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호 교무
현상호 교무

[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하와이 훈련원의 식단은 아침에 빵을 먹으면 점심은 밥, 저녁은 면으로 이어진다. 그 순서가 바뀔 때도 있지만 빵이나 면은 간단한데(사실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지만), 밥을 먹을 때는 항상 ‘반찬이나 국을 무엇으로 하지?’하는 고민이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아침을 먹을 때부터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시간 낭비일 것 같아 밥 먹기 전 한 시간이나 30분 전에 당일의 식욕에 따라서 원하는 메뉴를 고르곤 한다. 다른 메뉴는 괜찮은데, 냉동실에 얼린 식자재는 미리 내놓아야 한다. 막상 일을 당해 하려다 보면 해동 시간 등 요리 시간이 길어져서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그런 성가심 때문에 빨리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음식을 고르다 보면 당장 쉬운 인스턴트 식품으로 손이 간다.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편리함 때문에 습관되기가 쉽다. 그럴 때일수록 먼저 마음을 챙겨 냉장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혹 냉동 음식이면 미리 꺼내 놓아 준비한다.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는 빨리 배고픔을 면하려는 내 마음에 있음을 느낀다. 밥도 20분간 천천히 씹어서 먹어야 무기질이 몸에 흡수되어 좋다고들 하는데, 나는 5분이면 식사가 끝이 난다. 식사하는 나를 보면 몇 번 씹지도 않고 그대로 삼킨다. 그 때문인지 건강 검진에서도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이 발견되는데도, 습관이 되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혹 이 모든 것의 원인은 배고픔이라는 욕구를 빨리 해결하려는 내 마음 작용 때문인가. 
 

20분간의 식사 시간을 
유무념 삼아 공부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정전> 영육쌍전법에서 “새 세상의 종교는 수도와 생활이 둘이 아닌 산 종교라야 할 것이니라. 그러므로, 우리는 제불 조사 정전(正傳)의 심인인 법신불 일원상의 진리와 수양·연구·취사의 삼학으로써 의·식·주를 얻고 의·식·주와 삼학으로써 그 진리를 얻어서 영육을 쌍전하여 개인·가정·사회·국가에 도움이 되게 하자는 것이니라”라고 말씀했다.

삼시 세끼를 먹는 것도 미리 연마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영양가 있는 메뉴를 정하고 (여기서 진리는 ‘내가 먹는 것이 곧 나’이다) 재료를 손질해 두고 요리법을 익힌 후(사리연구) 일심(정신수양)으로 요리해야 한다(작업취사). 또 식사하기 전 사은님께 감사를 올리고 식사 시에는 반드시 천천히 씹으면서 먹기를 하는 것이 바로 진리와 삼학으로써 의식주를 얻는 영육쌍전법이 아닌가 한다. 

마음과 더불어 몸을 챙기는 것도 큰 공부인데, 그동안 무엇을 먹어야 하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좀 더 몸의 소리에 귀 기울여 몸에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는 감상이 든다. 그리고 배고픔을 즐길 줄 아는 여유도 필요할 것 같다. 그래야 진정 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 줄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부터 20분간의 식사 시간을 가지는 것을 유무념 삼아 공부하고자 다짐해 본다. 그래서 앞으로 40여 년 동안 더불어 살아야 할 중년의 몸을 좀 더 챙겨, 영육을 쌍전하며 공도사업에 유익을 줄 수 있도록 건강을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하와이국제훈련원

[2023년 06월 0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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