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막고 천지보은을 위한 진실된 실천은 나무심기다. 원불교환경연대의 ‘나이만큼 나무를 심자’ 캠페인은 매월 1회 나무와 만나는 칼럼으로 독자를 만난다.

박병권
박병권

지구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 에너지는 대부분 태양에서 온다. 태양 에너지는 우리가 흔히 아는 광합성 산물인 당(예를 들어 글루코스라는 포도당)으로 우리 몸에 흡수된다. 이 당을 잘 만들어내는 생산자 중 하나가 오늘의 주인공 나무다. 나무는 생태계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떻게 생태계에 기여할까?

첫째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생산자’역할이다. 흔히 ‘침엽수 한 그루가 연간 약 15만 내지 20만 가지의 화합물을 합성 및 제공한다’고 한다. 물론 초본류는 이보다 적게 약 1/3 내지 1/5 정도의 화합물을 만든다. 

두 번째 역할은 ‘생물다양성(Biodiversity)’유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종 수와 저마다 살아가는 양식을 다양성이라고 하는데, 이는 생태계의 가장 기본이다. 생물다양성으로 생태계가 유지되는 메커니즘과 가치를 우리는 충분히 알지 못한다. 가령, 아마존에 서식하는 나무 1종에 평균 1,600종 이상의 곤충이 기대어 산다고 한다. 1만 종의 나무가 있다고 한다면 약 1,600만 종의 곤충이 서식하는 셈이다. 생태계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 간 먹이연쇄와 물질순환 및 에너지 흐름을 통해 유지되며, 이 과정에서 나무가 다양성을 유지하는 능력은 대체 불가다.

셋째, 나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기후 위기가 언급된다. 나무는 지상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해 온난화의 속도와 기상을 조절 및 안정화한다.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사는 나무 한 그루가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기능은 인류가 창안한 어떤 최신공학 기술이나 공법보다 완벽하고 자연 친화적이다. 

넷째, 나무는 나무 자체가 가진 다양한 능력으로 역할한다.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 토양의 건조속도를 늦추고 여러 생물종이 살 안온한 생태 서식지를 제공해 생태계 환경을 적절히 유지한다. 아울러 인류에게는 강한 바람을 막아주고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게 한다. 

다섯째, 나무뿌리는 토양입자들과 연계돼 땅속에 수분을 저장하는 녹색 댐 역할을 한다. 지하 생태계로 물질순환을 유발하게 해 주는 공간적 기능도 발휘한다. 이를 통해 인간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안전을 도모하는 사방(沙防) 기능을 활용하기도 한다. 또 나무는 먼지를 제거한다. 나무의 잎과 수피는 수많은 요철과 미소 공간으로 채워져 있고, 공기의 흐름과 바람의 작용 등으로 정전기를 발생시켜 먼지를 흡착하고 제거해 주기도 한다. 물론 이 먼지는 비로 씻겨 나가 자연에서 정화를 통해 재활용된다.

최근 산림 치유가 각광받고 있다. 이는 나무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치유 인자들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음이온과 높은 습도 유지 기능, 녹색의 잎이 가진 안정감, 수피와 나뭇잎의 소음 제거 기능 등 나무는 정말 치유의 마법사다. 

이처럼 나무는 그냥 서 있는 무심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예를 갖춰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품격 높은 생명의 어버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잘 돌봐야 할 것이다.

/도시생태연구소장ㆍ원불교환경연대 자문위원

[2023년 05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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