활화·대중화 돼야 할 것이 있다면.

이주연: 최근 <정전> 개교의 동기 장에 등장하는 ‘파란고해’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파란 바다를 보고 성당에서 고해성사 하는 것’을 의미하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원불교에 관심이 있지만 원불교 용어가 낯설고 어렵다는 말을 듣고 ‘용어의 현대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여성 교무님들의 양장 정복 병용 소식에 어떤 교수님이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일이 쉬운 게 아닌데, 원불교는 대단한 것을 해내는 종교다. 응원하겠다’고 했다. 뭉클하더라. 이런 요소들을 살려 서로 칭찬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바꿔가면 좋겠다.

구일승: 10년 전, 천주교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성경과 안내인이 있다는 뉴스를 봤다. 원불교는 어떤가. 그 수가 아직 많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대중화 측면으로 볼 때 고민이 필요하다. 전무출신 서원 자격에 제한이 있는 것이나, 성 정체성이 다양하게 인정되고 있는 사회 흐름까지 살피며 점점 열어야 한다.
 

정주영 교무
정주영 교무

젊은 세대 감정 다독이고

살피는 멘토 역할 해야

정주영: 종교는 가장 보수적인 단체이자 가장 개방적인 단체다. 시대화·생활화·대중화가 필요한 것을 보면, 한 예로 엘리베이터만 생각해도 돈이 든다. 관리, 보수 등의 문제도 따라온다. 소태산 대종사는 생활종교로 원불교를 탄생시켰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젠더(성) 문제, 다문화 문제 등에 대한 인식과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과거의 획기적이었던 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있다면, 조금씩이라도 열어 변화해야 한다.

박예성: 원불교만의 고유 이미지, 원불교 특유의 이미지가 아직 부족하다. 성직자의 이미지, 건축 이미지, 종교활동 이미지도 그렇고, 교리도 분명 강점이 있는데 이미지화한 전달이 안 되고 있다. 우리의 정체성이 담긴 이미지를 찾아 나가는 것이 시대화·생활화·대중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최근 청년과 명동에 갔을 때는 ‘우리 저기 성당 가볼래?’라고 내가 먼저 제안했다. 종교적인 곳이지만 누구나 서슴없이 가보자고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대중화되어 있다. 우리 교당들은 생활관과 대각전이 분리된 곳이 많지 않다 보니 진입장벽이 높다.

4월을 맞아 많은 활동이 열려가는 가운데 ‘교화회복’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구일승: ‘교화는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상대가 원불교 교리에 관심이 전혀 없는데 무조건 권하는 것은 원불교 방식이 아닌 것 같다. 나와 만나는 사람에게 무엇인가 필요한 게 있고 나에게 그것을 줄 능력이 있다면 기꺼이 주는 것, 그게 교화 아닌가 싶다. 정형화된 교화, 즉 1주일에 70~80명이 법당에 앉았다 간들 나를 만난 사람이 원하는 것을 주지 못했다면 교화를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삼학을 제대로 실천하면 혼란한 사회에서 빛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기본을 잘 지키면서 필요한 것을 잘 주는 사람이 되면 그게 원불교의 저력이 될 것이다.
 

구일승 교무
구일승 교무

기본 잘 지키며

상대가 필요한 것 주는 게 교화

이주연 교무
이주연 교무

낮설고 어려운

원불교 용어의 현대화 꼭 필요

이주연: 탈종교시대에 원불교는 서구에서 들어온 기성 종교 형태를 지양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종교가 돼야 한다. 특히 시대적 문제, 즉 소외계층, 성소수자, 혐오대상이 되는 사람을 비롯해 인간뿐만 아니라 비인간 존재까지 교화의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종교여야 바람직하고 환영받는 종교가 될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종교적 이야기를 하면 먼 세상의 이야기로 치부 받지만, 기후 이야기를 하면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인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종교가 돼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이번 대각개교절 주제를 ‘환경·생명’에 초점 맞춘 것은 의미가 있다.

정주영: ‘교화가 도대체 무엇인가’는 끝없는 고민 중 하나다. 나는 그 해답에 대한 감을 <대종경>에 나오는 실상사 며느리 법문에서 찾는다. “자부의 뜻에 맞게”라는 부분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종교 성직자보다 인생의 멘토를 찾는다. “교무님을 만나서 상담하는 건 좋은데, 법당 와서 법회 보긴 싫다”고도 말한다. 교무들이 당장 교당에 나오라고 하기보다 그들의 감정을 다독여주고 인생을 함께 잘 살펴주는 멘토로 역할 한다면 언젠가 결국 안착하는 곳이 원불교가 될 것이다.

박예성: 6년째 교당에서 청소년교화를 하고 있는데,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 소중하다. 지역마다 성향도 다 달라서, 그 성향을 파악하고 원하는 걸 주려고 한다. 청년마다 관심 분야와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작년부터 정해진 법회 운영은 그대로 하면서 주중 어느 때든 교당에 와서 정전공부, 명상, 기도 등 개인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맞춤 법회를 하고 있다. 또 교당은 교도가 아닌 일반인도 드나들 수 있는 통로가 하나쯤 있어야 한다. 이번주부터 운영하는 지역 청년 명상반에 3명이 모집됐다. 이런 활동을 꾸준히 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회도 되고, 기존 청년 교도들의 내실도 다질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박예성 교무
박예성 교무

교당에 일반인도 드나들 수 있는

통로 있어야

미래종교로서 원불교의 가능성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이주연: 요즘 시대에 나오는 철학, 담론, 생각의 공통점은 ‘어떻게 연대하고 공생할 것인가’이다. 그런데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108년 전 깨달음과 동시에 ‘은혜로 얽혀있고, 어떻게 공생하고 불공할 것인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것이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지게 했다. 그런 측면에서 원불교에 몸담고 있어서가 아니라, 원불교 교법은 참 완벽한 법이다. 우리는 이대로 현실 구현만 하면 된다. 

구일승: 앞으로 원불교는 엄청 확장 될 것으로 믿는다. 요즘 원형 조형물이 많다. 세상이 알아서 일원상을 걸어주고 있다.(웃음) 다만 걱정은, 교법이나 가르침은 정말 좋은데 내가(우리가) 이것을 어디까지 소화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원불교 교법은 분명 미래에도 살아남을 텐데, 각자가 얼마나 체득하고 있느냐가 걱정이다.

정주영: 미래종교로서 원불교의 가능성을 밝게도, 어둡게도 본다. 우리의 몫이라서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밝혀준 법대로 오롯이 사는 것, 그게 원불교의 힘이자 희망이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은혜’를 이야기했다. 은혜의 반대말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을 잘 계승·발전해나간다면 오만년 대운은 끄떡없을 것이다.

박예성: 성직자는 때로 그 종교를 대변한다. 어찌 됐든 많은 시선이 교무들에게 향해 있다.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아무리 소태산 대종사의 법이라도 사장되기 쉽다. ‘출가하면 마음공부 실력도 늘고 괜찮은 삶을 살 수 있구나’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성직자가 많을수록 종교로서 살아남을 것이다.

※ ‘가치 있는 수다’는 ‘가볍고 치우침이 있는 수다’의 줄임 표현이다. 이슈와 주제에 따라 세대별, 연령대별, 기타 그룹별로 모여 조금은 치우친, 하지만 그러기에 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한다.

[2023년 4월 26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