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졸업해보니, 가장 많이 느껴야 할 게 마음공부”
믿어주고 기다려 주면 좋은 결과 보여주는 학생들
건강한 시민의식 양성하는 학교… ‘환경교육 거점학교’로 우뚝

[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소태산의 법맥을 이어받은 정산종사, 그가 소태산에게 받은 법명은 별이름 규(奎)자를 쓴다. 그리고 원불교 교단은 정산종사 탄생 백주년 기념사업으로 대안교육 기관 원경고등학교를 합천군에 개교했다. 무슨 우연인지, 한반도에 유일하게 별(운석)이 떨어졌던 땅이 바로 ‘합천군’이다. 별이름을 쓴 정산종사와 별이 떨어진 땅, 합천. 원경고는 2020년(원기105)에 ‘합천평화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학생들이 함께 그린 협동화를 들고 서울에서 열린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했던 모습(22.09.24).
학생들이 함께 그린 협동화를 들고 서울에서 열린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했던 모습(22.09.24).

경험을 주고, 믿고 기다리면
“3년 동안 그림만 그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A학생이 정도성 합천평화고 교장에게 전한 감사인사다. 미술대학에 진학하면서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선보였던 학생이었다. 그리고 그 학생은 첫 학기 장학금을 보은의 마음을 담아 학교에 기부했다.

정 교장은 “그림만 그리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이 다른 수업을 안했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본적인 수업 외에 학생에게 그림에 관한 활동과 체험·경험을 많이 제공했던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이외에도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 2학년에 전학온 B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닭장을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고, 학교는 교내에 닭장을 설치했다. 닭 돌보기부터 학생회 활동, 그리고 공부까지 곧잘 한 B학생에게 “왜 우리 학교에 왔냐”고 물어본 정 교장. 학생은 “다른 학교처럼 공부하라는 소리를 안해서 오히려 공부가 재밌고 다시 하고 싶어졌다”며 동물을 돌보면서 생긴 꿈을 좇아 1등으로 졸업해 축산학과에 진학했다.

학생들이 원하는 길을 찾아갈 수 있게 여러 경험을 제공하고, 믿어주고 기다려 준 결과다. 세상 어느 학교가 학생이 닭장을 해달라고 할 때 닭장을 설치해줄까. 정 교장은 “이런 사례들을 보면 학교의 교육 방침이 아이들에게 참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혁신으로 이뤄낸 ‘환경교육 거점학교’
합천평화고는 1998년(원기83) 교단 내 두 번째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로 개교 이후 일반계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다수의 학생을 끌어안고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일에 노력했다. 

처음에는 부적응 학생을 돌보는 학교와 교직원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지만, 시간이 흐르며 ‘문제아들이 가는 학교’, ‘유배 가는 학교’ 등으로 부정적인 낙인효과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학부모들 사이에도 “우리 애가 그래도(문제가 있어도), 어떻게 저 학교를 보내냐”는 여론까지 형성됐다. 정 교장은 그때 ‘학교발전위원회’의 구성을 제안해 돌파구를 찾고자 했고, 또 2014년(원기99) 교장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학교를 변화시키는 데 주력했다. ‘마음공부’에 이은 교육의 다변화였다.

특히 합천평화고가 자랑할 만한 것은 ‘생태환경교육’이다. 환경부에서 꿈꾸는 환경학교로 전국 6개 학교를 공모했는데 5개 학교는 수도권 학교, 유일한 비수도권 지방학교로 합천평화고가 선정됐다. 또 전국에 34명 밖에 없는 환경교사를 일찍이 채용해 환경수업을 개설했고, 도교육청으로부터 생태환경 미래학교로 지정, 학교운동장에 학교숲을 조성했다. 

정 교장은 “소태산 대종사님도 훌륭한 생태주의자라고 생각한다”며 “소소한 노끈 하나, 종이 한 장도 아끼고, 물이 흔하지만 함부로 쓰면 물 귀한 과보를 받는다는 법문도 하셨다. 이런 생각 아래 환경교육을 진행해왔더니 이제는 밖에서도 합천평화고가 ‘환경교육의 거점학교’처럼 인식된다”고 전했다.
 

평생에 걸쳐 닦아나갈 토대를 쌓자
교립학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법당은 합천평화고의 기숙사에 있다. 교실과 기숙사 양쪽에서 마음공부 수업과 법당활동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쉼없이 돌보는 중이다. 장경천 교무(합천평화고)는 “수업에서는 이웃종교나 무종교인 학생들을 위해 원불교적 색채는 많이 드러내지 않고, 법회 때 설교로 생활 속 마음 잘 쓰는 법을 녹여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원불교에 대해 잘 몰랐다가도 장 교무의 수업과 법회를 통해 원불교를 알아간다. 전국에서 아이들이 모이는 학교이다 보니 주말에 집에 갔을 때 일원상을 보고 ‘아 우리집 근처에도 원불교가 있구나’ 인식을 한다고.

합천평화고의 교화는 ‘학교에서 끝나지 않는 마음공부’를 지향한다. 3년간 학교에서 연습과 토대를 갖추고, 평생에 걸쳐 닦아나가는 길을 지도하자는 것이다. 학생이 변하면 그 가정이 변하고, 그 가정으로부터 이어진 인연들까지 생각하고 있다. 

장 교무는 “학생들이 졸업하고 마음과 마음공부의 소중함을 알더라고요”라며 말을 꺼냈다. “법당회장까지 하고 졸업한 학생이 있어요. 그 친구가 진로 특강에 와서 했던 말이 ‘학교를 졸업해보니, 가장 많이 느껴야 할 게 마음공부’라고 후배들에게 그러더라고요. 마음공부로 사회생활을 버틸 수 있다고요.” 

경쟁하지 않고 함께 가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
“우리 학교는 일반학교보다 자유롭고, 또 그 책임을 스스로 지는 만큼 성장에 도움 되는 학교입니다. 자기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고 성장하고 싶으면 우리 학교를 추천합니다.” 올해 고3으로 학교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안진 학생의 말이다.

전국에서 모이는 다양한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생각과 활동의 폭을 넓히고,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여러 가지 경험을 쌓으며 진로의 비전을 세운다. 더해 원불교 인성교육으로 머리로 알던 것을 실천하도록 도와주는 교육을 펼치는 합천평화고. 

경쟁하지 않을 자유 속에 멀리 가기 위해 함께 가는 배움과 평화공동체로, 대안교육이 아닌 보편교육으로, 세상에 유익 주는 건강한 시민의식을 양성하는 도량으로 나아간다.
 

[2023년 6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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