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현대는 세균 학살의 시대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세균을 죽이는 물질들을 많이 먹고 쓰고 살아왔다. 어릴 때부터 감기만 걸려도 항생제를 쓰고, 이런저런 증상들로 병원에 가서 받아오는 약봉지엔 대개 항생제가 하나 이상 들어있다. 어디 상처가 나면 사용하는 소독약도 세균에 적대적이고, 피부에 쓰는 각종 연고들도 대개 항생제들이다. 이런 항생제들의 목표물은 물론 기관지염, 인후염이나 장염, 피부염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다. 

하지만 특별히 유도 장치가 달려 있지 않은 대부분의 항생제들은 우리 몸과 잘 공생하고 살던 일부 세균들도 함께 죽인다. 이들 공생 세균들이 사라지면 우리 몸의 환경에 변화가 온다. 이러한 환경 변화 때문에 크게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 면역세포들이다. 

면역세포들은 어떤 것이 적이고 어떤 것이 아군인지를 식별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적을 정확히 구분해야 빠르게 공격해 없애서 내 몸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속 환경이 변하면 식별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동네 풍경이 달라지면 길 찾기가 어려워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현대에 크게 늘어난 질병이 자가면역질환이다.

자가면역질환이란 면역세포가 세균이 아닌 내 몸의 세포를 적으로 오인해서 공격하는 질병이다. 혈관, 관절 등에 난치성 염증을 일으키는 베체트병, 류머티즘, 루프스, 물질 분비 이상을 일으키는 그레이브스병, 건선 등이 모두 자가면역질환이다. 아토피, 비염, 천식 등 알러지 질환으로 분류하는 질병들도 크게 보면 자가면역질환이다.

자가면역성 질환들 중에 피부병이 특히 많은 것은 아마도 세제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몇십 년 사이 비누의 사용은 매우 급격히 늘어났다. 또 여러 가지 액체 세제들과 바디워시, 많은 화학 성분들이 함유된 샴푸 등이 등장했다. 게다가 세탁기에 넣어 쓰는 세제, 섬유유연제 등이 모두 피부에 공생하는 세균에 적대적이다. 우리는 깊은 몸속부터 피부에 이르기까지 세균학살의 시대에 살고 있다.

/김종열한의원장ㆍ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6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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