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여기는 진전 해바라기 마을 방송입니다.
면민의 날 기념 전통놀이대회를 주민 여러분의 협조로 잘 마쳤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해바라기 이식 작업을 노인 일자리 어른들이 땀 흘려 정성 다해주시니 감사드리고 특히 마을로 들어오는 도로변 논 주인들의 협조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아동·청소년·가족·주민이 함께하는 ‘농촌 체험 인성 교육장’ 운영에 적극 협조 바랍니다. 1차로 5월 31일에 경기도에서 고등학생들이 참여하니 함께해 주시기를 요망합니다.
‘마을 만들기 사업’은 주민 모두의 정성이라야 성공할 수 있으니, ‘나와 마을은 하나’라는 생각으로 잘 만들어 갑시다. 이상 진전 해바라기 마을 방송입니다.

 

면민의 날 민속 경기에 씨름선수로 나섰다.
면민의 날 민속 경기에 씨름선수로 나섰다.

 

모두가 하나로 만나는 날
5월 둘째 토요일은 산서면민의 날이다. 이날은 산서면민이면 환자가 아니고는 모두 산서초등학교에서 하나로 만나 기념식과 민속 경기 등 축제 마당이 펼쳐진다. 마을마다 공동으로 먹거리를 장만해 교류하는 잔치판이 열린다. 월호(마을)은 음료수와 소머리 국밥, 진전(마을)에서는 떡과 밥, 그리고 삽실(마을)에서는 김치 등 밑반찬을 준비했다.

인사를 나누며 얘기를 나눈다. 참 정겹다. 타향살이 몇 년 만인지 셀 수도 없고, 이날에 찾아와주는 고향 친구들과 나누는 정은 더욱 뜻깊다. 

함께 모여 먹고 즐기는 데 이어 마을 대표들이 나와 민속 경기 시합을 한다. 나는 게이트볼 선수로 뛰었으나 평소 실력이 제대로 안 나와 우승은 양보했다. 또 민속 경기의 꽃, 씨름이 있었다. 시범을 보여줄 초청된 여자 선수가 한판 할 희망자를 부르는데 한 마을 주민이 나가 안다리로 승리했다. 그 광경을 지켜 본 주민 아들이 “우리 엄마는 기운이 세서 이길 줄 알았다”고 기뻐한다. 그 광경에 나도 씨름 한판을 하고 싶어 자원해 경기에 나섰다. 결과는 뻔하지만,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그렇다고 내년에 승리하자고 연습할 생각도 없다.(웃음)
 

노인 일자리 주민들과 작업 중에
노인 일자리 주민들과 작업 중에

면면 곳곳으로 퍼지는 진전 해바라기
2년 전 해바라기를 혼자 키울 때 얻은 소득이 있었다. 잘 자라고 개화 기간도 3개월(9~11월) 이상 된다. 씨앗으로는 기름을 짤 수도, 알맹이는 건강식품으로 정평이 나 있어 ‘해볼 만하다’는 뜻이 섰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하나의 마을 특화사업으로 판을 키워 주민과 함께 노작 활동을 통해 발전시켜왔다. 올해는 두 가지 재배 방법을 병행하고 있다. 하나는 씨앗을 직파하는 방법, 다음은 모를 부어 5~6월쯤 모종을 옮겨 심는 방법이다. 지금이 모종을 심을 때로 손이 많이 필요한데 이를 노인 일자리 주민들이 함께한다. 그 수고를 잘 알기에 맛있는 새참 준비에 부녀회장과 잘 상의해 공양을 준비한다. 올해는 작년의 3배 이상 수확을 기대한다. 그래야 기름도 짜고, 씨는 까서 견과류와 찻감으로서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소식은 작년에 해바라기의 함박 웃음을 즐기고 갔던 면 유지 중 무지개 축제 주관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무지개 축제 마당 주변에 장식할 꽃으로 해바라기를 심자”고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리고 내게 “모종을 달라”고 요청하기에 쾌히 승낙하고 비 오는 날에 많은 양을 손수 뽑아 윤영술 무지개 축제 주최회장에게 전했다.

진전마을 해바라기가 면 전체로 퍼지니, 재미가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해바라기는 ‘시(時)와 씨(因)가 많다’는 사실이다. 해(日)를 따라 시시로 변화를 주고, 씨가 많아 많은 알맹이를 주는 복스러운 꽃을 심고 가꾸면서 농촌살이하는 재미 말이다. 앞으로도 마을 도로마다 활짝 피어날 해바라기들의 축제를 면과 군의 협력을 받아 진행해야 하는데, 우리의 정성만큼 반응이 있으리라 기원해 본다.
 

인간 생명의 근원을 체험하는 농촌 인성교육
최근 아동·청소년 인성 교육의 새로운 방향 중 하나가 바로 농촌 체험을 통한 현장실습 교육이다. 이런 흐름을 보며 우리 마을의 흉한 빈집을 철거하고, 그 터를 농촌 체험 인성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침 20여 년 동안 방치된 집이 있어 그 집을 철거하고, 집주인과 상의해 마을 공동의 텃밭 용도로 허락을 얻었다. 하지만 오래 묵은 땅이 잘 골라지지 않아 고민만 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마을에 어려운 일 한 가지를 들어드릴 테니 요청하시라”고 했다. 나는 “트랙터를 하루만 내 원대로 쓰게 해달라”고 부탁해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지나고 보니, 그 사람은 우리 마을 앞 도로에서 사업을 하는 회사 회장으로, 내 인문학 강좌에도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나의 활동과 뜻을 알고 있었다.
 

​농촌체험 인성교육 활동 사진.
​농촌체험 인성교육 활동 사진.

그렇게 주민 공동의 텃밭을 만들고 아동·청소년과 주민이 함께하는 ‘농촌 체험 인성 교육장’을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벌써 경기도에서 고등학교 1학년생 3~4명과 교사가 수학여행을 겸해서 농촌 체험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처음으로 농기구를 만지고, 농작물을 길러보는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설레는 마음이었다. 약속된 날, 농기구와 함께 심을 옥수수와 고구마 등을 텃밭에 준비해놓고 그들을 기다렸다. 드디어 학생들이 도착했다. 먼저 농촌 체험의 의미에 대해서 “인간 생명의 근원인 땅과 하늘 그리고 바람과 물을 농작물을 통해 체험하는 일”이라고 간단히 설명했다. 이후에는 함께 땀과 정성으로 노작 활동을 했다. 요즘 아이들은 겪어보지 못했을 정자 위 시골 밥상을 차려주고, 낮잠 시간도 가졌다. 아이들은 오후에도 밭두렁에 농작물을 심고 물을 주고 자신이 심은 농작물마다 마스크로 만든 명찰을 붙이고 떠나갔다. 학생들을 다시 볼 그날이 기대된다.

농촌체험 인성교육 활동 사진.
농촌체험 인성교육 활동 사진.

[2023년 6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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