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장내 미생물을 연구하는 미국의 마틴 블레이저 교수는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몸속에 가지고 있는 세균이 건강한 사람과 다르다. 천식, 알레르기, 자가면역 질환 등 많은 질병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중요한 세균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세균이 사라져서 병이 생긴다니, 16세기에 지구가 돈다고 한 갈릴레오의 말처럼 놀라운 얘기다. 하지만 갈릴레오의 말이 지금은 상식이 된 것처럼, 이 견해도 학계의 정설이 되고 있다.

최근 백 년 사이 인류 건강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사건 중의 하나는 세균의 발견일 것이다. 세균을 정확히 알게 된 지 겨우 150년 정도 지난 지금, 우리는 여러 가지 세균들이 많은 질병의 원인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그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를 만들어 쓰게 됐다. 세균이 매우 다양하므로 항생제도 매우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결국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항생제를 먹거나 주사로 맞거나 하며 살아오고 있다.

이러한 항생제가 많은 질병의 퇴치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처럼 좋은 점만 있었을까? 항생제 덕분에 인류는 과연 질병으로부터 구원을 얻었을까? 사망 원인 질병(질병 사인)의 변화를 살펴보면 최근 백 년간 급성 질병에 의한 사망이 크게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신 만성 질병에 의한 사망이 크게 늘었다. 질병 사인의 선두를 달리는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은 모두 만성 질병의 마지막 단계에 일어나는 병들이다. 

게다가 우리의 삶을 굉장히 어렵게 만드는  알레르기 질환과 자가면역 질환이 크게 늘어났다. 이는 면역 세포가 자기 세포를 세균과 같은 침입자인 줄 알고 공격하고 밀어내는 병이다. 면역 세포의 이러한 혼란을 혹시 항생제가 유발한 것은 아닐까? 항생제가 나타나면 세균은 그것을 피하기 위해 표적을 헷갈리게 만드는 여러 변신술을 쓴다. 그것을 따라가다가 면역 세포가 길을 잃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세균에 대한 대처 방식을 이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김종열한의원장ㆍ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06월 07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