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진 교무
송상진 교무

[원불교신문=송상진 교무]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에는 약어로 DEI (다양성·형평성·포용성)이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공권력에 의한 조지 플로이드의 비극적 사고 이후 더욱 가시화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사회에 편재한 불공정성을 여과 없이 드러냈으며, 집단적 자각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본질적으로 DEI는 공평함과 혁신을 촉진하며, 포용과 평등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를 육성해 모든 개인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미국사회가 점점 다양해지면서 교육기관, 기업체, 종교기관은 DEI를 받아들여 글로벌 시각을 기르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나가고 있습니다. 포용적인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깊은 소속감과 심리적 안전성을 길러 개인들이 눈치보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해줍니다. 개인 스스로가 가치 있게 여겨지고 존중받으며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때, 그들의 동기부여와 참여도가 높아지고 생산성은 증대됩니다.

포용적인 직장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특히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회사는 직원 각자가 개인적인 성장과 성취를 이루도록 도움되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교당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모든 사람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실천의 장소

그렇다면, 원불교 교당은 DEI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저는 원불교 필라델피아교당 법회에 참석하면서 DEI의 중요성을 체험합니다. 필라델피아교당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한국 이민자 교도와 미국 출생 교도가 중요 의식을 진행할 때 항상 함께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부처님오신날과 육일대재에는 공동법회가 진행됩니다. 교당의 주임교무와 보좌교무는 한국어와 영어로 법회를 준비합니다.

육일대재에서는 보좌교무가 행사를 진행하고 모든 것을 영어로 설명한 후 한국어로 번역합니다. 슬라이드가 준비돼 교도들이 한국어와 영어로 성가를 부를 수도 있고 의식이 익숙하지 않은 교도들에게는 슬라이드에서 상세히 설명해 줍니다. 또 한국 이민자 교도와 미국 출생 교도 모두가 불단에 올라 기도를 드리도록 차별없이 안내됩니다. 기도가 영어로 돼 있다면 한국어로 된 번역본이 제공되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도 소외되지 않도록 모든 것을 준비합니다. 이후에는 점심 식사가 모든 교도를 위해 제공되며, 각각의 교도 그룹이 돌아가며 주음식 또는 후식을 준비합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참여합니다. 

제게 있어 교당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모든 사람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실천의 장소입니다. 이러한 실천은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고 결코 쉬운 일도 아니기 때문에 보람도 큽니다. 법회를 통해 우리는 항상 긴 의자에 뒤섞여 앉아 함께 노래도 하고 염불도 하며 기도하고 식사합니다. 다양한 차별을 초월해 이 대재를 통해 우리는 한 가지 목적인 스승과 조상을 추모하는 데 오직 집중합니다. 한 교당의 작은 사례이지만 공정한 세상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제게 우리 법회는 대안적인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정성을 육성하고 다양성을 존중하여, 처처불상과 사사불공이 실현되는 세상입니다.

원불교 교도로서 또는 교무로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유지하고 있는가?’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가?’ ‘시력이나 청력이 좋지 않은 분들에게도 충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영적인 공동체를 찾는 경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찾아오는 사람들이 편안함과 평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2023년 6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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