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지금은 이름조차 생경할 추억의 물건, 책받침. 하여 용도를 덧붙이자면, 책받침은 글씨를 쓸 때 노트 밑에 받치는 용도로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그 시절, 책받침은 부러지기 일쑤인 연필심과 거친 공책의 단점을 가려주는 훌륭한 조력자였다. 

책받침을 챙겨 오지 않은 날이면, 이 조력자의 역할을 실감한다. 연필이 공책 표면에 눌려 꾹꾹 자국을 남긴다. 얇은 종이 두께 때문에 뒷면이 울퉁불퉁해지니, 그 위에 글씨를 쓰기 힘들 정도다. 이쯤에서는 ‘책받침 입장에서 억울할 듯 하다’는 누군가의 말이 일면 타당하게 생각되기도. 제대로 된 이름은 아마도 ‘공책받침’이 아닐까.

책받침이 호사를 누리던 시기도 있었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던 그것, 바로 연예인 책받침이다. 좋아하는 대중스타의 사진으로 비닐 코팅을 해서, 학용품인 책받침 용도와 팬심 굿즈 용도를 겸해 사용했던 것이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우르르 몰려가 새로 들어온 사진이 없는지 살피느라, 문방구는 늘 북적대는 참새들의 방앗간이었다. 
 

유튜브 ‘아재 TV ’ 영상 캡쳐.
유튜브 ‘아재 TV ’ 영상 캡쳐.

책받침에 등장하는 인물 중 점유율이 높은 여성 셀럽을 이른바 ‘책받침 여신’으로 불렀다. 그중 ‘3대 여신’이 해외와 국내로 나누어 회자되곤 했다. 기억을 상기하자면, 해외 스타는 ‘피비 케이츠, 브룩 쉴즈, 소피 마르소’로 우열을 가렸고, 국내는 90년대 대표 미녀스타들이 일명 책받침 트로이카로 등극했다. 당시 인기의 척도는 책받침 여신으로 등극하느냐 마느냐였다. 연예인 외에도 만화 캐릭터부터 구구단, 알파벳 등이 쓰여있는 형형색색의 책받침도 있었다.

그때 그 시절, 내겐 ‘책받침 3대 여신’보다 찐추억인 책받침이 있었다. 엘리어트 소년의 가슴에 손을 대고 작별을 고한 E.T 책받침. 그 고백, 오늘 다시 소환해본다. “나는 언제나 너의 마음속에 있다.” 

[2023년 6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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