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선 교도
안경선 교도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남편이 퇴근하고 귀가 10분 전, 안경선 교도(구로교당)은 기도 채비에 분주해진다. 거실 불단에 향을 사르고 죽비를 든다. 남편이 문 열고 들어오면 그때부터 기도 시작. 남편은 “피곤한데 왜 꼭 지금 하냐”고 볼멘소리 하겠지만 안 교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 계획이 있고, 서원이 있어서다.

영광 법성이 고향인데다 형제들은 이미 두루 교도였다. LA교당, 원남교당, 홍제교당, 유성교당, 농성교당에서 주인 노릇을 하는데 안 교도만 늦었다. 어머니 천도재로 원기88년 입교해 구로교당에 발붙인 것이 원기95년(2010). 잘 안 들리던 설법이 다 들리고 교전도 줄줄 읽혔다.

늦깎이라는 마음에 서둘러 기도를 시작했다. 아침저녁으로 1천 원씩 올리며 기도를 했고, 일요일엔 교당 헌공금으로 냈다. 교당 촛불을 켤 때마다, 남편과 세 아이까지 다섯 식구 몫으로 5천 원을 냈다. 코로나19 때는 집에서 기도하기가 딱 좋았다. 쭈뼛대던 남편도 옆에 앉아 손을 모았다. 

“여보, 자식 위해 간도 떼어준다는데 우리는 물려줄 게 뭐 있어요. 애들 위해 기도합시다.”

사실 그의 기도는 세 아이에게 찾아온 경계를 넘게 한 간절함이었다. 큰딸 윤정이는 갑상선암에 걸린 적 있고, 아들 현도는 마흔이 넘도록 미혼이라 애를 태웠다. 막내 현명이는 섬유종으로 오래 고생했다. “구로교당 올 때부터 막내와 같이 왔고 지금도 함께죠. 예전에는 ‘왜 나만 이런 병을 가져야 하나’며 원망했는데 이젠 ‘언니나 오빠 아닌 나 혼자 겪어서 다행이다’며 감사로 돌립니다.”

경계마다 기도로 넘어온 세월. 그는 “기도 덕분에 가정이 맑아졌다”고 말한다. 아이들도 그 진심을 알고 매달 기도비를 보내고, 생일이면 스스로 생일기도를 챙긴다. 

“우리 집에선 생일이 초 부는 날이 아니고 초 켜고 기도하는 날입니다. 며느리(우진경 교도)도 입교하고 이런 문화에 함께 해주어 고맙죠.”

지난해, 초등학교 교사 큰딸이 5시 기도에 나오기 시작했다. 들어보니 학교폭력 문제로 한참 힘들다고 했다. 반년을 내리 하니 얼굴이 한결 밝아진 큰딸. 올해 생일, 원불교 교육사업에 써달라며 따로 헌공금을 냈다.

“어둔 길 괴로운 길 가운데 기도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도 가정기도, 생일기도 함께 지켜가며 더 복을 지어야겠지요.”

가족기도를 가족과 함께하니, 얼마나 행복하고 든든한가. 오늘도 향냄새와 목탁소리로, 이 가족의 아침이 시작된다.

[2023년 6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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