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우리 몸에는 전체 세포 개수의 두 배에 달하는 미생물이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내 몸의 주인이 세포인지 미생물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들 미생물은 세균이라 불리기도 한다. 세균, 하면 우리는 질병을 일으키는 부정적 존재로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 많은 세균들이 모두 우리 몸에 해를 끼치는 존재라면 사람이 어떻게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그래서 ‘이로운 세균’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자연을 살펴보면 완벽히 혼자서 존재하는 생물은 없다. 나무는 여러 가지 이끼로 덮여있고, 모든 동물들은 수많은 미생물(세균)들을 몸속에 데리고 산다. 생물들 사이의 이런 관계는 대체로 공생관계로 본다. 해를 끼치는 존재라면 당연히 우리 몸의 방어 작용이 발동될 것이고, 미생물도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만큼 반격을 할 것이다. 즉, 우리 몸 안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평소 아무 일 없는 듯 잘 살아간다. 그것은 이들 미생물들이 오랜 세월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적응해왔기 때문이다. 미생물에게 인간의 몸은 집이다. 이 집에 처음 입주할 때는 미생물도 우리 몸도 적응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이런저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그 문제가 너무 커서 결국 입주를 못하는 미생물도 있다. 콜레라나 페스트균이 그런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미생물들은 성공적으로 입주해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들 미생물들은 자신들의 집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을뿐더러, 가능하면 집에 유익한 어떤 역할인가를 하며 살려고 한다. 마치 한 나라에서 새로 소수 이민족을 받아들이면, 그들은 함께 살아가며 각자 나라에 필요한 역할들을 나눠 맡으려 노력하는 것과 비슷하다 할 것이다. 그러니 이 친구들과 잘 지낼 생각을 해야지 미생물들을 모두 없애야 내 몸이 건강해진다는 생각을 하면 곤란하다. 그런데 지난 백 년간 현대문명은 ‘세균은 모두 없애야 할 적이니 모두 박멸해야 한다’는 태도로 여러 가지 물질들을 생활 환경 속에 만들어왔다.

/김종열한의원장ㆍ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6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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