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원광한의원은 제가 한의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일한 곳입니다. 청춘을 아니, 제 삶의 대부분을 바친 곳이지요. 제가 침을 놓을 수 있는 날까지는 계속 보은하며 살고 싶습니다.”

지난 3월 15일 부산원광한의원(이하 원광한의원) 하성제 원장(괴정교당)이 원광한의원으로부터 30년 근속에 대한 감사장을 받으며 전한 이야기다. 원광한의원 근무를 시작한 지 꼭 30년이 되는 날이었다. 

최지운 교무(부산원광한의원)은 “보통 7~8년 근무하고 이동하는 이들이 많은데, 하 원장님은 지난 30년간 원광한의원을 지켜내고 일궈온 분입니다. 공심으로 일하시는 모습은 마치 전무출신의 삶을 보는 듯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성제 부산원광한의원장
하성제 부산원광한의원장

첫 근무로 시작한 직장, 지금까지
원광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한 하 원장은 첫 근무지로 원광한의원을 소개받았다. 부산이 고향이었던 그가 졸업과 함께 귀향한 첫 근무지인 곳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원불교와 인연이 됐고, 부인인 고화중 교도(괴정교당)를 만난 인연도 원불교였다.

고 교도는 젊은 시절(원기74년) 당시 종법사였던 대산종사의 법문을 정리하는 일을 맡았고, 하 원장은 고 교도와 결혼하게 되면서 원불교와 더 깊은 인연이 맺어지게 됐다.

“결혼하면서 부인이 법문정리일을 그만두게 돼 인사드리러 갔었습니다. 그때 장산님께 법명을 받게 됐고요. 그 인연으로 원광한의원으로 오게 된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원광한의원에 영산(김성은 교무)님이 대산종사님 아드님이란 것을 알게 됐죠.”

하 원장은 그때를 회고하면서 ‘자신은 원불교와 필연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원광한의원에 근무하면서 자신에게 큰 도움을 준 이들이 많았고, 그중에 김 교무는 마치 아버지처럼 큰 형님처럼 자신을 믿고 도와줬다고 한다.

“영산님이 한번씩 ‘하 서방 잘하고 있는가’하며 행정에 대한 부분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고, 또 진료에 대한 부분은 모두 맡겨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항상 든든하게 믿어주시고, 책임져 주신 모습을 보면서 제가 더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실력을 쌓고 경력이 높아지면 대부분 더 좋은 조건을 갖춘 직장으로 이직하거나 자신의 한의원을 개원한다. 그러나 하 원장은 주변의 권유에도 원광한의원을 고집했다.

“개원해서 내 한의원을 연다 해도 이렇게 많은 환자를 내가 만날 수 있을까. 환자를 많이 만나야 내 실력도 키우는 것인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 생활이 저에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행복했고, 앞으로도 한의사 직을 놓을 때까지 원광한의원에서 함께하고 싶습니다.”
 

교화·자선의 최전선에 선 일원가족,

“교구 교화에 보탬 되고 싶다”
부산은 교당들이 근접거리 위치,

연합법회로 다양성 있는 변화 가능해

부산의 감초 같은 일원가족
일원가정인 하 원장의 가족, 이들 가족은 부산에 없어서는 안될 인물들이다. 부인인 고화중 교도는 교구 봉공회 부회장으로 교구 살림을 조력하고 있다. 교구 봉공회가 운영하는 도시락 봉사의 중심에는 항상 고 교도가 있었고, 행사나 훈련 때에도 늘 그 자리에서 힘을 보탰다. 아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의 아들 하도원 교무는 현재 충렬교당에서 군 교화를 전담하며 청년교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하 교무는 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하 원장에게 많은 조언을 얻으며 교역자 생활에 힘쓰고 있다.

“아들에게 ‘앞으로 오는 시대는 정신이 올바른 사람들이 잘 살아간다’고 말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한의사로 사람 몸을 치료하는 일을 하고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너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일을 하면 어떻겠냐’고 한번 말했는데, 고민을 많이 했나 봐요. 지금도 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 아들을 지지하는 하 원장은 충렬교당에 있는 아들에게 뜰앞 소나무 관리나 도량 정리하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함께 풀을 매기도 했다. 

“아들이 교화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도 부산 지역 교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 보기도 합니다. 제 아내와 그리고 아들과 함께 교구 교화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힘써 보겠습니다.”
 

하성제 원장이 침구 치료하는 모습.
하성제 원장이 침구 치료하는 모습.

다양성 갖춘 연합법회 필요
하 원장은 원기106년(2021) 부산울산교구 교의회의장으로 선출됐다. 부산 지역에서 한의사협회장 경력도 있었고, 현재 부산시한의사협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대외적으로 신뢰가 높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가 교의회의장으로 선출된 가장 큰 이유는 교도로서 교화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부산지역 법회 운영에 있어 다양한 변화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연합법회 활동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양성을 갖춘 법회 운영이 교무들의 교화 활동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지역과 달리 부산은 50여 개의 교당이 근접해 있습니다. 지구별로 2~3개 교당이 서로 연합해서 함께 법회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오늘 A 교당에서 법회를 보면 다음은 B 교당에서 모이는 방법으로요.”

하 원장은 ‘교도는 그 교당 교무의 설교만 듣게 되니, 연합으로 법회를 보면서 다양하게 교무를 만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이다. 교무들마다 수양·연구·취사의 각 방면에 장점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법회의 다양성도 살려낼 수 있으며, 또한 교구 내 교도들이 서로 융화하고 친목을 도모함으로써 교화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함께 친목하고 서로 재밌는 교당이 되길 바랍니다. 법회도 다양해지고 사람도 많아지면 더 좋은 법회가 되지 않을까요? 우리 교법으로 교도 모두가 행복해야 교화도 성장할 것입니다.”

[2023년 6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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