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교무
김유진 교무

대전은 ‘노잼도시(재미없는 도시)’라는 별명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서 ‘특별한 재밋거리가 없는 도시’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는데 노잼 중의 노잼으로 뽑힌 도시가 바로 대전이다. 발령 직후 사람들이 “노잼도시로 가서 심심해서 어떡해”라고 했고, 나는 덩달아 “부교무 생활이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했다.

하지만 발령 초기에는 부교무 생활에 적응하느라 내 코가 석 자였다. 그러다 청소년교화협의회에 처음 참석해 연합법회 이야기를 들었다. 대면으로도 법회 본 경험이 많이 없는데 줌(Zoom)으로 법회를 진행한다? 코가 석 자에서 넉 자로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선배 교무님들이 이것저것 알려주고 도와줬지만, 죽비를 치고 어색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고 땀을 줄줄 흘리는 건 모두 나의 몫이었다.

준비도 미숙한데다 긴장한 탓에 내가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고 아이들도 나도 서로 어색한 상태로 법회를 봤다. 이름도 얼굴도 낯선 아이들과 줌을 통해 친해지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 몇 달은 법회가 끝나면 ‘오늘도 넘어갔다…!’는 안도감이 가장 먼저 들었다.

몇 달이 지나 어린이들의 모습이 익숙해지고,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것에 덜 긴장하게 되었을 무렵, 여름훈련을 하게 됐다. 온라인으로만 만나던 아이들을 실제로 만나게 되는 날이었다. “내가 누군지 알아?” “네. 김유진 교무님이요. 줌으로 봤잖아요.” 

아이들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살면서 내 이름 알아주는 것만으로 이렇게 기쁘고 즐거웠던 적이 있었나? 사소한 대화에도 아주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주변 환경이 어떻든 
내가 즐겁고 행복하면 
노잼도시에 살아도 
유잼 교무로 살 수 있지.

훈련이 끝나고 “집에 와서 아이들이 아침밥 먹고 설거지를 하더라고요. 훈련을 잘 받고 온 것 같아요”라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도, ‘빨간불 멈춤! 신호등 마음공부’를 한 후 “마음이 깨끗해진 것 같아요”, “마음에 안정감이 생겼어요” 등과 같이 우리가 의도한 대로 아이들이 받아들였다는 피드백을 해줄 때도, 법회 중 했던 “언제 가장 행복해?”라는 질문에 “지금이요”라는 대답을 들을 때도 저절로 박수가 나오고 입이 귀에 걸린다.

연합법회를 시작한 지 일 년 반이 됐다. 카메라 앞이 제법 편해졌고 대전교당 홍은명 교무님, 동구동락(대전 동구 청년공간) 조건중 교무님 등 함께 하는 교무님들이 정성을 쏟아주니 법회 퀄리티가 올라가며 소통하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올해는 금산교당에 김대윤 교무님도 부임해 더욱 신나게 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더 잘하고 싶은 욕심과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준비과정부터 재미있으니 처음엔 마냥 부담스럽던 것이 ‘연합법회? 그냥 하지!’하는 정도가 됐다.

연합법회는 내게 많은 즐거움과 기쁨을 준다. 준비과정이 재미있고, 법회 후엔 뿌듯하고 보람차다. 

‘대전이 노잼도시라고? 이렇게 재미있는데? 주변 환경이 어떻든 내가 즐겁고 행복하다면 노잼 중의 노잼도시에 살아도 유잼 교무(재미 있는 교무)로 살 수 있지!’

/동대전교당

[2023년 05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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