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역사… 올해부터 원광보건고로 명칭 변경
10년 전부터 준비하며 미래사회 필요 인재 고민한 결과
‘무엇인가 다르다’는 평가 바탕에 ‘교립학교만의 분위기’

[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앉아! 일어나! 잘했어!”
구령과 함께 환호성이 일더니 학생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운동회인가 싶지만, 강아지 훈련 수업 모습이다. 원광보건고등학교(이하 원광보건고) 반려동물과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지도교사의 인솔에 따라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훈련 실습을 하는 풍경이다. 정규수업으로 강아지를 돌보며 꿈을 키우는 학교, 원광보건고등학교를 찾았다.
 

시대를 읽고 변화에 앞장서
원광보건고는 1956년(원기41) 원광대학 부설 실업고등학원으로 시작됐다. 이후 한국 사회의 급격한 발전은 사회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계속해서 변화시켰고, 원광보건고는 그 흐름을 읽어나가며 변화에 앞장서 지방 사학에서 훌륭한 인재를 꾸준히 배출했다.

1960년(원기45) 원광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1997년(원기82) 원광여자정보고등학교로, 2002년(원기87) 당시 좌산종법사의 경륜으로 대두된 ‘원문화창달’의 흐름 속에서 학교는 상업고 시절부터 유명하던 관악부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고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때부터 최근까지 학교는 원광정보예술고등학교로 20여 년간 그 역사를 이어오다가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는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이라는 문제 앞에 해결책을 찾아 다시금 시대를 읽어내기 시작했다.

권효주 교무(원광보건고)는 “고령화 사회와 점차 커가는 1인 가구, 반려동물 시장을 보고 앞으로의 필요 인재는 ‘보건 인재’라고 판단, 새로운 학교 모습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직원·학생·학부모가 모두 만족하는 학교
학교의 정체성을 바꾸는 것은 아주 큰 일이다. 오래 근무해 온 교직원들의 근속과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지역사회와 학부모의 반응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태훈 원광보건고교장은 “미래에 대한 고민을 앞선 교직원들이 오래전부터 해왔고, 이런 위기를 교직원들이 함께 인식하며 한마음으로 학교를 살리는 데 마음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10년 정도 연마와 고민을 하면서 학교는 지난 3년간 집중적으로 조사·설문·연구를 비롯, 관공서·기업·단체와 교류의 과정을 가졌다. 그러면서 원광보건고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 분야는 보건’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다가오는 위기에 대한 준비로 ‘보건 계열’을 선택하고 보니 확신이 점점 커진 학교는 정보예술고로서 운영하던 음악과, 미술과, 회계금융과, 창업경영과를 정리하고, 보건고등학교로의 전환을 본격 진행했다.

그렇게 지난해 원광정보예술고등학교는 원광보건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하고 특성화고 전환을 이뤄냈다. 신설된 3개 과는 사람을 직접 돌보는 인재를 키우는 보건간호과, 병원 운영의 행정인력을 양성하는 보건행정과,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에서 점점 확장돼 가고 있는 반려동물 시장을 책임질 반려동물과다.

교명이 바뀌고 시설에도 대대적으로 변화가 따랐다. 보건 계열 실습실은 병원과 똑같은 구조를 갖춰 침대와 인체 마네킹, 의료도구 등으로 실질적 실습이 가능하다. 반려동물과를 위한 훈련장 등도 올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모두 완성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윤 교장은 “변화된 학교에 맞게 교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학생들도 가르침에 따라 전공 분야의 꿈을 확립하고 있다. 그런 학생들의 활동에 학부모도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느 구름에 비 들었을지
원광보건고에서 10년째 근무 중인 권효주 교무는 학생들의 교사이자 교무, 상담사로 활동한다. 학교의 대소사를 구석구석 챙기는 터줏대감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권 교무를 통해 원불교를 알게 되고, 법회나 동아리(원불교 동아리 보은회)에 관심을 갖는 학생이 많다. 이에 대해 권 교무는 “교무의 모습을 인식하게 하는 것은 당연하고, 보은회원들을 다른 동아리 학생보다 적극적이고 인성과 태도가 좋은 학생으로 지도하는 데 최선을 다한 결과”라는 소회를 전했다.

지난 시간을 회고하던 권 교무가 인상적인 일화 한 가지를 전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학생들에게 MBC 다큐멘터리 ‘비닐하우스의 성자 대산종사’를 보여줬는데, 수업 후 한 학생이 면담을 요청해왔다. 학생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권 교무에게 말했다. “저도 교무님이 될 수 있나요? 교무님이 되고 싶어요.”

그때부터 권 교무의 학생 지도 방향이 명확히 섰다. “아이들의 반응을 먼저 예상하고 ‘지루해하거나, 어려워할 것’같으면 가르치지 않으려는 생각이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원불교학과 시절 선진들의 ‘어느 구름에 비 들었을지 모른다’는 말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교무로서 늘 다짐하는 것은 “교무로서 좋은 언어와 좋은 길, 삶의 방향을 ‘자신 있게’ 전하겠다”는 것이다.
 

인성과 실력 갖춘 인재 양성 터전
현장체험이든 실습이든 원광보건고 학생들은 늘 현장에서 ‘무엇인가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한 평가의 원천을 윤 교장과 권 교무는 “교립학교의 인성교육과 학교 분위기”로 설명한다.

원광보건고는 ‘지성·덕성을 겸비한 창의적·진취적 전문인’이라는 교육 목표 아래 인성 함양(귀공주·귀공자 프로그램), 다양한 체험활동과 동아리 활동(헌혈, 이웃나눔행사 등), 사제가 서로 아끼고 존경하는 교육 등으로 인성과 실무 능력을 함께 키워낸다.

새 이름으로 새 학과를 갖추고 전북지역 특성화고로 탈바꿈한 원광보건고는 오랜 전통과 분위기를 새로움 속에 담아내며 ‘행복한 배움으로 모두가 성장하는 학교’로 비상하고자 한다.
 

원광보건고 학생들은 일반계고 학생보다 3년 먼저 전공적합성을 갖춘 인재로 자란다(사진은 반려동물과).
원광보건고 학생들은 일반계고 학생보다 3년 먼저 전공적합성을 갖춘 인재로 자란다(사진은 반려동물과).

[2023년 05월 10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