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당신이 알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들을 떠올려보자. 내 부모, 이웃집 할머니, 퇴임교무 등 9명의 얼굴이 떠오른다면, 그 중 1명은 치매환자다. 대한민국 65세 이상 노인 9명 중 1명, 즉 치매유병률은 11%에 이른다. 

이 통계는 이미 3년전 2020년 결과다. 당시 치매환자는 911,529명,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8,134,675명이었다. 이를 인구 전체로 보면 대한민국 치매유병률은 2%, 즉 한국인 50명 중 1명이 치매환자가 된다. 검사나 등록된 ‘드러난’ 통계만으로도 그렇다. 

숨겨진 숫자까지 살펴보는 개념이 ‘추정’치매환자다. 치매역학조사에 기반한 유병률과 주민등록연앙인구를 바탕으로 재산출한 수치다.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2(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올해 대한민국의 치매환자인구는 100만명을 넘어선다. 이는 2022년의 0~3세에 해당하는 인구 1,130,532명에 조금 못미치는 숫자다. 우리나라의 47개월까지의 아기들과 65세 이상 치매환자 수가 비슷하다는 의미다. 

불행히도, 점점 아기들은 줄고 치매환자는 늘어난다. 추정치매환자인구는 2030년 142만명, 2040년 226만명에 이어 2050년 315만명으로 정점을 찍는다. 참고로 통계청은 2050년 서울 인구를 792만, 전북 인구를 149만으로 추정한다. 27년뒤인 2050년, 치매인구는 서울시민의 절반이요, 전라북도(149만)과 전라남도(152만)을 합친 인구를 뛰어넘는다.

대한민국 50명 중 1명이 치매환자
우리 삶 깊숙이 당연하게 자리한 치매. 그렇다면 가족이 치매환자인 삶은 어떨까.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2021년 2,112만 원으로 1달에 176만 원꼴이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인 464만 원에 비하면 49.5%를 차지한다. 국가적인 비용도 인상적이다. 2021년 국가 치매 관리비용은 18.7조였지만, 2080년에는 194.2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가 의심되는 상황에선 어떡해야 할까. 가장 손쉬운 것은 역시 전화다.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은 24시간, 365일 연중무휴로 뭐든 묻거나 상담할 수 있다. 2013년 개소 이후 상담 건수가 2015년 54,989건, 2017년 91,394건, 2019년 102,778건으로 점차 증가하다 2021년 166,099건으로 훌쩍 뛰었다. 콜센터 이용은 본인(54.3%)이 절반 이상으로 가족(25.7%)보다 많고, 주로 조기 발견(51.3%), 지원 서비스(33.4%)를 상담했다.

스마트폰이 편하다면 치매체크앱도 눈여겨보자. 의심 증상을 체크할 수 있는 데다, 국가나 사회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안내해준다. 스마트폰에서 치매 관련한 어플을 설치, 나이와 주소, 병명, 경제 상태 등을 기입해두면 된다.

치매 진단이나 검사에는 방문을 권한다. 보건소 및 병원도 있지만, 많이 이용하는 치매안심센터가 전국 지자체에 총 256개 운영되고 있다. 치매 진단을 받으면 치매전담형 장기 요양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데, 노인요양시설 내 치매전담실, 치매전담형 공동생활가정, 치매전담형 주야간 보호시설 등이 있다. 치매안심병원은 전국에 7곳뿐으로 경상북도 3곳, 대전·충북·광주·제주가 각각 1곳이다. 공립요양병원은 77개소로 서울 1곳, 전북은 6곳이다. 
 

65세 이상 9명 중 1명이 치매환자, 2023년 100만명 돌파
치매상담콜센터, 치매체크앱, 치매안심센터 이용 꾸준히 늘어 
육체와 정신 차원에서 함께 비롯…예방·지연 40%까지 가능

콜센터, ‘본인이용’ ‘조기발견’이 절반 이상
치매가 증가하면서 치매환자 간병인 혹은 가족에 대한 관심과 공감도 커지고 있다. 치매환자가족은 가장 먼저 치매를 받아들이고, 긴 여정을 위해 자산을 비롯, 센터 및 보험 등 사회적 안전망을 파악해야 한다. 80세 이상 4명 중 1명은 치매이니, 감추기보다 적극적으로 알려 도움과 지원을 받는 것이 좋다. 

치매환자에겐 새로운 정보가 입력되지 않기에, 되도록 이전의 집안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혼란스럽지 않다.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돌보는 것은 혼란스러울 수 있기에, 이전의 구성원과 같이 살며 다른 가족이 방문하거나 지원하는 방향이 도움이 된다. 치매환자는 정보보다 감정만을 전달받는다. 만약 보호자가 “욕실 불을 꺼라”라며 화를 낸다면, 환자는 그저 ‘내게 화를 냈다’고만 받아들인다. 따라서 보호자에게는 감정을 분리해 말하고, 환자의 옛 모습과 현재 모습을 비교하지 않는 훈련이 필요하다.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되어버린 부모, 내 말에 대답도 기억도 없는 배우자. 그 끝을 모르는 망망대해에 놓인 치매가족 및 보호자를 위해 가족 교실, 자조모임, 힐링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휴식과 치유가 필요한 보호자들에게는 센터, 전문가, 이웃, 가족, 종교, 모임 등이 중요하다.

수행과 적공으로 마지막까지 향기로운 삶
치매 인구의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다. 다만, 치매가 중진국이나 발전도상국에서 특히 더 많이 증가한다는 점에 주목하자. 이 국가들은 비만, 당뇨, 고혈압 등의 발병률도 높은데, 치매 역시 이 성인병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미다. 반면, 치매 발병률이 감소하는 몇몇 국가들도 있는데 모두 국민 소득이 높다.

이처럼 치매의 발병에는 소득과 교육, 인간관계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많이 작용한다. 예를 들어 교육 수준이 높으면 치매의 발병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치매가 육체뿐 아니라 정신의 차원에서도 비롯된다는 의미다. 치매의 전조증상인 기억력 저하는 보통 은퇴 후 두뇌 회전과 신체 움직임이 뜸해지면서 시작된다. 거의 모든 노인의 미래이나 아직 예방 차원의 움직임은 부족한 상황. 생활방식과 습관에 따라, 치매를 예방 혹은 지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무려 40%다.

치매환자 혹은 환자의 보호자나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원불교 법회가 있다면 당사자들에게는 더없이 큰 은혜가 된다. 보호자끼리 회화를 통해 아픔에 공감하고 이를 마음공부로 풀어내게 한다면, 우리 사회 가장 취약한 이들을 제도하는 길이 될 것이다. 교당에서 은퇴한 시니어들에게 머리를 단련할 의두와 몸을 움직일 봉공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이 프로그램이 시니어교화의 길이 될 수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산 스승님을 표준 삼는 공부도 제안한다. 수행과 적공으로 마지막까지 향기로웠던 삶을 닮아가 봐도 좋겠다.

[2023년 6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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