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호 교무
현상호 교무

[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한국에서 한 달간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왔다. 하와이행 비행기 티켓을 받고  대기하고 있는데, 문득 ‘이제 가면 언제 다시 한국에 돌아올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드니 갑자기 가기 싫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동기 교무들 커뮤니티 방에 감사의 글을 남기고, 그 글에 용기를 주는 댓글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이 두려운 마음이 어디서 왔는지 살펴봤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마지막으로 샤워를 하면서 ‘이렇게 몸을 씻는 것이 한국에서는 마지막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흡사 이번 생의 마지막도 이러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생의 마지막 날도 비행기 시간처럼 미리 알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된다면 신세 진 모든 사람에게 감사의 편지를 남기고, 남아 있는 나의 소유물도 필요한 이들에게 다 전해주면서 홀가분하게 다음 생을 준비하며 떠나고 싶다.

소태산 대종사는 “탐·진·치를 조복 받은 영은 죽어갈 때에 이 착심에 묶인 바가 없으므로 그 거래가 자유로우며,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여 정당한 곳과 부정당한 곳을 구분해서 업에 끌리지 않으며, 몸을 받을 때도 태연자약하여 정당하게 몸을 받고, 태중에 들어갈 때도 그 부모를 은의로 상대하여 탁태되며, 원을 세운 대로 대소사간에 결정보를 받게 되어, 오직 생사에 자유하고 육도 윤회에 끌리는 바가 없이 십이 인연을 임의로 궁글리고 다니나니라”고 말했다(<대종경> 천도품 36장).

내가 아는 익숙한 곳을 가도 그 먼 여정에 두려움과 공포가 드는데, 하물며 모르는 곳을 갈 때는 얼마나 큰 두려움이 들까? 더하여 내가 떠난 후에 남는 가족이나 자손이 있다면 그 이별의 아픔은 더 클 것이다. 아직 생사의 이치를 완벽히 깨닫지 못한 중생의 몸으로 그런 경계에 닥치면 두려움과 공포로 전도몽상을 하게 되니 부처께서는 ‘살아있을 때 자신의 천도는 자신이 하라’고 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도 ‘나이가 40이 넘으면 죽어가는 보따리를 챙기라’고 했다. 

한국에서 하와이까지는 8시간 30분이 걸린다. 사람들은 비행기 안에서 이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서 이것저것 챙긴다. 그러면 중음에 머무는 49일 동안 우리는 무엇을 챙겨야 할까?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대종경> 천도품 17장에서  “세 가지를 가지고 갈 수 있다”고 했다. 바로 상 없는 복덕을 닦은 마음, 정법에 대한 서원, 그리고 그것을 수행한 마음의 힘이다. 결국 복덕성과 서원력은 세세생생 가지고 갈 나의 소유물인 것이다. 

그러나 이 복덕성과 서원력은 하루아침에 챙길 수 없다. 한평생에 걸쳐서 만나는 인연마다 베풀고 마음공부를 통해야만 겨우 챙겨갈 수 있다. 

해외 입국 시에는 비자 등 입국 절차에 필요한 서류들과 경비가 있어야 안심하고 비행기를 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천도의 길을 떠나기 위해서는 평소 속 깊은 마음공부로 49일간의 여정으로 떠날 채비를 여유롭게 준비해야 다음 생으로 안심하고 떠날 수 있겠다. 

출발하기 전의 두려움과는 달리 하와이에 도착하니 맑은 하늘이 반겨준다. 역시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일들이 ‘전생의 기억’이 돼가는 것을 느낀다.  현생인 하와이의 날들에 다시 집중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하와이국제훈련원

[2023년 05월 0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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