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은 교도
김대은 교도

[원불교신문=김대은 교도] 1948년 12월 10일,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통해 인간의 잔인함과 폭력성을 경험한 인류 사회는 인간성 회복을 위해 반성과 성찰의 의지를 담은 세계인권선언문을 공포했다. 세계인권선언문은 인류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보편적 인권을 인정한 최초의 역사적 사례로서, 국제 사회가 협의를 통해 인류 역사를 진일보시킨 세계사적 위업이자 세계평화의 가능성을 열어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세계인권선언문의 역사적 의의와 가치는 인류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평등하다는 사상을 세계인들에게 확립시켰다는 데 있다. 그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인종차별이 반인륜적인 범죄라고 인지하고 있지만, 선언문 이전의 시대에서는 그러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팬데믹에 의해 ‘아시아인 혐오’라는 인종차별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게 되면서 인권을 위한 세계인의 노력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국제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세계인권선언문을 화두로 꺼내 든 이유는 올해가 선언문이 선포된 지 75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가, 시민사회, 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인들이 합심해 인권의 중요성과 가치를 세계 곳곳에 보급하고 강조해 온 결과, 세계인권선언문은 국제관습법으로서 세계인들의 보편적인 규범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폭력에 의해 인권이 억압받거나 유린되는 사례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팬데믹 기간 동안 인종차별이 심화됨에 따라 인권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국제사회에서 뜨겁게 일고 있다.

새로운 인권 논쟁과 같은 맥락에서 팬데믹 이후 새로운 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프랑스 석학 자크 아탈리다. 그는 <생명경제로의 전환>이란 책을 펴내면서 팬데믹이 ‘이기적 생존경제’ 체제의 폐해라고 비판하며, 이제는 지구와 인류 그리고 미래세대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이타적 생명경제’로 나아갈 것을 설파했다. 여기서 그의 주장의 핵심을 우리식 개념으로 전환하자면, ‘정신개벽’이라 설명할 수 있다.

세계적 지성인들의 경고와 변화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국제사회는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여전히 물질문명의 발전에만 관심이 깊다. 지구가 위태로운 기후 위기에 놓여있음에도 실질적인 변화의 노력은 미미할 뿐이니 그레타 툰베리가 그토록 국가 지도자들을 향해 맹렬히 비난하는 것도 공감이 간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은 왜 국가 지도자나 정치인과 같은 권력자들은 인류의 위기에 대해 태연한 것일까? 

<코스모스>의 작가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저차원 존재가 고차원 존재를 완벽하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차원의 벽을 넘어서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인식과 인지의 한계 때문에 고차원 존재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어렵다고 했다. 그의 주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데, 그 이유는 현실이란 저차원에 있으면 미래라는 고차원에 대해 ‘깨달음’ 없이는 차원이란 이해의 벽을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종교의 위기 속에서 교단은 청년세대 교화부터 다양한 사회 역할을 모색하며 교세의 확장과 사회적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필자도 청소년교화, 디지털 교화, 그리고 종교의 사회적 역할 등을 강조하며 교화의 시대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교화전략의 근원에는 역시나 ‘정신개벽’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위기와 세대가 전환되는 시점에서 국가와 사회, 나아가 세계가 상생상화 할 수 있도록 정신개벽을 통해 미래를 여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 아닌가 싶다. 소태산 대종사 열반 80주기를 기리며 정신개벽의 의의를 되새긴다.

/한강교당

[2023년 6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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