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광일)
윤덕균(광일)

일원 27상(태허 상): 일원상은 원융하고 장애가 없어 태허(큰 허공)와 같다.
일원상을 처음 그려 불교계에 전달한 스님은 해충 국사다. 그러나 일원상 개념을 처음 불가에 제시한 선지식은 3조 승찬과 6조 혜능이다. 

6조 혜능은 “여기 한 물건이 있는데 본래부터 한없이 밝고 신령스러워 일찍이 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았다. 이름 지을 길 없고 모양을 그릴 수도 없다”고 했다. 서산대사는 이를 〈선가귀감〉에서 일원상이라고 해석했다. 

3조 승찬은 〈신심명〉에서 “둥글기가 큰 허공과 같아서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거늘(원동태허 무흠무여 圓同太虛 無欠無餘)”, “지극한 도는 참으로 원융하고 장애가 없어서 둥글기가 큰 허공과 같다”고 했다. ‘지극한 도’란 누가 조금이라도 더 보탤 수 없고 덜어낼 수도 없어 모두가 원만히 갖춰 있으므로, 누구든지 바로 깨칠 뿐 증감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마음이 곧 불보고 
이 마음이 곧 법보다. 
법과 불이 둘이 아니며, 
승보도 또한 그러하다.

여기서 일원상을 태허에 비유하는 것은, 일원상을 마음이라고 하거나 도라고 하거나 역시 억지로 이름을 붙인 것이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도 그 참 모양을 바로 그려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알거나 알지 못하는 것을 모두 뛰어넘은 것이 일원상이다. 불교에서는 ‘부처를 믿으라’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다 스스로 정진하여 부처가 될 수 있으니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되도록 노력하라’는 것을 알게 한다. 

여기서 태허는 장자의 지북유(地北遊)에 처음 등장하는 언어로, 중국 철학에서 ‘음양을 낳는 기(氣)의 본체’를 말한다. 공간적 개념으로 만물을 포함하고 있는 거대한 공간-천공을 뜻한다. 

태허는 송나라 장횡거(張橫渠)가 주장한 개념으로 만물은 분해하여 태허가 되고 태허는 응집되어 만물이 된다고 한다. 
 

중국 수나라 때의 선승인 승찬 대사(?~606)는 서주 출신으로, 출가 전의 성명에 대한 기록이 없다. 그는 젊은 시절 나병에 걸려 전국을 방랑했다. “제자의 몸이 나병에 걸렸습니다. 청하건대 저의 죄를 참회시켜 주십시오.” 이에 2조 혜가가 답했다. “죄를 찾아온다면 자네를 참회시켜 주겠네.” 

승찬이 말한다. “죄를 찾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혜가가 말한다. “내가 그대의 죄를 참회시켰다. 마땅히 불법승에 의지하여 살아라.” 이에 다시 승찬이 말한다. “지금 스님을 뵙고 이미 승보는 알았으나 불보와 법보는 모르겠습니다.” 혜가가 답한다. “이 마음이 곧 불보고 이 마음이 곧 법보다. 법과 불이 둘이 아니며, 승보도 또한 그러하다.” 

이에 승찬은 “오늘에야 비로소 죄의 성품이 안에도 있지 않고 밖에도 있지 않으며 중간에도 있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마음이 그러하듯이 불보와 법보도 둘이 아닙니다”라고 했고, 이 말에 혜가는 그를 법기라 여겨 광복사에서 구족계를 받도록 했다. “그대는 나의 보배이니, 승찬(僧璨)이라 하라.” 

승찬은 이후 나병이 나았고, 2년 동안 혜가를 모셨다. 이후 혜가로부터 정법 안장을 승계했다. 이후 10여 년간 보임하다가 4조 도신에게 정법 안장하고 606년 열반에 들었다.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중곡교당

[2023년 05월 31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