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이영애

[원불교신문=이영애] 영자(가명)씨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선택적 함묵증이었다고 했다. 선택적 함묵증이란 말을 할 수 있음에도 최소한의 언어만 사용하고 말을 하지 않는 우울증의 일종이다. 영자씨는 태어나면서부터 너무 순했고 존재감이 없었다. 청소년기를 외톨이로 지내고 직장생활을 하던 중 사내커플로 늦은 나이에 결혼했다. 남편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고학으로 자수성가한 근면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남편만 바라보던 시댁 가족들의 무지, 억지, 빈곤으로 영자씨는 신혼부터 힘겨웠다.  

아이를 얻는 기쁨도 잠시, 남편이 산업재해로 장애를 얻어 영자씨의 삶은 힘든 고통의 나날이었다. 시부모님은 여자가 잘못 들어와 아들이 사고를 당했다며 아이도 데려가겠다고 협박했다. 영자씨는 필사적으로 버티며 전쟁하듯 살아오며, 잘 소화하지 못해 몸도 야위었다. 다니던 교당도 그만두었다. 삶이 너무 힘들어 점쟁이도 찾아가 보고 다른 곳에서 상담도 해봤다. 자신을 피해자라 생각했다. 

문화사회부 프로젝트 ‘감사잘함’으로 모래상자치료를 하던 중 10회기쯤 되자, 영자씨는 내면에서 뭔가 빠져나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뭐 때문에 이렇게 힘들게 살아왔지?’라며 애써 붙잡고 있던 그 순간들이 사라지며 풀리는 경험을 하게 됐다. 그때부터 자신의 내면에 대해 알아차리고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상자 안에 세워봤다. 다시 보니 그들은 원수가 아니고 모두 나를 지켜봐주고 도와주고자 하는 가족이었다. 부정적인 그 한 생각이 나를 온통 귀머거리로 만들고 눈 먼 장님으로 만들어 제대로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었다. 깨닫지 못하고 애들 앞에서 부부싸움하고 힘들어하던 날들을 모래상자에 꾸며 깨닫고 나니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상담을 하다보니 
제일 중요한 게 ‘소통’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요란함, 어리석음, 그름으로 나타나는 경계와 함께 살지만 바로 알아차리고 자성의 정, 혜, 계를 세움으로써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남편에게도 분명 문제는 있다. 그렇지만 내가 그 문제를 수용하거나, 싸우지 않고 피해가거나  다른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그 동안 영자씨는 우울, 불안, 무기력, 강박 등으로 인하여 외부와 소통을 멀리했다.  방황과 고통 속에서도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영자씨의 삶의 여정은 고단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삶 속에서 주체자가 됐다. 중단했던 교당도 다시 나간다. 자신의 문제를 알아차리고 상담공부를 하더니 신세계가 열리는 기분이라고 한다. 세상 밖으로 나가 자원봉사도 해볼 계획도 세우며 사람들과 교류하고 남편과 함께 행복학교에 각각 등록해 서로에게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 

상담을 하다보니 제일 중요한 게 ‘소통’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신록이 푸르른 5월, 마음도 푸르러 행복한 가정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

[2023년 05월 24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