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혜 사무처장
조은혜 사무처장

[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6월의 순 우리말 이름은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 차 넘치는 달이라는 뜻의 누리달이다. 

숲과 밭에는 먹을 것이 넘쳐나기 시작하고, 살 오른 야생 동물들의 활력 넘치는 움직임이 분주한 소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 동물들은 곳곳에서 갈등과 대립, 충돌과 파괴로 앓는 소리를 채우고 있다. 

5월 31일 발생한 일명 ‘재난문자 대혼란’을 계기로 우리 삶에 불쑥, 서늘하게 파고든 전쟁의 공포는 자포리자 핵발전소 공격이 거론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축제 기간에 민간인을 무차별 공습한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2년째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렇게 전쟁을 치르거나, 전쟁을 대비하는 군사훈련으로 소란한 인간사회는 생명의 소리를 대신한 생태파괴의 울부짖음에다 막대한 양의 탄소배출까지 더하는 악당노릇을 하고 있다. 

‘지구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그룹이 2022년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5.5% 정도가 군대에서 나온다. 국가별 배출량 순위로 비교하면 중국, 미국, 인도, 다음 4위 국가에 해당하는 높은 비율이다. 전 세계 민간분야의 항공(1.9%), 해운(1.7%), 철도(0.4%), 송유관(0.3%)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우리나라도 2020년 기준,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388만 톤CO²eq 으로 한국의 공공부문 783개 기관 총 배출량 370만 톤CO²eq 보다 많다고 한다. 

군사 활동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많은 이유는 군용기, 함정, 전투차량 등 주요 무기와 장비가 대부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데다 전투용 차량과 전투기의 연비가 일반 자동차의 각각 1/5, 1/50 수준으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의 경우, 1시간 동안 사용하는 연료량이 자동차 한 대가 7년 동안 사용하는 연료량에 맞먹을 정도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 PRI)발표에 의하면, 군사비 비중이 높은 나라가 이산화탄소 배출도 많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탄소배출비율과 군사비 비중이 동일하게 세계 10위에 오른 최상위권이다. 그러나 사회안전지수(Safety Index by Country 2023)는 17위다. 군비지출이 안전보장과 비례하지 못하는 반면, 군비지출과 비례한 탄소배출량은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직격탄이 되고 있다. 20세기에 발생한 무력 충돌의 20% 정도가 기후위기로 인한 국가 간 갈등, 대립에서 비롯됐고, 21세기 기후전쟁의 시작으로 꼽히는 수단 ‘다르푸르 분쟁’과 시리아, 소말리아 내전도 기후위기로 악화된 가뭄과 식량난이 원인이 됐다는 보고서를 보면, 기후위기가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악순환 고리임을 알 수 있다. 이 와중에 자연·사회과학자들의 국제 모임인 ‘지구위원회’는 지구 환경이 대기오염을 뺀 나머지 모든 측면에서 중병상태에 이르렀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구의 생명유지와 전쟁 없는 일상을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2022년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54.6조원인데 탄소중립 예산은 12조원으로 국방예산의 1/4도 미치지 못했다. 탄소배출 예산만 늘고 있는 추세다. 국가도, 가정도, 우리에게 허용된 자원을 ‘살림’에 우선하지 않는다면 악당이 된 기후가 어떤 심술을 부릴지, ‘현타(현실자각타임)’이 다가온다.

/원불교환경연대

[2023년 6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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