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여기는 진전 해바라기 마을 방송입니다.
5월 8일 어버이날 저녁 6시에 보리밥집에서 청년회주관 저녁 공양이 있습니다.
5월 10일 오전 10시 40분에 산서 면사무소 2층 강당에서 5차 인문학 강좌가 있습니다.
5월 13일 면민의 날에 산서초등학교에서 제기차기, 윷놀이 등 민속놀이가 있습니다. 모판 약품처리용, 배추 뿌리혹병 예방약 등을 구매할 때 배부한 할인표를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진전마을 만들기 사업하겠다고 신청했습니다. 적극 참여 바랍니다.
이상 진전 해바라기 마을 방송입니다.

 

아버지가 소 몰고 가시는 사진.
아버지가 소 몰고 가시는 사진.

촌집에서 소와 닭을 벗 삼아
고향 농촌으로 돌아온 나는 뭣도 모르고 송아지를 키워보자는 로망에 사로잡혔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소 키우는 걸 보았고, 소를 몰고 놀며 자랐던 추억을 60년이 흐른 지금에 다시 살려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 동생의 친구가 소를 많이 키운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생 친구에게 부탁했더니 소 한 마리를 가져다줬다. 중간 소였다. 심지어 임신을 했는데, 언제 했는지는 모른다고 한다. 송아지 때부터 키워서 목우십도송을 체험하고자 했던 터라 부담이 됐고, 망설였다.
‘이것 참 야단났네’ 싶었다. 옛날부터 농가에서 소 한 마리를 먹이려면 한 사람이 꼬박 붙어야 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한 명 필요했는데, 웬걸 1년이 다 돼도 기다리던 사람이 오지 않았다. 감별사에게 소의 상태를 물으니 임신한 지 수개월이 됐다고 한다. 나는 소에 매달려 지칠 대로 지쳐갔다.

그래도 원우(圓牛)라고 이름을 붙이고 정성을 다했다. 출산 월의 달력에 날짜를 세면서 이제나저제나 새끼 받을 준비를 하며 긴장의 날을 보냈다. 그러다 징후가 보이는 것 같아 친구에게 물어보니, 자기 일 아니라고 무성의하게 대답한다. 나라면 달려와 그 애로를 들어줬을 텐데. 모두가 나 같을 줄 알고 착각한 것이 실수요, 더 간청하지 못한 게 탈이 됐다. 

인생살이, 지나간 뒤에 후회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아버지가 소 몰고 가시는 사진.
아버지가 소 몰고 가시는 사진.

노망(老妄)이 되어버린 로망
그날이 원우가 새끼를 출산할 날이었고, 밤 12시경 출산하리라는 것을 나는 이튿날 아침에야 알았다. 사실 그 시간쯤 난데없이 경보기가 울렸었다. 나는 “불도 안 났는데 119에 알리는 경보 방송이? 웬 오작동이야?” 하고 오판하면서 그냥 녹아떨어져 잠을 잤다. 그것이 큰 실책이 됐다.

그때가 송아지 분만 골든타임이었음을 모르고 잠에 취해 있다가 송아지를 잃은 것이다. 참 묘했다. ‘어떻게 그 시간에 경보기가 운다냐? 그리고 나는 그 소리를 듣고도 어찌 잠에 취해버렸다냐?’ 도둑맞으려면 개도 안 짖는다는 말이 있는데, 개가 그렇게 짖어도 모르고 나는 잠만 잘 잤다. 

송아지 분만의 실제 경험은 없고 이론으로만 배웠던 나는 송아지를 잃는 쓴맛을 보고 도저히 감당이 어려웠다. 그렇게 소를 가져온 집에 원우를 반환 조치했다. 소값이 마구 내려가고 사료값도 천정부지로 오르는 현실에 오히려 다행이라는 말로 위안 삼았지만, 참 ‘거시기’했다.

인간은 ‘협동하며 살아야 실패가 없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소를 타고 다니며 달구지도 몰고 싶었던 추억 되살리기와 목우십도송을 체현해 보려는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결국 소 기르기라는 로망은 귀향 1년 만에 노망(老妄)이 되고 말았다.
 

원우의 도움으로 만든 퇴비와 그로 얻은 수확물.
원우의 도움으로 만든 퇴비와 그로 얻은 수확물.

소똥같이 좋은 거름 또 없다
나는 한 100평 되는 텃밭에 채소를 심어 먹는다. 무, 배추, 상추, 쑥갓, 아욱에서부터 수종의 채소를 셀 수 없을 정도다. 어느 봄날 마을주민 송복례 씨가 내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 종류를 세보더니 “아이고, 이 집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가 25종이나 되네요” 하기에 알았다.

농작물 재배에는 해와 땅, 그리고 땅을 기름지게 하는 거름이 필요하다. 해는 사람 마음대로 할 수 없으나 땅은 인력으로 가꿀 수 있다. 요즘은 땅이 아무리 많아도 화학 비료와 농약으로 인해 죽어가는 무가치한 땅이 즐비하다. 이 죽어가는 땅을 살리지 않으면 사람의 건강을 해친다. 농촌에 들어와 직접 텃밭을 일구고, 먹거리를 장만할 사람은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텃밭을 기름지게 일구는 데에는 소똥을 섞어 부숙해 만든 퇴비가 최고 좋다. 나와 같이 살았던 원우는 내가 베다 준 풀을 먹고 엄청난 배설물을 돌려줬다. 덕분에 텃밭 가꾸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이를 보고 체험시 한 편이 떠올랐다.
 

원우의 도움으로 만든 퇴비와 그로 얻은 수확물.
원우의 도움으로 만든 퇴비와 그로 얻은 수확물.

[2023년 05월 10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