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교도
이준원 교도

[원불교신문=이준원 소장] 삶을 네 자로 요약해 본다. 거래여수(去來與受)! 오고 가며 주고받고 살아간다. 야구와도 같다. 서서 공을 던지는 투수와 앉아서 다양한 구질의 공을 받는 포수 간에 마음이 통해야 공을 잘 주고받을 수 있다. 타자가 3할대만 되어도 명타자다. 이루고 싶은 일 10가지 중에서 3가지만 결실을 맺으면 잘 살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를 가꾸려면 100년, 사람을 키우려면 최소 10년이 걸린다. 소태산 대각 후 총부 건설까지 걸린 기간을 보라. 교단사 108년, 원로 선진들께서는 동남풍 부는 봄날의 추억 같을 것이다. “살아오면서 언제가 가장 행복했는가?”,“두 번째 행복한 삶은 과거에 있었고, 가장 행복한 삶은 미래에 있다”고 답할 때 행복한 삶이다. 부모는 자식, 스승은 제자가 더 잘 되는 모습에서 삶의 보람을 느낀다

육일대재를 맞이하여 신림교당 김경은 주임교무님으로부터 소태산 열반 무렵 이야기를 들었다. 떠나시기 전 제자들을 찾아다니시며 일일히 챙기신 이야기에 가슴이 아렸다. “전권아! 나 왔다.”, “어떻게 연락도 없이 오셔요?”, “내가 너 사는 거 보러 왔지. 이제 걱정 안해도 되겠다. 우리 전권이는 눈에 샘을 팠구나.” 분별심 없이 고루·두루·널리 포용하며 품으시는 ‘좋다 보살’ 공타원 조전권(空陀圓 曹專權) 선진님은 정녀 전무출신 제1호이시다. 

일주일 후, 패기 제일 ‘금강청년’ 제1호이신 주산(主山) 종사님 아드님으로부터 추모담을 들었다. 혈연이 모두 법연이 됨은 참으로 숙겁의 인연이다. 충효일여(忠孝一如)다. 나는 감각감상담을 올렸다. “소태산은 성인인가? 인간인가? 인간으로서의 삶을 사시었기에 의식주를 우선하라 하시었고, 성인이시기에 시대를 따라 오시어 일원대도를 인도상 요법(人道上 要法)으로 풀어내어 밝히시었다.” 초범월성(超凡越聖)의 소태산이시다. 

인생의 스승을 만나 어두운 마음에 희망의 등불이 켜진다. 제자는 스승을 만나 삶의 길을 찾고, 스승은 제자를 길러 경륜을 펼친다. 아버지 사랑은 공기 같고, 어머니 사랑은 햇살 같다. 제자 사랑, 후진 사랑은 정신적 부모 사랑이다. 소태산과 선진 제위의 내리 사랑 이야기는 교단사의 감동적 대서사시로, 무형자산 제1호다. 

선진 제위의 추모담은 사료(史料)가 된다. <교단 백년사>는 언제쯤 나올까? 어느 교무님에게 여쭸다. “반백년사 이후 쓰여지지 않고 있다. 생존자들의 생각과 증언에 많은 관점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교단의 사관(史官)과 사료실은 지금 어디에….

/솔로몬연구소

[2023년 6월 21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