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대규모 에드워드 호퍼 개인전
미국의 일상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

[원불교신문=써머즈] 미국 출신의 사실주의 화가인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중 우리나라에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은 “밤샘하는 사람들(Nighthawks, 1942)”일 겁니다. 1942년에 그린 이 유화는 제목은 몰라도 실제로 많은 분이 어디선가 한 번쯤 봤을 거예요. 

어느 밤, 불이 켜진 창이 큰 식당에 있는 세 명의 손님과 한 명의 종업원을 그린 작품. 
작가는 이 그림을 통해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대도시에서의 고독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이긴 한데, 뚜렷한 교감 없이 쓸쓸하고 무덤덤한 그런 정서랄까요.

호퍼의 그림에 흐르는 정서라고 한다면 고독함과 외로움일 겁니다. 당시 산업화로 인해 이전과는 달라진 세상과 전쟁, 대공황을 거치면서 침체된 미국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화풍 때문이겠죠.
 

1882년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예술학교를 졸업한 에드워드 호퍼는 오랜 시간 무명의 시간을 겪었지만 1960~70년대 팝아트와 신사실주의 미술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그리는 듯하면서도 우울함으로 점철된 일상을 포착해 내는 그의 그림은 많은 화가, 영화감독 등 다양한 분야의 현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줬죠.

호퍼의 아내 조세핀은 같은 학교 동문이자 예술적 동반자, 인생 최고의 후원자였습니다. 처음 큐레이터도 소개해 주고, 호퍼가 창작의 고통에 사로잡히면 여행을 계획하고 함께 작품을 감상하며 토론을 해줬습니다. 또한 호퍼에게 모델이 필요할 때 언제나 그를 위한 유일한 여성 모델로 나서줬죠.

그의 그림에는 숨겨진 뜻보다는 보자마자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어떤 이야기의 한 장면인지 보는 이들에게 궁금함을 불러일으킵니다. ‘어떤 의미일까?’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의 장면인 거지?’가 다른 작가들과의 큰 차이점입니다.

그의 작품이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라는 이름으로 국내 첫 개인전을 통해 소개됩니다. 총 270여 점이 전시되며 2022년에 제작된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 〈호퍼: 아메리칸 러브 스토리〉도 상영됩니다. 

뉴욕 휘트니미술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를 통해 산본 호퍼 아카이브를 비롯해 회화, 드로잉, 판화 등 호퍼의 작품 총 160여 점과 관련 아카이브 110여 점이 전시 중입니다.

전시는 2023년 8월 20일까지. 장소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입니다.

/슬로우뉴스 전 발행인

[2023년 05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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