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교도
이종원 교도

[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그는 자신을 ‘한번 시작하면 깊게 빠지는 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정말로 그랬다. 운동도, 사진도, 커피도, 종교활동도, 한번 발 들이면 ‘꾸준히’ 10년은 기본인 듯했다.

그는 ‘내 마음을 미루어 남의 마음 생각하는 법’을 실현하며 산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선천적 뇌병변 장애를 가졌음에도 현재 ‘동료상담사’로서 다른 장애인을 돕는 일을 한다. 그리고 이를 “아무래도 조금 더 잘 보인다”라는 말로 설명한다.

이종원 교도(본명 종호·충주교당)에게 ‘장애’는 장애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도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래서 남의 불편함을 더 잘 살필 수 있음이 감사하다. 더하여, 하고 싶은 일에는 필시 도전하고야 마는 열정까지…. 물론 부모님과 친구들의 단단한 지지기반이 성장에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그는 원불교를 만난 이후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다. 편견 없이, 그리고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는 원불교 사람들과 원불교의 가르침 덕분이다.

고민 크기 커지는 만큼 성장
김 교도에 대해 입수한 첫 정보에서 그는 ‘사진작가, 바리스타, 장애인 활동보조사’ 등 다양한 모습으로 소개됐다. 그중 자연스럽게 ‘장애인 활동보조사’에 마음이 먼저 향한 이유가 있다. ‘자신의 몸이 불편한데도 몸이 불편한 다른 사람을 위해 활동한다’는 스토리 때문이다.

그는 “장애인 활동보조사로 일하게 된 시작 이야기가 좀 웃기다”고 운을 뗐다. 구직 정보를 얻고자 찾아간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그곳에서 그는 센터장으로부터 “일이 구해질 때까지 그냥 며칠 놀러 나오라” 는 말을 듣는다. 놀 겸 정보도 얻을 겸 착실히 센터에 나간 이 교도. 그러다 센터장이 새로운 한 가지를 제안한다. “내 휠체어 미는 일 좀 도와줘요. 용돈 줄게.” 센터장 역시 중증장애인이었다. 이 교도는 그렇게, ‘장애인 활동보조사’라는 말이 있는 줄도 모르는 상태로 장애인 활동보조를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올해 2월은 또 다른 기점이 됐다. 장애인 활동보조사 활동을 지켜본 센터장의 권유를 받고 도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 사회복지사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일하는 곳은 똑같지만 역할이 달라졌고, 그만큼 고민도 더 많아졌다”고 말하는 이 교도. “이용자가 웃고 좋아해 줄 때 가장 기쁘고 보람있다”고 말하는 그는 이제 활동보조사에서 동료상담사로, 고민의 크기가 더해지는 만큼 더 성장해가고 있다.
 

‘커피’ 덕분에 만난 원불교
그와 원불교의 만남은 ‘커피’에서 비롯됐다. 10여 년 전, 사회적으로 ‘커피 바람’이 불던 즈음이었다. 그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도전하는’ 성격이었다. 불쑥 ‘커피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원불교 충주교당 부속 기관인 차문화인성교육원에찾아오게 됐다. 배우고 싶던 것을 배우는 것은 역시나 재미있었다. 자연스럽게 교당 교무, 교도들과 친분이 쌓였다.

그러던 어느 날 김형석 교무가 “교당 행사 사진을 좀 찍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사실 그는 고등학생일 때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해 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었다. 그렇게 발 들이게 된 교당. 이즈음의 계절이었으니, 원불교열린날 경축식으로 기억한다.

그곳에서 당시 경산종법사의 영상 설법을 듣게 됐다. 느낌이 좋았다. “말씀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는데,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무조건 믿으라고 하지 않는 점과, ‘마음공부’를 이야기하는 게 마음에 특히 들어왔죠.” 이후 그는 김 교무에게 ‘마음공부’에 대해 수시로 질문하고 들으며, ‘스며들 듯’ 자연스럽게 원불교 교도가 됐다.

언젠가는 사진동호회에서 어르신들 장수 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는 활동에 착안해, 교당 어르신들 장수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는 그. 교당 어른들의 사진을 찍는 일은 왜인지 더 중요하게 느껴졌고, 보람 있었다.
 

좋은 사람 옆에 좋은 사람
10여 년간 이 교도를 지켜봐 온 충주교당 교도들은 그를 “‘못해요’를 안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원을 다니다 입교한 케이스로, 사축이재 때 사진 요청을 받으면 장비를 직접 다 챙겨와서 사진을 찍는다. 귀찮을 법도 한데 단 한 번도 마다하지 않는다”고도 설명했다.

아무래도 아직 원불교 교당은 장애인과 함께하는 사례가 많지 않고, 함께하기 쉽지 않은 환경인 곳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과 함께 교당 생활을 한다는 데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었을 터.

이 질문에 교도들은 “종원씨 본인 스스로가 격이 없어서 우리는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와 함께 일하면 분위기가 활발해지고 여러 면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도 했다. 매사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이 교도의 성격이 그대로 증명되는 말들이다.

인터뷰 말미, 마지막으로 하고픈 이야기가 있냐고 묻자 그는 “감사하다”는 말을 툭 꺼냈다. 어떤 게 감사하냐고 다시 묻자 그가 하는 말. “옆에서 지지해주는 그 힘이요.”
 

그는 요즘 ‘에너지가 중요함’을 많이 느낀다. “주변에 우울한 에너지가 있으면 나도 같이 우울해지고, 주변에 밝은 에너지가 있으면 나도 같이 밝아지더라고요. 내가 그런 영향을 받는다면 남도 그럴 거잖아요. 남에게 밝은 에너지, 넘치는 에너지로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좋은 사람 옆에는 으레 좋은 사람이 모여든다. 그의 옆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 역시 좋은 사람이라는 뜻 아닐까. 몸이 불편할 뿐, 그는 건강한 마음을 바탕삼아 건강한 삶을 꾸려가는 중이다.

[2023년 05월 31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