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훈 교무
박세훈 교무

[원불교신문=박세훈 교무] 원불교 사업성적은 원불교 교도가 교단과 세계에 정신·육신·물질로 공헌한 실적의 정도를 정특등~준5등까지 12등급으로 평가한 것이다.

원기13년(1928) <월말통신> 창간호에 단원성적 조사법이 수록돼 있는데 그 조사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부성적(좌선·염불·교과서 연습·취사실행), 사업성적(정신근고·육신근고·금전혜시), 의견제출(공부방면·사업방면·생활방면) 세 가지다. 이중 사업성적 항목에서 낯선 용어가 발견된다. 바로 ‘정신근고(精神勤苦)’란 용어다.

<불법연구회 통치조단규약>의 설명을 보면 “정신근고라 함은 정신적으로 노력함을 이름이요, 육신근고라 함은 육체적으로 노력함을 이름이니, 이는 오로지 공부자로서 정신적 혹은 육체적으로 남에게 얼마나한 근고의 힘을 입혀 얼마나한 복의 요소를 쌓았는가 대조하는 것으로써 (중략)”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정신근고의 예를 들면, 교단 발전을 위한 연구에 시간을 투자하거나, 교당이나 교단 내 기관을 방문한 손님을 응접했거나, 공부인에 대해 지도 권면한 일이 있거나, 설교와 감각·감상·심신작용 처리건을 기재했거나, 교당이나 교단 내 기관의 행정업무를 하는 것 등이 해당된다.

특히 <불법연구회 통치조단규약>의 사업성적 조사양식을 보면 ‘부채표(負債表)’라는 조사표가 있다. ‘타인에게 은혜를 준 것보다 타인에게서 은혜를 받은 것이 더 많은 인생은 진리적인 부채를 가지고 사는 인생이다’라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 매일 부채표를 작성하도록 했고, 이 자료를 통해 사업성적을 조사했다.

초기교단의 사업성적 조사 방식과 현재의 방식을 비교해보면 아쉬운 점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정신근고’ 부분이 약화된 점이고, 둘째는 초기교단에서는 교단 밖의 봉사나 희사도 통합하여 조사했으나 현재의 사업성적 제도에서는 교단 내 봉사나 희사만 조사한다는 것이다.

사업성적 조사는 행정업무가 아니라 상시훈련이다. 그런데 교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교당과 총부의 행정업무로 인식되고 있다. 

사업성적이라는 제도를 제정하신 소태산 대종사의 본의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그 안에 내포된 공도자숭배, 자력양성, 사실적인 죄복의 결산, 실지불공 등의 정신을 제도 안에 잘 녹여서 자각적 정신에 바탕한 스스로의 훈련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수위단회사무처

[2023년 6월 21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