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은 분야 책임 있고 튼실하게
‘교무와 교도가 백지장 맞들며’
함께 나아가는 모두가 ‘보물’.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아담한 통나무 목조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활짝 트인 마당에는 5월의 꽃들이 각자 자기 자리를 빛내고 있다. 선정진·절수행·마음공부·기도도량이자 ‘비움’의 쉼터, 음성교당은 그렇게 주변 자연과 잘 어우러져 있다.

경종 10타로 ‘5월의 보은·감사 기도’ 일요 법회가 시작된다. 독경으로 마음과 마음이 연해지고, 간절한 서원이 담긴 기원문이 올려진다. 이내 세상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개인의 서원을 다지는 두 번의 묵상 심고가 이어진다. 시대의 아픔은 그렇게 ‘함께’ 나눔으로, 덜어지고 위로되고 치유될 터다. 

법회 후 교무와 교도가 한자리에 모였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교도들의 이야기꽃 피어나고, 교당 가득 웃음꽃도 만발한다. 그 꽃자리, 지면에 옮겨 담는다.

연꽃의 구슬 같은 교도들
법회 후 교당에서 점심 공양을 함께 하는 교도들. 순번을 정해 두 명의 짝꿍이 정성껏 준비하는 식사, 교도들은 그렇게 소박한 밥상을 함께 하며 ‘식구’가 된다. 
“우리 교도님들은 맡은 분야를 알아서 책임 있게 튼실하게 잘 해내세요. 교도 수는 많지 않지만, 연꽃 위에 올라있는 구슬같이 한분 한분 너무 소중합니다.”(김선덕 교도회장)

“아내(주효선 교도)와 연애할 때 원불교를 알게 됐어요. 그때는 아내가 저보다도 교당 일을 먼저 챙기고 좋아하는 것 같아 (원불교)이미지가 안 좋았죠.(웃음) 아내와 함께 다니는 지금은 너무 행복해요.”(노대훈 교도부회장)

“마음공부 현수막을 보고 교당에 찾아왔어요. 오랜 시간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가슴에 묻고 살아왔던 것 같아요. 교무님이 매끄럽지(세련되지)는 않더라도(웃음) 꾸밈이 없으세요. 여전히 공부에 대한 갈증이 있지만, 사량 분별이 없는 교무님을 뵈면서 좀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입니다.”(김정혜 신도)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다 보니 예민한 성격이에요. 현장 일을 하다 보니 한 곳에 정착하기가 쉽지 않아 외로움이랄까, 상실감에 화도 많았어요. 교무님과 교도님들이 진심으로 잘 이끌어주시니 일요일마다 교당에 오는 게 좋습니다. 도반들과 이야기 나누고, 교무님 설법 들면서 신앙의 살을 찌우고 체득해 가는 과정이에요.”(홍서준 신입교도)

이제, 교도들의 대화는 ‘매끄럽지 않은’ 교무에게로 향한다. 
 

‘달밤에 체조’하는 교무
“가난한 교당에서 교무님이 고생을 너무 많이 하세요. 오직 교당밖에 모르시고요. 한번은 사다리 놓고 올라가서 (빗)물을 퍼내다 넘어지셨는데, (뼈가 변형될 만큼) 크게 다치셨어요. 오래된 교당 건물을 관리하느라 고생이 많으시죠.” 최대법화 교도가, 교무를 향한 짠한 마음을 먼저 꺼낸다. 

원기104년(2019) 이곳에 부임한 김대곤 교무. 그는 “부임 당시 교도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지 미숙했고, 지금도 미숙하다”며 웃는다. 세련되지 않은 말, 투박한 모습이 예의 ‘미숙하다’고 표현되지만, 김 교무의 꾸밈없고 성실한 ‘미숙함’을 교도들은 더 좋아한다.
김 교무는 “교도님들이 교당 (재정)형편을 걱정하지 않고 각자 속 깊은 신앙수행으로 자기 자리를 지켜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고민 끝에 충북교구장과 상의 하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교도들의 헌공금은 교도들을 위해 사용하고,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교당 관리와 운영비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김 교무는 매일 오전 9시~ 오후 2시까지 충북지역 독거어르신을 위한 음성군노인복지관 돌봄서비스를 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그가 목숨처럼 지키는 것은 아침 좌선 등 일과 수행이다. “개인수행과 적공이 없으면 교무로서 살아갈 수 없다”고 그는 단언한다.

김 교무의 별칭이 따로 있다. 그는 지역에서 ‘달밤에 체조하는 교무’로 통한다. 낮에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전지며 제초작업, 교당 관리를 밤에 하는 까닭이다. 달빛을 조명 삼아 교당 곳곳 빈틈없이 살피는 그, 꾸밈없고 성실한 그의 ‘미숙함’은 달빛보다 더 빛이 난다.
 

교도 모두가 주인으로
음성교당은 원기106년(2021) 신정절부터 줌(Zoom)을 통한 온라인법회를 병행하고 있다. 교당 취재가 있던 날, 호주에 잠시 머물고 있는 ‘전주 김여사’와 외국에서 잠깐 다니러 온 딸과 서울 여행길에 오른 윤원선 교도부회장이 줌 법회에 참여했다. 충북 음성에서 진행하는 법회가 실시간으로 서울은 물론 해외로까지 중계되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공부심을 챙긴다.

음성교당은 매월 마지막 주 문답감정 법회도 진행한다. 2년째 이어오고 있는 문답감정 법회(지도 최형철 교무)는 생생한 마음공부 현장으로 신앙수행의 나이테를 한층 더 새기게 한다.

김 교무의 표현대로 ‘교무와 교도가 백지장을 맞들며’ 함께 나아가는 모습, 음성교당은 지난해 충북교구 결산법회에서 교화상을 받았다.

교도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가 ‘임원’이고 ‘주인’이다. 김 교무가 교도 한분 한분의 이름을 되새긴다. 앞서 교화의 꽃을 피워냈던 두 명의 교무를 향한 감사의 마음도 잊지 않는다. 모두가 ‘교당의 보물’이다.

그 소중한 보물, 광채 있게 쓰일 음성교당은 ‘원불교의 보물’과 다름 아님을.
 

[2023년 05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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