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진 교무
송상진 교무

[원불교신문=송상진 교무] 교무님들의 공부모임인 출가교화단회는 가끔 다른 출가교화단 그룹과 합동단회로 진행된다. 오랫동안 연락을 못했던 소중한 인연들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주요 발표와 감정이 오고 가는 가운데 돌아가며 자신의 삶과 수행에 대해서도 서로 교류한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어머니의 건강관리를 도와드린 경험과 미주선학대학원의 상황을 간략하게 소개하려고 계획했다. 참여하는 교무님들이 많아 골고루 많은 의견을 들어야 되니 되도록 내 근황은 짧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돌아왔고, 어머니의 건강 회복을 돕기 위해 고향인 토론토를 왕복하느라 작년 한 해가 힘들었다고 말하는데 갑자기 숨이 막히더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 이렇게 울면 안 되는데….’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감정도 통제할 수 없었다. 목소리는 더욱 떨리고 머리는 멍해졌다.

특히 많은 교무님들 앞에서 그것도 온라인상에서 펑펑 우는 것은 예의가 아니며 죄송한 생각도 들었지만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나 자신도 울음 멈추기를 포기하게 됐다. 그랬더니 내면에서 속삭임이 들리는 듯했다. “그레이스, 괜찮아. 감정을 억누르려는 마음 내려놓고 그대로 울어도 괜찮아. 편하게 울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던 모든 찌꺼기들이 오히려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만 같았다.

 

친절로 비롯된 감사함과 
솔직한 감정의 표현이
사람과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이후 ‘눈물은 여러 감정의 혼합물’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슬픔의 눈물만이 아닌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잘 보살펴 드리지 못한 죄책감, 그리고 행복과 두려움 등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다행히 부정적 감정보다 감사한 마음이 월등했다. 

불확실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머니의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꼈고, 특히 어머니의 수술 담당의사인 렁(Leung) 박사에게 큰 감사를 느꼈다.

수년 동안 어머니는 여러 가지 이유로 병원 검진을 피하셨다. 병원이 자신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과거 가족의 죽음에 대한 기억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어머니는 셀 수 없이 많은 서류를 작성하고, 간호사와 의사를 만나고 여러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어쩔 수 없이 이제 자신을 돌봐야 할 때임을 받아들였다. 수술 의사를 기다린지 30분이 지난 후 젊은 여성 의사가 와서 어머니에게 일반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모든 질문에 대답하자 의사는 잠시 멈추고 어머니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오늘 용기를 내 병원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어머니의 얼굴과 몸이 천천히 이완되는 것을 관찰했다. 

‘짧은 만남 속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렁 박사는 어떻게 어머니의 염려를 진정시키고 금세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었을까?

렁 박사는 친절한 언어를 통해 어머니에게 다가갔고, 그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언어에 어머니는 모든 과정을 통해서 의사의 진정성에 공감했다. 여러 가지 많은 질문에도 지루하지 않게, 필요한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태도로 임했다. 그는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았고 환자에게 일부러 거짓된 희망을 주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 있고 명확하되 배려하는 말투로 가능한 모든 것을 설명해 주었다. 친절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로 작용했다.

나는 친절의 힘이 그때의 상황뿐만 아니라,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후 여러 교무님들은 오히려 나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 줬다. 친절로 비롯된 감사함과 솔직한 감정의 표현이 나를 다른 사람들과 또 다시 하나로 묶어 주었다.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2023년 4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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