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훈 교무
박세훈 교무

[원불교신문=박세훈 교무] <정전> 제3 수행편 제6장 일기법의 대요에서는 ‘학원이나 선원에서 훈련을 받는 공부인에게 당일 내 작업한 시간 수와 당일의 수입·지출과 심신작용 처리건과 감각·감상을 기재시키기 위해 정기일기법을 제정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학원이나 선원에서 훈련을 받는 공부인에게 ‘당일의 수입·지출’이 발생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수학하는 예비교무의 경우에는 수입·지출이 발생할 수 있지만, 훈련원에서 정기훈련을 받는 재가출가 교도들에게는 훈련비 외에 수입·지출이 발생할 일이 거의 없다.

소태산 대종사가 정기일기법에서 당일의 수입·지출을 기재하라고 한 이유는 교단 초기 정기훈련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교단 초기 3개월간 동·하선을 실시할 때에는 다양한 형태의 입선인들이 있었던 것이다. 

원기16년(1931)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러한 모습이 사실적으로 나타난다. 당시 사업보고서에는 제12회 하선 참가비에 대한 내용이 있다. 사가에서 숙식을 하면서 훈련에 참석하는 사람은 선비가 90전이고, 사가에서 식사를 하고 총부에서 숙박을 하는 사람은 1원 26전의 선비를 납부했다. 즉 모두가 선원에서 숙식을 하는 형태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원기13년(1928) <월말통신> 제6호에는 하선 공부성적이 1등에서 8등까지 기록돼 있다. 1·2·4·5·7등은 3개월 동안 빠짐없이 하선에 참석했으나, 3등을 한 이동진화 선진은 2개월 20일 입선했고 8등을 한 박길선 선진은 1개월 15일 입선했다. 즉 교단 초기의 정기훈련은 입선 형태와 입선 기간이 교도들의 형편과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됐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오늘날보다 더 생활종교로서의 모습을 견지하고 있었다.

교단 초기와 비교해 보면 지금은 세상이 더 복잡해졌고, 교도들의 근무 형태도 더 다양해졌다. 특정한 시간에 특별한 장소에 모여서 일정 기간에 정기훈련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미래의 교당은 다양한 형편과 상황의 공부인들이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는 정기훈련 기관이 됐으면 한다. 수도인의 일과에 따라 낮에는 각자의 일터에서 보은활동을 하다가 새벽과 저녁에는 가까운 교당에서 전문적으로 11과목을 공부할 수 있어야 원불교를 진정한 생활종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위단회사무처

[2023년 05월 0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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