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명 교도
박순명 교도

나는 내가 창조해낸 결과

나는 어릴 때부터 눈치가 빠르지 못했다. 착하고 순했지만, 느린 아이였다. 공부를 잘해서 반장을 도맡아 했지만, 리더십 기술은 부족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친구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되는 것만 같았다. 담임 선생님이 야무진 옆 반 반장과 비교하며 나의 순해빠짐을 말씀하실 때, 나는 말없이 듣고 있었다. 

나는 ‘유쾌하고 예쁘고 센스 있고 야무진 여자아이’였으면 좋겠는데, 현실의 나는 둔하고 어리버리하고 상황 파악이 안되는 아이였다. 이런 내가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이것은 사춘기 때부터 오늘날까지 나를 깊이 힘들게 했던 질문이며, 한때 심한 자기 비하와 우울감으로까지 이어졌다.

대학생 때 만난 <대종경> 수행품 24장 법문은 나에게 단비가 되어주었다. 소태산 대종사님은 제자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소태산 대종사님은 ‘너 정도면 괜찮아’라고 위로하지도 않고, 자책한다고 혼내지도 않았다. 단순히 ‘순수함과 열정만으로 중생제도가 충분하다’ 하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수양력, 연구력, 취사력)을 키운다면 공부와 사업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한다. 현실적인 말이다. 소태산 대종사님은 제자에게 구체적인 일상의 대안을 주었고, 그 결과 ‘모든 응용에 걸리고 막히지 아니하리라’고까지 했다.

나는 이 법문을 만난 때부터 지금까지 마음에 새겨 왔다. 새로운 일을 당하기 전 두려움을 무릅쓰고 잘 연마하고, 일을 당하여 잘 취사하고, 다시 대조함으로써 직장인과 사회인으로서 비교적 잘 적응해 왔다. 나는 여전히 지각을 많이 하고, 해야 할 일을 잘 잊어버리며, 정리도 잘 못하고, 한 번씩 상황에 맞지 않는 말로 가까운 이들을 서운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 나는 나의 이미지가 혼란스럽지 않다. 나는 노력과 훈련을 통해 나아진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을 뿐이다.

전생에 습관지어 온 바가 지금 내 모습이며, 오늘부터의 나는 내가 창조해 나갈 수 있다. 그렇기에 스승님을 만난 지금 내 앞날은 아주 밝음을 알 뿐이다. 

/김천교당

[2023년 05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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